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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은 '부재중' 신원, SPA에 밀리고 한섬에 치이고

경쟁력 잃은 삼총사 '베스띠벨리' '시' '비키'
오너 부재에 개성공단 중단까지 악재 겹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6-08-29 07:20 송고 | 2016-08-30 14:10 최종수정
박정주 신원 사장  © News1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박성철(76) 신원그룹 회장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박정주(41·사진) 사장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신원이 보유한 패션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어서다.

신원그룹은 한때 여성복 부문 강자였지만 유니클로·자라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들이 세력을 확장하고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면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베스띠벨리' '씨' 등 신원의 1세대 여성복 브랜드들이 글로벌 SPA의 맹공과 불황의 장기화, 개성공단 철수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 한 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샌드위치 신세

특히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이 '타임' '시스템' 등 확고한 인지도를 갖춘 패션 브랜드를 앞세워 여성복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 중·장년 연령대까지 공략하는 브랜드 '래트 바이티'를 내놓으면서 타깃층이 겹치는 신원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에서는 SPA브랜드와 온라인몰에 밀려나고 고가 시장에서는 명품 계열과 고급화된 브랜드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원의 올 상반기 매출(개별기준)은 3138억원으로 지난해 (2883억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익은 5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57억원에서 12%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5%에 불과해 성장 전망을 어둡게 했다.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도 11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31억원에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원의 총부채(이하 올 상반기 기준)는 232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30%에 이르러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한섬(15%), LF(31%), 세정(55%), 신세계인터내셔날(96.6%) 등 경쟁업체들과 대조되는 수치다.

올 반기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에도 "당사(신원)는 금융상품과 관련해 외환 위험, 이자율 위험, 신용 위험, 유동성 위험 등 다양한 금융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언급돼 있다.

이와 관련 신원 관계자는 "개별 공시는 내수와 수출을 구분해 놓지 않고 있어 브랜드가 잘 안 돼 영업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사업별 재무현황에서의 브랜드사업 부문을 보면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증가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당기순손실이 크게 증가한 부분은 개성공단을 철수하면서 100억원 넘는 비용이 발생했는데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원의 주력 사업은 OEM부문과 브랜드부문으로 OEM은 주로 미국의 브랜드 및 유통 기업에 니트·스웨터·가방을 공급하고 있다. 베스띠벨리 등 여성복 브랜드 4개와 지이크 등 남성복 3개 브랜드를 주력으로 전개 중이다. 지난해 매출에서 OEM은 약 60%, 브랜드 사업은 40%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원의 수익성은 2011년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OEM사업에서 2011년 증설한 생산라인의 생산성이 저하됐고 국내에서 전개 중인 여성복 브랜드의 실적 부진이 이어져서다. 또 2012년부터 운전자금과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차입금이 대폭 증가해 재무안정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News1

◇ '진격의 한섬' 중·장년 여성복 공략 본격화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한섬은 대표브랜드 타임과 시스템을 앞세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섬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익(개별기준)은 3180억원, 32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8.4%, 37.7% 증가했다.

한섬의 불황 속 나홀로 성장은 현대백화점·아울렛 등 유통망을 등에 업은 시너지도 있지만 '노세일 고급화' 전략과 패션 업계에서의 소비양극화 현상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섬이 이번에 론칭한 브랜드 '래트 바이티'는 다양한 라인을 통해 중장년 여성 고객층(30~60대)까지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신원의 타깃 고객층과 겹친다.
 
한섬 관계자는 "여성복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전 연령대가 선호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다"며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실루엣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체형을 고려한 패턴과 복종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섬은 올해 안에 백화점 10개 매장을 여는 등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대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목표를 1000억원으로 정했다. 래트바이티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제품별 가격대는 원피스류 40만~70만원, 아우터류 30만~80만원, 다운(패딩)류 60만~150만원, 코트류 70만~120만원대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계속 이어간다.

업계에서는 한섬이 현대백화점 등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래트 바이티 역시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중장년층 여성복을 포괄하는 브랜드 전개는 결과적으로 신원과 세정 등 기존 브랜드의 고객층 일부를 움직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원의 위기는 베스띠벨리, 씨, 비키 등 여성복 트리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재고 소진을 위해 할인율을 높이고 세일을 자주하는 데다가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여성복 브랜드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주 사장은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박 회장과 차남 박정빈 부회장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각각 징역 6년(벌금 50억원),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박 회장은 300억원대에 달하는 차명재산을 숨기고 파산절차를 밟아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250억원 상당의 채무를 탕감받은 혐의다. 박 부회장도 개인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회사 자금 7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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