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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 쓴 유전체기술 99만원에 쓰게 할 것"

[바이오 프런티어①]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2~3년내 유전체 99만원 진단시대 가능할 것"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6-07-25 12:09 송고 | 2017-02-13 18:04 최종수정
편집자주 바이오 전성시대다.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차세대 산업이란 찬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바이오 개척은 고단한 인내를 필요한 지난한 과정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만 최소 10년이 걸리기 일쑤다. 한국 바이오산업을 개척하고 이끄는 프런티어들의 스토리와 그들이 말하는 미래를 연속으로 싣는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News1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News1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암예방을 위해 2013년에 유방을, 2015년에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때 적용된 기술이 게놈(유전체) 분석이다. 졸리는 유전체 검사를 통해 자신이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같이 결심했다. 곧 졸리처럼 적은 비용으로도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마크로젠이 그 선두에 서 있다. 인간 게놈 지도는 미국이 먼저 만들었지만 상용화는 우리가 빠르다. 2~3년 후에 유전체 정보를 미국보다 싼 99만원에 분석하는 시대를 열겠다"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 창업자 서정선(64·사진) 회장은 2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나타냈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다. 수조 개 세포로 이뤄진 사람 몸은 각 세포 핵에 23쌍의 염색체가 있다. 각 세포에는 32억쌍의 염기가 존재하는데 이 배열 순서를 밝혀내는 작업이 인간게놈 프로젝트이다. 개인의 유전 특성을 다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처럼 가능성 높은 질환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의학· 맞춤의학의 근간이 된다.

◇" 2~3년내 99만원에 소비자가 이용할 서비스 나올 것"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중 가장 저렴한 것은 미국 게놈 분석장비 제조업체인 일루미나가 내놓은 1000달러(약 113만원)다. 마크로젠은 2~3년내에 소비자들이 이보다 낮은 99만원(약 870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회장에 따르면 경쟁업체는 유전체 분석시간도 2~3주나 걸린다. 불과 며칠 만에 검사결과가 나오도록 해서 가격은 물론 시간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게 서 회장의 전략이다. 마크로젠이 유전체 분석때 쓰이는 시약을 다루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는 비싼 시약을 가능한한 적게 사용하면서 검사 결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서 승부가 갈린다. 일루미나가 게놈 1000달러 진단 시대를 선언하면서 밝힌 비용 중 797달러 시약 값이었다.

마크로젠은 숙련된 연구인력을 대거 확보하는 한편 일루미나 '하이세크 엑스 텐' 등 최신 장비 21대를 보강했다. 전 세계 3위 안에 드는 규모다. 비싼 시약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한국인의 손기술과 최신 장비가 마크로젠의 최대 경쟁력이다.

서 회장은 "2년 전 일루미나가 게놈 1000달러 시대를 선언하면서 3곳의 지명 고객 중 한 곳으로 마크로젠을 언급했다"며 "그때 회사가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재 마크로젠 고객은 전 세계 150여개 국가에 1만5000여명에 이른다. 

규제면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환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민간 유전자 검사 업체에서 탈모와 혈압, 피부 노화 등 12개 항목에 한해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540억원이던 마크로젠 매출액은 2015년에는 795억원으로 늘었다. 매출 대부분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나왔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1억원이다. 단기 매출목표는 1000억원이다. 서 회장은 "멀지 않은 시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5월 마크로젠을 분석한 리포트를 통해 올해 미국법인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3곳이던 미국법인이 지난해 말 1곳으로 흡수·합병돼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법인 매출액은 2014년 18억원이던 것이 2015년 15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0억원 수준이다.

◇DVD 영화 300만편 분량 유전정보 보유 마크로젠은…

마크로젠은 1997년 설립됐다. 연구기관과 제약사에 유전자 변형 쥐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출발했다 유전자·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성장열차를 탔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약 4만명을 상대로 샷건 시퀀싱(Shotgun sequencing)을 진행했다. 이 분석법은 디엔에이(DNA)를 토막내 염기서열을 분석한 후 컴퓨터에 넣어 서로 겹치는 부분을 컴퓨터가 찾아내 순서를 짜 맞추는 방식이다.

서 회장은 게놈 유전체 정보를 10만건 넘게 분석하면 정보 질이 우수해져 질병 예측이 더 정밀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해외 선진국 정부가 앞다퉈 의료비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유전정보 분석이야말로 이를 실현해줄 해법이라는 견해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News1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News1

마크로젠은 유전체 분석을 넘어 빅데이터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마크로젠이 보유한 유전정보는 17페타바이트(PB)로 DVD(디브이디) 영화 약 300만 편과 맞먹는 규모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업체를 제외하면 가장 많다. 

서 회장은 "가령 천식에 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일찍부터 이를 조심하도록 알려주고 관리하게 만들겠다"며 "앞으로 유전체 분석 시장이 대중화되면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정선 회장은…

서정선 회장은 의사 출신 1세대 바이오 벤처사업가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의대를 졸업했다. 모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중 창업 제의를 받고 1997년 마크로젠을 설립했다. 

한국바이오협회장을 겸직 중인 서 회장은 줄곧 바이오벤처 1000개 육성론을 주장해왔다. 1000개 벤처 중 10%만 성공해도 100개 기업이 탄생하고 한국에 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논리다. 특히 의사들의 창업을 많이 권유한다. 바이오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보니 의사만큼 딱 맞는 스펙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취미는 태극권이다. 느린 동작을 통해 머리를 비우고 집중력을 키운다며 25년간 태극권을 수련해왔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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