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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경고등 우울증①]하일성도 이인원도...우울증·스트레스에 내몰리는 한국인

죽고싶다는 말은 위험신호...따뜻한 말한마디 큰 힘
빈곤→우울증→외톨이→술→자살 준비 악순환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6-09-10 06:00 송고
자살예방 문구가 새겨진 마포대교 생명의다리./뉴스1 © News1 고성준
자살예방 문구가 새겨진 마포대교 생명의다리./뉴스1 © News1 고성준

며칠 전 구수한 입담으로 큰 인기를 얻어온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67)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인은 경제적 문제로 고민해왔고 과거 공황장애와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며 사회적 성공과 부까지 거머쥔 이 전 부회장의 죽음은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우리나라는 12년째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에 큰 숙제를 안기고 있다.

◇자살 사망자 10명 중 9명 우울증…가족에게 전염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우울증과 자살에 관한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자살로 숨진 121명의 유가족 151명을 조사했더니 사망자 10명 중 9명이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는 내용이다.

자살 사망자가 목숨을 끊기 전까지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은 비율은 15%, 사망 한 달 이내에 정신의료기관을 이용한 비율도 전체 25.1%에 불과했다.

우울증은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질환이지만 나 홀로 감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살을 사회적 질병으로 부르는 이유는 가족에게도 전염되는 특성 때문이다.

자살 사망자가 생존했을 당시 가족 일부가 자살을 시도했거나 그로 인해 숨진 비율은 28.1%에 달했다. 자살 유가족이 고인을 따라 또다시 목숨을 끊는 악순환이 반복된 셈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괴로움을 잊거나 처진 기분을 복돋우기 위해 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살 위험을 높이는 위험한 행동이다. 자살 사망자 10명 중 3명이 음주 상태로 세상을 등졌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보건정책과장은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심리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고 싶다"는 경고음…허투루 듣지 마세요

심한 우울증에 걸린 동료나 가족이 있다면 "죽고 싶다"는 말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자살을 예고하는 경고음이어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에게 확인할 수 있는 자살 경고음은 크게 언어와 행동, 정서 분야로 나뉜다.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면 죽음을 막을 수 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가령 "먼저 갈 테니 잘 지내라"거나 "총이 있으면 편하게 죽겠다"는 식의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확실한 위험신호다.

식사량이 현저히 줄고 예고 없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나눠주는 것도 행동 분야에서 경고음으로 간주한다.

외모 관리에 무관심해지고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려고 애쓰는 것도 눈여겨볼 행동이다.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다룬 언론 보도에도 관심을 보인다. 

정서적 신호로는 웃음과 말이 사라지고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거나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주요 원인은 경제적 궁핍…남은 가족들 불면증 호소     

 경제적 궁핍이 자살 위험을 높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계로도 입증된 결과다.

실직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떠안아 우울증에 걸리고 현실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다가 고립된 생활 끝에 목숨을 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의 '2015년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복수응답(100명) 기준으로 자살 사망자의 경제적 어려움 형태는 빚 문제가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입 감소 31명, 기타 11명, 지출 증가 5명 등의 순이었다.

가족 구성원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면 남겨진 유가족은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실제 심리부검에 참여한 유가족 151명 중 48명이 정서와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

전체 응답자의 37.1%(56명)는 수면 문제를 겪었고 15.9%(24)는 매일 술을 마셨다. 자살 사망자 10명 중 6명이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가족들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자살 징후가 농후한 우울증 환자에겐 "많이 힘들었죠"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에도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죽음보다 희망을 엿볼 수 있다는 얘기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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