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미개척 남아프리카 다리로 잇는다… 대우건설 주력시장 부상

[다시 뛰는 해외건설②]보츠와나·잠비아 곡선교량 공사
4개국 교통·물류 인프라등 일대 전환 기대

(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2016-07-26 07:30 송고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저유가와 발주량 감소, 심화하는 수주 경쟁으로 건설기업에 놓인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우리 건설기업은 늘 그렇듯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부동산경기 악화 등 위기 속에서도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다. 한때 저가 수주로 경쟁력을 잃었던 동남아 시장에서는 연일 수주 낭보가 들려오고 있으며 안전과 특수 기술을 통해 발주처의 신뢰를 얻고 있다. 다시 뛰는 한국 해외 건설·인프라 현장을 찾아 이러한 노력들을 생생하게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보츠와나와 잠비아를 연결하는 카중굴라 교량 사업. 나미비아와 짐바브웨이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연결하기 위해 곡선형태로 시공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News1
보츠와나와 잠비아를 연결하는 카중굴라 교량 사업. 나미비아와 짐바브웨이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연결하기 위해 곡선형태로 시공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News1

#2014년 8월 카중굴라(Kazungula) 교량 공사 LOA(낙찰통지서)를 접수하자 마자 대우건설은 9월 보츠와나·잠비아와의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남부 아프리카의 40년 숙원사업이 첫 삽을 뜬 순간이다.

보츠와나와 잠비아를 연결하는 카중굴라 교량 사업은 대우건설이 최초로 해외에서 수주한 엑스트라도즈 교량(Extradosed Bridge) 공사다. 엑스트라도즈 교량이란 외관은 사장교와 유사해 보이지만 거더(기둥 사이의 상판)를 보강하는 케이블이 사장교의 케이블처럼 주탑에 정착된 교량을 말한다.
카중굴라 교량 공사는 1980년대 대우건설이 보츠와나에서 5건의 공사를 수행 한 이후 국내 건설사의 실적이 전무했던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잠비아라는 미개척 시장을 진출한 사례다.

실제 대우건설은 아프리카 시장의 강자로 불리고 있다. 1977년 아프리카 대륙 중 수단을 첫 진출지로 삼고 이듬해 리비아 벵가지의 가리우니스 의과대학 신축공사를 시작으로 적극적인 수주를 이어갔다.  

리비아에서만 따낸 수주 규모가 진출 10년 만인 1987년 67억 달러에 달했다. 리비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단, 나이지리아, 알제리, 라이베리아, 보츠와나,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등 다른 아프리카 신규 시장도 개척해 나갔다.
대우건설은 2014년 2월 국내 건설사 중 현대건설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 누적 수주액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해외 진출 38년, 최단 기간에 이룬 성과다. 이 중 아프리카에서 따낸 사업의 규모는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267억3200만 달러. 전체 건설사가 아프리카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보츠와나·잠비아 카중굴라 교량 공사를 1억6200만 달러에 수주했다. 공사기간은 2018년 연말까지다. 보츠와나와 잠비아 국경을 연결하는 923m 길이다. 왕복 2차선의 도로와 단선철도가 동시에 지나는 교량이다. 대우건설은 카중굴라 교량 공사를 바탕으로 인접 국가로의 인프라 공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20%의 공정률로 2018년 연말까지 공사가 진행된다. (사진=대우건설)© News1
현재 20%의 공정률로 2018년 연말까지 공사가 진행된다. (사진=대우건설)© News1


◇남부 아프리카의 숙원사업, 현재 공정률 20%


인천공항을 출발 홍콩과 남아프리카를 경유해 총 25시간의 거리를 날아가면 보츠와나 카사니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다시 차량으로 40분을 이동하면 대우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남부 아프리카의 숙원사업 카중굴라 교량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카중굴라 교량 사업은 엑스트라도즈 교량이다. 엑스트라도즈 교량은 사장교에 비해 주탑의 높이가 낮아 케이블이 교량의 상판을 들어 올리는 기여도가 적기 때문에 상판을 더 튼튼하게 설계해야 한다.

진행 속도가 빠른 이 사업은 남부 아프리카의 40년 숙원사업이라고 불릴 정도다. 현지에서는 보츠와나, 잠비아, 나미비아, 짐바브웨 4개국 국경이 모여 있어 지역 내 교통과 물류 인프라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츠와나와 잠비아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는 달리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다. 풍부한 자원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도로나 철도와 같은 물류 인프라의 구축이 국가적인 과제다. 이렇다보니 당시 기공식에선 보츠와나 케디킬레(Dr. P.H.K Kedikilwe) 부통령, 잠비아 스콧(Dr. Guy Scott) 부통령, 보츠와나 몰레피(Hon. Nonofo Molefhi) 교통통신부 장관을 비롯한 양국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카중굴라 교량 현장은 보츠와나와 잠비아 두 국가를 가로지르는 잠베지강(Zambezi River)에 놓는 다리다. 특이한 점은 일반 교량처럼 직선형태가 아닌 커다란 곡선이다. 나미비아와 짐바브웨이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보츠와나와 잠비아를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공정률은 20%다. 가설교량을 설치하면서 강 하부에 대한 기초파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잠베지강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도양으로 흘러드는 아프리카 남부 최대 크기의 강으로 유량이 많고 강 하부에 퇴적층이 깊어 교량을 지지하기 위한 기초파일 공사가 중요하다.

보츠와나·잠비아를 잇는 '카중굴라 교량 사업' 조감도© News1
보츠와나·잠비아를 잇는 '카중굴라 교량 사업' 조감도© News1


◇육상에서 테스트 시험 거쳐 안전성과 정확성 담보


대우건설은 교량을 지지하는 파일이 현장에서 용접할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육상의 공장에서 사전 용접된 파일을 사용하고 있다. 또 교량의 핵심지지 역할을 하는 교각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실제 교각과 동일한 사이즈의 테스트 교각을 육상에서 시공해 콘크리트 변위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일반적인 직선 형태의 교량과 달리 커다란 커브의 교량 형태에 따라 열차와 차량의 주행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전체적으로 북측을 향해 살짝 기울어져 있다. 교량을 지지하는 교각도 기울어진 형태로 시공돼야 하며 교량이 시공된 이후 자연적인 침하현상을 고려해 각 교각들이 오차범위 5㎝ 이내로 한정했다.

교량 상판 공사는 폼 트래블러(Form Traveller) 공법이 적용된다. 폼 트래블러 공법이란 현장 타설을 통해 교량 상판이 조금씩 늘어나는 방식이다. 기존 도로의 상부를 가로지르는 교량이나 하천 교량 등에서 많이 사용된다.

빠른 공사 진행을 위해 보츠와나와 잠비아 양측에서 교량을 동시에 시공해 잠베지 강 위에서 만나는 형태로 시공된다. 직선도 아닌 곡선 형태의 교량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강 위에서 맞닿을 수 있도록 대우건설은 위성을 이용한 GPS 장치를 현장에 설치했다. 교량의 시공 과정마다 위치 데이터를 분석해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엑스트라도즈 교량은 사장교에 비해 주탑의 높이가 낮아 케이블이 교량의 상판을 들어 올리는 기여도가 적기 때문에 상판을 더 튼튼하게 설계해야 한다.(사진=대우건설)© News1
엑스트라도즈 교량은 사장교에 비해 주탑의 높이가 낮아 케이블이 교량의 상판을 들어 올리는 기여도가 적기 때문에 상판을 더 튼튼하게 설계해야 한다.(사진=대우건설)© News1


◇"각종 위험에도 불구 주력시장으로 발전시킬 것"

현장 공사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보츠와나와 잠비아 두 국가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 국가에서 뽑은 근로자들의 임금을 각 국가의 화폐와 세법, 노동법에 따라 달리 관리해야 하며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 역시 각 국가의 기준과 규정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결국 두 개의 해외현장이 한 현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다. 현장 숙소와 사무실, 자재 창고 등 모든 시설이 양 국가에 동시에 세워져 있으며 직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국경을 넘으며 일한다는 우스개소리를 하기도 한다. 

음식도 현장 근로자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보츠와나와 잠비아는 모두 내륙국가로 한국에서 식자재를 조달할 경우 해상 운송 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인근 국가를 통해 육상 운송해야 한다. 결국 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위치한 한국 식품점에서 식자재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으나 이 역시 물품의 종류가 부족하고 가격이 비싸 현장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이 위치한 카중굴라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로 알려진 블랙만바(Black Manba)의 서식지로 현장과 인근 마을 등에서 쉽게 발견될 정도다. 뿐만아니라 사자, 코끼리, 악어, 하마 등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 현장에서는 업무 외의 이유로는 캠프밖에 대한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풍부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발전과 도로 등 인프라 시설에 대한 발주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카중굴라 교량 공사에서 얻어진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남부 아프리카의 주력 시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j_ji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