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수입쇠고기만 살판났죠" 김영란법에 한숨짓는 한우농가들

한우값 고공행진에 쇠고기 수입량 사상 최대
年 2천억 한우선물 시장까지 수입산 대체 전망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6-07-30 08:05 송고 | 2016-07-30 14:44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에휴, 소 키우면서 빚만 늘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빚을 줄여보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소 먹이를 주고 공사판에 나가 일해요. 그래도 사료값 대기가 빠듯한데 빚 때문에 관둘 수도 없어요."
충북 보은에서 한우 170마리를 키우고 있는 맹주일(54)씨는 26년간 한우를 키우면서 손에 남은 건 3억원의 빚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뛰는 한우값에 생활비를 벌기는커녕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공사판이라도 뛰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우값이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수입쇠고기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급증하는 가운데 김영란법까지 시행될 예정이어서 한우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진다면 값싼 수입산 쇠고기에 밀려 한우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우 1등급 ㎏당 가격은 2만원까지 치솟고 있다. 한우 사육마릿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탓이다. 올 2분기 한·육우 사육마릿수는 274만2000마리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6000마리나 줄었다. 한우가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은 수입쇠고기를 대신 먹고 있다. 이 때문에 올 1~5월 국내 수입된 쇠고기는 15만1933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우값 오름세는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년전 한우 감축정책을 썼던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늦게 한우 사육마릿수 늘리기에 나섰지만 2~3년 후에나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한우농가의 적자구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경우 한우 번식우 1마리를 키우면 손실액이 19만1816원에 달했다. 
맹주일씨는 "정부가 150마리를 키워야 돈을 번다고 해서 170마리로 늘렸지만 여전히 일용직 근로로 생계를 잇고 있다"며 "당장 한우 사육을 포기하고 싶은데 그만두면 한꺼번에 3억원을 갚아야 해서 관두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28일부터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 한우농사의 매출은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한우 선물은 김영란법에서 정한 '5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수입산 쇠고기가 이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연간 2000억원의 한우 선물 시장이 사라질 위기다. 한우 소비의 20%가 선물시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우농가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유통국장은 "값비싼 한우로 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만들 수가 없다"면서 "굳이 선물해야 한다면 수입 쇠고기로 선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어 "한우값이 치솟는데도 송아지 생산이 빠르게 늘지 않는 것은 송아지가 자란 2년 뒤에 한우가격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농민들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정책실패를 꼬집었다.


le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