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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기습' 중국에 허 찔린 한국 외교

왕이 中 외교부장, 사실상 '사드배치 철회' 요구
"한국, 최근 행위 쌍방신뢰 훼손"...'내정 간섭' 논란

(비엔티안(라오스)=뉴스1) 홍기삼 기자 | 2016-07-25 06:00 송고 | 2016-07-25 13:16 최종수정
24일 왕이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장관을 기다리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News1 홍기삼 기자
24일 왕이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장관을 기다리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News1 홍기삼 기자


'한밤의 기습'이었다.
24일 오후 10시16분경(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돈찬팰리스호텔 14층.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첫째날 한국과 중국 양국이 양자회담을 시작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후 처음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이어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회담 시작 전 중국 외교부 공보과 직원이 우리 외교부 측에 "회담장이 크니 기자들이 더 들어갈 수 있다"며 갑자기 우리 측 외교부 공동기자단 숫자를 늘렸다. 한국 기자들 11명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모두 발언을 듣기 위해 한꺼번에 회담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왕이 부장은 한번도 끊지 않고 작심한 듯 속사포같이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호상 신뢰의 기초를 손해(훼손)시켰습니다.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일갈했다.

통상 양자회담에서 의례적이고 호의적인 인사말을 주고받는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왕이 부장은 상대방 언론들이 지켜보는 공개장소에서 하고싶은 말을 쏟아냈다.  
 
왕이 부장은 모두 발언 서두에 "중한 양국이 이웃나라입니다. 우리 사이에 전문적인 협력적인 관계를 진행해왔습니다. 쌍방의 인적관계는 이미 천만시대에 올랐습니다. 이런 신호는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복리를 가져다주고 있으며 나중에도 계속 복리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왕이 장관은 "오늘 장관님이 만남을 제기했습니다. 저도 만나는 것을 동의합니다. 우리가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미리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서 장관님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한국 측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서 어떤 실절적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 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이 말한 '실질적 행동'은 곧 사실상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는 곧 국내외적으로 '내정 간섭'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발언이다.  

이에 윤병세 외교장관은 회담중 중국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응수했다.

윤 장관은 '추신지불 전초제근'(抽薪止沸 剪草除根:장작불을 빼면 물을 식힐 수 있고, 풀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이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통해 "사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핵해결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봉산개도 우수탑교'(逢山開道 遇水搭橋:산을 만나면 길을 트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라는 고사성어를 통해 최근 사드 배치로 고착화된 양국 간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날 윤 장관이 인용한 고사성어가 중국 대표부 인사들의 머리와 마음을 얼마나 움직였을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과 중국 외교장관회담은 애초 예상된 시간보다 훨씬 짧은 1시간 남짓 진행돼 이날 밤 11시15분 종료했다. 중국 측의 느닷없는 한방에 한국 외교가 속절없이 '기습 공격'을 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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