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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얼마나 이해하느냐, 그게 동물 교육의 핵심이죠'

[셀럽&펫]동물행동심리학자 한준우 교수…교육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반려동물 문화 확산 기여

(서울=뉴스1) 이기림 인턴기자 | 2016-09-08 16:50 송고 | 2016-09-09 10:58 최종수정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교수가 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News1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교수가 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News1

아직 더위가 남아있던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건물에서 앳돼 보이는 이들이 두꺼운 동물관련 서적을 들고 몰려나왔다. 건물 입구에는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애완동물계열'이란 명패가 붙어있었다.

건물 밖으로 빠져 나오는 학생들 뒤로 모습을 드러낸 이는 동물행동심리학자인 한준우 교수(서울연희전문학교 애완동물관리전공)였다.
한 교수는 현재 동물행동교육법 중 하나인 클리커 트레이닝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딩고코리아와 힐링팜 애니멀 에듀테인먼트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전환에 힘쓰고 있는 전문가다.

또한 반려동물전문플랫폼 해피펫에서 '펫스쿨' 코너를 연재하며 사람들에게 반려동물 교육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법을 역설하면서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한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반려동물 교육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한 교수지만 시작은 반려견을 잘 키우기 위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했다.

"원래부터 반려동물 교육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사실 저는 반려견을 잘 양육해 좋은 평가를 받아 가치를 높이는 일, 즉 브리딩을 하던 브리더였죠. 키우던 개들을 데리고 도그쇼에 나간 적도 있죠. 그러던 중 개들을 통제하기 위해 훈련법을 배우면서 반려동물 교육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어요." 

처음에 한 교수는 방송에 나오던 유명 훈련사들을 따라다니며 동물 훈련법을 배웠다. 그러나 그가 배운대로 직접 동물을 훈련시키면 동물들의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변한다 해도 혼낼 때 잠깐 뿐이었다.  

이에 강압적인 훈련방법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외국의 동물훈련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약 15년 전 미국에서 유명한 '클리커 트레이닝'이란 동물교육법을 알게 됐다. 이 교육법은 원하는 행동을 동물들이 했을 경우 클리커를 눌러 소리를 낸 뒤 사료나 간식 같은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개에게 파블로프 이론(조건반사실험)을 응용해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클리커 트레이닝도 그에겐 아쉬웠다. 미국 클리커 트레이닝은 동물들과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한 뒤 사람이 원하는 것들을 지시하는 강제성이 들어있던 것. 국내의 서열과 복종 중심 훈련법보다는 인도적이었지만 혼을 내거나 명령하는 방식의 교육법에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일본으로 눈을 돌린 한 교수는 동물들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교육법을 발견했다.     

"일본 동물교육기관 딩고(D.I.N.G.O)의 클리커 트레이닝은 미국의 클리커 트레이닝과 달랐죠. 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동물들에게 강제적으로 지시하는 대신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해 동물들이 그 행동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교육법이에요."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교수가 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News1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교수가 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News1
    
물론 한 교수도 서열과 복종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딩고'의 클리커 트레이닝을 처음부터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국내의 많은 훈련사들이 그런 것처럼 그도 처음엔 사람과 동물이 수평적인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동물학 전문가 레이먼드 코핑거 박사의 저서를 읽고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최근에도 한 훈련소의 소장을 가르쳤는데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하루 제대로 강의를 듣더니 다음 강의부턴 제일 먼저 와서 학교 입학에 관한 것까지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레이먼드 코핑거 박사의 말에 따르면 개는 늑대와 달리 원시시대 때 자신들이 직접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을 택했어요. 모든 것을 사람에게 의존하려고 하죠. 즉 서열을 만들 필요 없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만 알려주면 개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는 거죠."     

한 교수는 개들이 선택한 우리 인간은 그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주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해도가 높을수록 더 좋은 보호자, 교육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그의 목표는 '진정으로 동물을 이해할 수 있는 반려동물 교육자'가 되는 것이다.

한 교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근 '딩고'와 손잡고 국내 전문 클리커 트레이너 자격증도 개설했다. 올해 12월 2일 첫 시험이 치러진다. 

또한 사람과 동물이 소통하는 법을 교육할 수 있는 '딩고코리아 인스트럭터' 자격증도 만들 계획이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빨리 성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배운 강사나 매니저는 부족한 것 같아요. 과거처럼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반려동물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좋은 반려동물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려동물 교육을 열심히 하다보면 더 나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을까요?"


lgi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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