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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0일 딸 뼈 부러뜨린 남편 구속해주세요"…분노한 엄마의 하소연

"잦은 멍 서툰 젊은 아빠탓으로 생각… 내 가정서 아동학대 끔찍"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2016-08-22 14:25 송고 | 2016-08-22 15:26 최종수정
허벅지 뼈가 부러진 생후 50일 수연이(가명)의 엑스레이(X-ray) 사진. © News1 박효익 기자
허벅지 뼈가 부러진 생후 50일 수연이(가명)의 엑스레이(X-ray) 사진. © News1 박효익 기자

“TV에서만 나오던 일이 제 가정에서 일어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친자식이니 당연히 저처럼 애틋하고, 당연히 예뻐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기를 다루는 모습이나 행동이 이상한데도 제가 엄마로서 느끼는 감정을, 아빠이기 때문에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만 믿었습니다.”

최유나씨(25·여·가명)는 동갑내기 남편이 이제 갓 태어난 딸을 학대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남편에게 딸 수연이(가명)를 맡길 때마다 매번 수연이 몸 곳곳에 생긴 멍 자국은 서투른 젊은 아빠의 실수 탓이라고만 여겼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애 아빠에게 아이를 맡긴 게 후회스럽다”며 유나씨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유나씨 품에 안긴 딸 수연이는 낯선 기자를 보고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신 웃었다.

남편에 대한 믿음은 수연이의 허벅지 뼈와 쇄골이 한날 동시에 부러진 것을 발견한 날 무참히 깨졌다.

5월1일 오전 10시께 생후 50일 된 수연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을 때 수연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울음소리는 비명에 가까웠고, 정상적이라면 안쪽으로 향했을 다리가 바깥쪽으로 힘없이 툭 떨어졌다.
수연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잠이 든 1~2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남편에게 “애가 왜 이러냐?”고 물어도 “모르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교통사고가 아닌 한 있을 수 없는 골절 상태”

동네 병원에서는 아기가 너무 어려 치료가 힘들다고 했다.

세 번째로 찾아간 종합병원에서 유나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단순한 탈골이 아니라 허벅지 뼈가 아예 부러졌다는 것이다.

다시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유나씨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허벅지 뼈만 부러지는 것도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쇄골도 함께 부러졌다”고 말했다.

또 “아동학대가 의심돼 경찰에 신고했으니 곧 경찰이 와서 남편을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유나씨는 그동안 봤던 아이의 머리와 이마, 관자놀이, 볼, 갈비뼈 등에 생긴 멍들은 아동학대의 흔한 징후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살아온 50일보다 더 많은 시간 고통 속에서 보내

수연이는 너무 어려 진통제를 맞을 수 없었다. 뼈가 부러진 고통을 그대로 참아야 했던 것. 고통에 몸부림치고 울다 지쳐 잠들고 다시 깨기를 반복했다.

검사 때문에 이틀 반 이상 금식을 했다. 유나씨도 차마 음식을 먹지 못해 모유가 끊겨버렸다.  

병원에선 보조기를 풀 수가 없으니 목욕도 시키지 말라고 했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에게 청결이 중요하지만 수연이는 분유가 흘러도 그 배냇저고리를 계속 입고 있어야 했다.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 살이 접히는 부분은 짓무르고 피부는 벗겨졌다.

유나씨는 “차라리 아기를 대신해 내 허벅지가 부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성인인 나라도 진통제 하나 없이 허벅지가 부러진 상태를 견뎌야 한다고 상상하니 너무나 무서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3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완치가 되려면 수 년의 재형성 과정을 거쳐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돼야 한다는 게 담당의사의 소견이다.

◇“딸이 크게 다쳤는데 남편은 태블릿PC만 찾아”

딸이 크게 다쳤지만 남편은 담담해 보였다.

심각한 상태의 딸을 앞에 두고도 “꼭 병원을 가야 하나, 더 지켜보고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그때 가자”고 했다. “씻지 않아서 병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병원에서는 태블릿PC만 찾았다. 남편은 평소 태블릿PC로 자주 게임을 즐겼다. 치료가 힘들어 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 남편은 “심심할 테니 택시를 타고 집에 가서 태블릿PC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이후 남편은 아동학대 혐의로 격리 조치를 받았지만 3번이나 태블릿PC를 찾으러 수연이가 사는 집을 찾았다.

수연이가 다친 것에 대해 남편의 진술은 오락가락했다. “신생아 방귀 나오게 하는 체조를 시켰다”고 했다가, “졸다가 애를 떨어뜨렸다”고 말을 바꿨다.

◇왜 아무 잘못 없는 신생아 딸을?

"제가 너무 싫었나봐요. 결혼 자체도 싫고, 자유를 구속했다고 생각했는지…. 제가 아무리 미워도, 수연이는 자기 핏줄인데,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유나씨는 자신을 너무 싫어한 나머지 남편이 딸을 학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편이 집에 두고 간 태블릿PC에 SNS 기록이 남아 있었다. 남편은 지인에게 '아내가 너무 싫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욕설과 함께 여러 차례 보냈다.

남편은 또 평소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의 죽음을 애 때문에 보지 못했다며 유나씨에게 불평을 하기도 했다.

◇“수연이 아빠를 하루빨리 구속 수사해 엄벌해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 또 다른 아동학대 사건을 근절하는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라도 수연이 아빠를 하루빨리 구속 수사해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유나씨는 “요즘 아동학대 특별법이 생기고 뉴스에선 아동학대가 연이어 보도되는 등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피해아동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동학대로 중상해를 입힌 사건이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피의자는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벌써 피해아동의 거주지에 3차례나 찾아왔고 또 언제 찾아와 해코지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피해자는 고통 받고 두려움 속에 지내는데 사건 직후 구속됐어야 할 피의자는 게임을 즐기며 잘 지내고 있으니 누굴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남편 A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한 뒤 최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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