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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가제트' 김창건 경사 "잘 정착한 모습 볼 때 가장 뿌듯"

6년 간 새터민 '친구'로
"외부인 아닌 국민으로 봐야"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6-08-13 07:10 송고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계 김창건 경사. /뉴스1 DB.
서울 서초경찰서 보안계 김창건 경사. /뉴스1 DB.
"나와라 가제트 만능 팔!" 만화 주인공 형사 가제트는 아무리 어려운 사건도 만능 팔·용수철 다리로 척척 해결한다.

서울 서초경찰서의 보안담당관 김창건 경사(47)는 남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새터민)들에게 가제트같은 존재다.
김 경사가 새터민과 살을 맞대며 근무한 지 어느새 6년이 지났다. "잘 정착했다"는 새터민의 안부 전화를 받을 때 가장 뿌듯하다는 김 경사의 이야기를 9일 만나 들어보았다.

◇새터민 인구·범죄피해 늘어…보안경찰은 '마지막 보루'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2013년 가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캐나다로 떠났던 새터민 박철수씨(가명)였다. 떠나기 전 박씨는 금융범죄 브로커로부터 "어차피 떠날 몸이니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고, 금액을 나눈 후에 가라"는 제안을 받고 범죄에 가담했다. 이후 박씨는 캐나다로 떠났지만, 박씨에게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가 박씨를 고소했다. 캐나다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박씨는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빚은 1억5000만원이었다. 김 경사는 고소 상대방 H캐피탈을 찾아가 "사정상 박씨도 피해자"라며 고소 취하를 부탁했다. 한 달가량 설득해 결국 고소를 취하했고, 박씨는 한국에서 파산 절차를 밟고 새롭게 정착했다.

이때부터 비슷한 피해자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 새터민까지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전화를 받고 대부업체에서 설득하기를 수차례, 김 경사를 '인간적으로' 의지하는 새터민이 늘어갔다. 김 경사는 "자본주의를 모르기 때문에 경제 관련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며 "경제수사를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새터민들한테 보안경찰은 한 마디로 최후의 보루입니다. 제 공식적인 임무는 신변보호지만, 자주 만나다보니 삶 전체를 돕게 되더라고요. 이젠 가족같은 친구도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부친상을 당한 김 경사 곁에 박씨가 있었다. 함께 밤을 새우며 고생하고 운구까지 도왔던 박씨 모습을 그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박씨 어머니가 미용실 문을 열 때 인천 송도까지 가서 축하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가 됐다.

김 경사가 보안경찰을 시작한 2010년 21명이었던 서초구 새터민은 현재 120명까지 늘었다. 김 경사 혼자서만 45명을 담당한다. 2015년 기준 국내 새터민 인구는 2만8000명을 넘어섰다. 김 경사는 1995년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배급체계가 무너지면서 탈북자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군부나 보위부 등 고위급 탈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새터민도 국민…편견 버리고 이해해야

"한 새터민에게 밥 먹자는 말을 했는데 며칠 뒤 씩씩거리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언제 보자는 얘기가 왜 없냐고요. 제 말을 듣고부터 계속 기다린 거예요. 그렇게 직설적이고 순수한 면이 있어요."

김 경사는 "새터민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데 이것들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중요한 건 그들이 바뀔 수 있도록 돕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도움이 필요한 존재'만으로 보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나 종교단체는 새터민을 '불쌍한 사람들'로만 보는 것 같다"면서 "목숨을 걸고 탈북한 사람들이다. 목표지향적이고 생명력도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 정착하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터민들이 받는 혜택은 임대주택 제공과 기초생활수급 보장(3년), 대학 특례입학 자격, 학비 면제 등이 있다. 이런 지원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경사는 개선할 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특수성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선족, 중국 동포와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도 했다.

"많은 분들이 중국 동포나 조선족과 새터민(탈북자)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데 잘못된 겁니다. 북한은 엄연히 헌법에서 규정하는 우리 영토고, 거기서 나고 자란 분들도 우리 '국민'이니까요. 외국인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같은 국민을 돕는 거죠."

그는 통일 이후 새터민들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통일이 되면 북에서 정부가 할 많은 일을 이분들이 대신하게 될 겁니다. 북한과 남한의 차이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아니까요. 지금부터 잘 준비해야죠.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우선 새터민에 대한 관심부터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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