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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 배제' 이대 시위…새로운 학생운동 모델 제시?

부산대 총학 "이대 모델 도입 고려하고 있다"
"학생 운동 위축시킨다"는 의견도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016-08-08 16:18 송고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건물을 지키고 있다. /뉴스1 DB© News1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학생들이 건물을 지키고 있다. /뉴스1 DB© News1

이화여대 학생들이 일반 재학생 중심으로 농성을 벌여 대학본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철회를 이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총학생회 중심이었던 학생 운동도 일반 재학생들이 선두에 선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 학생 자치기구인 총학생회를 배제한 학생 운동은 자칫 학생들이 뽑은 학생대표와 재학생들을 분리할 수 있어 되려 동력을 잃게 만들 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번 이대 사태를 두고 대학 내 학생 운동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른 대학 총학생회도 이번을 기회로 학생회가 주도하던 학생 운동의 형태를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에는 처음부터 학우들과 함께 해내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최근 부산대를 비롯한 전국 거점 국립대는 지역별로 '국립대 연합체제' 구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부산대 학생들은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 부산대 총학생회는 한 발 물러나 일반 재학생을 주축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부산대 총학생회는 "이화여대를 보며 학우들 개개인이 만들어가고 주인되는 판이 승리의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만들어진 판으로 학우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반성했다"고 말했다.

부산대 총학생회가 밝힌 것처럼 이화여대는 이번 사태에서 총학생회가 농성을 주도하지 않고, 재학생 주도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참가자를 모았다. 이른바 '판'을 총학생회가 아닌 일반 학생들이 짰다. 총학생회의 결정을 따르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재학생 모두가 의견을 개진했다. 이러한 수평적 운동 방식은 비록 의사결정은 느리지만 민주적인 방식이라는 응원을 받았다. 
 
현재 부산대 총학생회는 총학생회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하거나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는 정도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회가 주도적으로 시위나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에서 역할을 대폭 축소한 형태다. 이화여대의 이번 ‘모델’이 학생 운동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학생회가 학생운동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학생 운동에 필요한 정보는 총학생회가 많이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고, 운동에도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희강 홍익대 미대 학생회장은 "운동의 동력은 학생이 만드는 게 맞지만 방향을 설계하는 것은 학생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 운동을 총학생회가 주도할지, 재학생들이 주도할 지 선택할 수는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총학생회가 학생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한 뒤 사안에 따라 달리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또 학생 운동에서 총학생회의 참여를 전면 배제할 경우 향후 총학생회의 위상 약화로 대학본부와 소통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희강 회장은 "특히 학생 대의기구인 총학생회가 일반 재학생에 비해서는 대학본부의 움직임에 대해 더 정확히 알 수 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화여대의 최근 운동 모습에 관해 "하나의 모델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칙적 전략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화여대에서도 대학본부의 공문은 총학생회에게 발송되고 있다. 최소한의 대표 학생 자치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총학생회를 전면 배제한 학생 운동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연구원은 "총학생회를 능가하는 대중 결집력을 갖춘 조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화여대는 특수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만약 총학생회를 배제한 채 학생 운동을 진행하는 방식이 자리잡을 경우 대학본부가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생각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대학본부가 학생회와 학생들을 반목시키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자기 손으로 뽑은 학생회를 (전면) 배제한다면 학생 자치활동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변화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낮아지는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등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적은 현 상황에서 학생 운동이 더욱 위축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점거 농성을 벌인 이화여대 학생들의 감금 혐의를 수사 중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학생회장 등 신원이 확인되는 학생들을 선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학생 중심의 운동에서도 총학생회는 어떤 측면에서든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jhlee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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