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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시작했는데 수강신청할 강의가 적어졌네"

성신여대, 시간강사 줄자 교양강좌 54개 감소
시간강사법 시행 앞두고 대책 마련 필요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08-23 07:00 송고 | 2016-08-23 23:10 최종수정
성신여대 정문/뉴스1 © News1
성신여대 정문/뉴스1 © News1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지난주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핵심교양'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학기보다 전체 교양과목은 더 줄어들었는데 핵심교양으로 있던 과목마저 일반교양으로 바뀌어 강의 선택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4가지 영역의 핵심교양 중 3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지만 졸업 요건을 채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성신여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B씨는 이번 학기에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는 '문학과 시대읽기' 교양과목을 들으려고 했으나 수강신청에 실패했다. 들을 만한 교양과목이 감소하자 이전부터 인기과목이었던 온라인 과목에 신청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당일 320명 정원에 1300여명이 몰려 신청은 금세 마감됐다. B씨는 "학기마다 신청할 수 있는 과목은 줄어들고 100명 이상의 대형 강의만 늘어나 수업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수강신청을 끝낸 학생들 사이에서 들을 수 있는 전공·교양과목이 해마다 줄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대학가에서 시간강사가 줄어드는 추세와 맞물려 벌어진 일이다.

22일 성신여대 교수·학생에 따르면 올해 2학기 법학, 경영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등 일부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이 크게 감소했다. 교양과목은 지난해 2학기 344개에서 올해 2학기 298개로 54개 강좌가 줄었다.

시간강사와 전임교원이 함께 맡던 전공과목의 경우도 종류와 분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법학과는 지난해 2학기 41개에서 올해 2학기 38개로 줄었고 7개 과목이 개설기준을 채우지 못해 폐강 예정이다. 복수전공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경영학과는 같은 기준 46개에서 33개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도 33개에서 25개로 전공 강좌가 줄었다.
특히 법학과는 올해부터 폐강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그동안 각 학년 입학정원의 20%가 안 되는 학생들이 수강해야 폐강됐으나 기준을 30%로 올려 더 많은 학생들이 신청해야 폐강되지 않도록 했다. 입학정원이 120명인 법학과의 경우 수강인원이 38명 미만이 되면 강의가 폐강되는 셈이다.

법학과 A교수는 "지난 학기에 전공수업 상한선을 70명으로 뒀는데 본부로부터 90명으로 올리라는 압박을 받았다"며 "수업의 질 관리를 위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한 수업에 들어오면 수강인원 제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대학에서 오히려 폐강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는 돈벌이에 눈이 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간강사법 앞두고 부담 줄이기 위한 시도

학생들의 강의 선택폭이 줄어드는 이유는 대학 내 시간강사의 숫자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와 재정지원사업에서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을 평가요소로 두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행·재정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시간강사가 맡고 있던 강의를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것으로 체제를 개편한 것이다.

문제는 전임교원을 더 뽑아서 강의담당비율을 높이는 것이 아닌 시간강사를 줄이고 기존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늘리는 형태로 학사운영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이 전임교원 확보를 통해 강의를 다양화하면서 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을 올리는 것이 아닌 꼼수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강사가 맡는 강의 수를 줄이면 전체 강의 수가 줄어도 전임교원이 맡는 강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강사법이 2018년 시행예고 되면서 시간강사의 입지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4대 보험 지급, 안정적인 고용계약 등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법이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비용부담 상승을 예상해 오히려 시간강사를 더 줄이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관계자는 "시간강사 비율을 줄이고 전임교원의 강의 담당 비율을 높이는 것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기에 분반 수를 줄이되 한 반당 수강인원수를 늘렸다"며 "다만 전임교원을 추가적으로 얼마나 고용했는지는 구체적인 확인이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양의 경우 사회 수요에 맞는 핵심역량 기반에 따라 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유사한 과목을 통폐합했기 때문에 수업의 개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신설된 과목도 있다"며 "법학과의 폐강기준은 너무 강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완화하기로 결정이 됐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중앙운영위원회와 함께 수업 수 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된 만큼 수업권 침해와 관련해 중운위와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강사의 대량해고 상황은 다른 대학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연 연구원은 "시간강사를 전임교원으로 고용해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만 보호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대학이 일정부분 비용을 부담하되 정부에서도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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