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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승부수…삼성전자, 車 부품으로 퀀텀점프 노린다

진입장벽 높은 車부품 사업 특성상 기존업체 인수가 유리
스마트폰 비중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만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6-08-04 14:24 송고 | 2016-08-04 14:49 최종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6.6.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6.6.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애플 등 글로벌 IT 공룡들에 맞선 대형 빅딜로 자동차 관련 사업을 키운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자동차부품사업 부문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인수 예상가는 30억 달러(약3조4000억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삼성전자가 이제까지 진행한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의 차량용 조명과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차량 무선인터넷 기술)에 관심이 많으며 사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앞서 3주 전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중국 비야디(比亞迪·BYD)에 51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속도전에는 전장사업에 늦게 뛰어들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애플과 중국 바이두, LG전자에 비해서도 전장사업 추진이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자동차 출신 박종환 부사장을 팀장으로 전장사업팀을 꾸렸지만 인력은 현재 3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자동차 사업 관련 경험이 부족한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전장사업을 키워나가기는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를 인수해 관련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해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 등 관련 부품을 계열사별로 따로따로 공급하다보니 글로벌 부품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중국 BYD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과 같이 전략적 제휴 또는 인수는 사업적 역량을 단시간내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며 "삼성의 이같은 행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다"고 분석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너무 높은 스마트폰 의존도…전장사업을 새 날개로

삼성은 완성차 제조에서는 지난 2000년 르노에 삼성자동차를 매각하며 철수했지만,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부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전장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재용 부회장은 2010년부터 피아트의 지주사인 엑소르 그룹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BMW와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 최고경영자들과도 꾸준히 교류해왔다.

엑소르 그룹은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페라리의 지주회사로, 다지·마세라티·지프 등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두 그룹의 관계가 이번 인수 건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초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투자회사 엑소르그룹의 이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FCA의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구글'과 마그네티 마렐리 매각 협상을 벌여왔으며 다른 업체와도 협상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車 부품 경험 부족한 삼성에는 업체 인수가 지름길 

자동차 부품산업은 생명과 직결되는 안정성을 이유로 납품 경력이 없는 업체에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납품 조건에 있어 품질과 신뢰성은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부품사업을 위한 관련 업체 인수가 가장 빠른 길이다.

업계 의견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지난 2분기의 경우 삼성전자 전체 이익에서 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장부품 강화는 신수종사업으로서의 의미 이외에도 삼성의 고민인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출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의 이번 인수가 확정되면,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관련 브랜드 구축과 생산라인 및 유통망 확보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마세라티 등 피아트의 다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피아트그룹 산하 OEM에 전장부품의 안정적인 납품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차량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오토모티브(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자동차 관련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DS부문에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개발 TF팀을 꾸렸다. 차량 관련 각종 센서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반도체를 개발한다. 이를 위해 종합기술원 등을 주축으로 관련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삼성SDI(배터리)·삼성전기(카메라모듈, 커패시터 등)·삼성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등 부품 계열사들 역시 자동차 관련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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