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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일방통행에 '경종'…'이화여대 사태'의 교훈

"정부재정지원 사업 돌아보는 계기"
"본부-학생 간 협의 과정 강화될 것"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2016-08-03 17:23 송고
교육부 청사 전경./뉴스1DB© News1
교육부 청사 전경./뉴스1DB© News1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계획이 철회됐다. 학교 특성을 무시한 채 돈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하는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자성의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번 이화여대 사태는 대학 구성원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교육부 정책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다.
3일 교육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화여대 사태를 두고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불만이 폭발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프라임)·'인문역량강화 사업'(CORE, 코어)와 함께 이번 사태를 불러온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 등 이른바 재정지원사업 3종 세트에 쌓인 구성원들의 곪고 곪은 불만이 결국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 일환으로 진행하는 3개 사업은 프라임 6000억원, 코어 450억원, 평생교육단과대학 300억원 등 지원금을 모두 합쳐 총 6800억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대학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당근'인 셈이다. 
하지만 정원 조정이나 폐과, 학과 신설 등 교육부 방침에 따라 대학 구조를 개편해야 해 학생들의 반발도 극심했다. 또 각종 지표를 들이대 대학을 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을 정부 입맛에 맞추려 한다"는 회의적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화여대는 이번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 이전에도 프라임 사업과 코어 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도 총학생회를 비롯한 재학생들은 집회와 기자회견 등으로 꾸준히 불만을 표출해 왔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3일 학교 본관 농성 현장을 찾아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철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2016.8.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3일 학교 본관 농성 현장을 찾아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철회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2016.8.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일방적인 교육부 정책과 이를 따르는 대학본부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례로 바라봤다. 구성원들이 교육부를 따르는 대학의 결정을 뒤엎은 첫 사례인 만큼 전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내 주체들이 대학구조조정에 저항한 굉장히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대다수 대학이 교육부의 재정지원에 '굴종'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노 교수는 "대학의 근본적 가치는 '자치'고 사회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면서 "대학구조조정 등으로 대학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무지막지한 억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정 여건이 풍족한 이화여대 같은 대형 대학이 아닌 소규모 대학이나 지방대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의 행동으로 정부 재정지원 사업 철회를 이끌어낸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사업 방식에 '경고'의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여대의 경우 뇌관(불만)이 터진 것은 평생교육 단과대학이지만, 지난해부터 프라임과 코어 등 교육부 사업을 학생들과 논의없이 밀어붙인 학교에 계속해서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그의 말처럼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은 이를 따내려는 대학의 욕심이 맞물려 학내 구성원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가 지표로 대학본부와 학내 구성원 간의 합의 과정을 평가한다고 하지만 이화여대 사례로 보는 것처럼 일종의 요식 행위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사태는 이대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 사업 방향은 그간 너무 졸속적으로 추진됐다"면서 "당장 학사제도를 바꾸거나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등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 대한 경고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서희강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장도 "앞으로는 대학본부가 (재정지원사업 지원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협의를 중요하게 여길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사태가 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의 근본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교육부가 대학교육을 통제하는 수단은 오직 돈이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정원을 강제로 조정하고,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틀어막고, 인문대를 죽이고 있다"면서 "현행 방식의 대학구조개혁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jhlee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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