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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 외교관감축?…'태영호 쇼크'에 김정은, 다음 수순은

연쇄 숙청, 南 인사 납치, 北 외교 상당기간 위축 불가피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2016-08-20 09:30 송고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체제선전을 하고 있는 모습. © News1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체제선전을 하고 있는 모습. © News1

한국에 입국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 소식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의 공식 선전선동 매체들은 며칠째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고위 탈북자에 대해 북한 측은 이때까지 '변절자'라는 낙인을 붙이고 "한국 국정원, 정부 등의 꾐에 빠져 속아 넘어갔다"는 식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선전해 왔다.
이와관련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태 공사가 남측의 꾀임에 넘어가 망명한 것이라는 북한측의 주장과 관련 "(북한은) 당연히 남쪽이나 다른 유혹에 빠져서 갔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자발적으로 갔다고 하면 자기 체제에 대한 어떤 비하, 그리고 패배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측의 비공식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는 일본 내 조미평화센터의 김명철 소장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보당국이 뇌물을 주거나 강압으로 태 공사의 탈북을 유인 또는 압박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들이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유럽권에서 북한 체제 선전의 최선봉에 섰던 태 공사의 탈북이 주는 충격을 감안할 때, 이를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할 지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결심과 지침이 아직 서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태 공사에 대한 김정은의 처리 판단에 따라 향후 남북 관계는 물론, 북한 내에서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김정은이 체제 이완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남아있는 태 공사 관련 가족과 친인척까지 숙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날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군 간부 출신의 탈북민을 인용해 "최근 김정은이 탈북민 가족에 대한 연좌제 처벌 수위를 낮췄다고는 하지만, 태영호는 일반 주민도 아니고 한 나라를 대표하던 공사였지 않나"라면서 "북한에 남아 있는 직계 가족은 물론 친인척까지 숙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복성 숙청이 오히려 체제 균열이라는 '역풍'만 가져올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빨치산 혈통들이 '김정은 체계' 곳곳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만큼 갑작스런 숙청은 권력 구조에 구멍을 낼 수 있고 장기간 세력을 확장해온 빨치산 혈통들이 김정은의 무자비한 숙청에 반기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북한이 북중접경 지역뿐만 아니라 동남아 등에 특수 요원들을 대거 파견해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이탈을 밀착 감시하는 동시에 이들의 탈출이나 망명을 돕는 한국인이나 조선족을 상대로 한 테러·납치 등 보복 조치를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당국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위축돼 활동반경이 갈수록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북한 당국이 외교관 추가 탈북을 막기 위해 외교관들에 대한 감시망을 2, 3중으로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주재 외교관 규모 자체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탈북 외교관이 잇달아 나올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태 공사 탈북으로 위축된 외교관들이 북한의 새로운 압박에 시달릴 경우 언제든 '나도 탈북해야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바로 탈북이 가능한 북한 외교관들의 탈출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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