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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까기]'함틋' 얼굴이 개연성은 아닐 텐데

(서울=뉴스1스타) 강희정 기자 | 2016-07-22 07:00 송고
감정선이 뚝뚝 끊긴다. 한 시간이 벌써 지나갔나 할 정도로 몰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함부로 애틋하게'를 보면서는 '왜 또 갑자기 이러지?' 몇 번이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지난 21일 밤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6회(극본 이경희/연출 박현석 차영훈)에서 신준영(김우빈 분)은 노을(수지 분)을 데리고 거제로 향했지만 다음날 사라졌다.
앞서 신준영은 자신의 콘서트장, 많은 카메라 앞에서 최지태(임주환 분)로부터 노을을 데리고 나왔다. 그는 노을을 태운 채 막무가내로 서울에서 거제까지 차를 몰았다. "멈추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우빈, 수지는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각각 신준영, 노을 역을 맡았다. © News1star /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캡처
김우빈, 수지는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각각 신준영, 노을 역을 맡았다. © News1star /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캡처


이후 신준영은 노을이 최지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냈다. 그래도 다정했다. 그는 술에 취한 노을을 업어다 재우고, 더러워진 옷을 손수 갈아입히고, 민박집에서 노을의 옷을 손수 빨아줬다. 그래 놓고 다음날 아침 사라진 거다. 노을이 신준영을 찾아 인근 섬으로 갔을 때 정작 신준영은 노을은 내쳤다. "눈앞에서 꺼지라고" 말하는 그는 과연 바로 전날 노을을 막무가내로 데리고 도망치던 이와 동일 인물인가 싶을 정도였다. 사실관계는 이해해도 공감이 썩 어렵다. 일각에서는 신준영을 두고 "너무 폭력적"이라고도 한다. 적어도 신준영의 감정에 몰입 가능했다면 나오지 않을 반응이다.
다음주 방송에서는 또 시청자가 몰랐던 신준영의 사정이 밝혀지면서 이런 돌변에 개연성을 부여할지 모르겠다. 이제껏 '함부로 애틋하게'가 즐겨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니까.

'함부로 애틋하게'엔 매회 회상이 빠지지 않았다. 비밀은 드라마에서 좋은 장치이고, 이를 언제 꺼내느냐도 중요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 장치를 너무 남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술에 취한 노을이 간밤의 기억을 하나, 하나씩 떠올리는 과정에서는 억지스러움마저 느껴졌다.

거슬러 올라가면 신준영이 노을을 보고 다시 사랑에 빠진 것조차 얼마 되지 않았다. 노을에게 '3개월만 사귀자'고 계약 연애를 제안한 건 집에서 진행된 다큐멘터리 첫 촬영 때였다. 이어 다음 촬영인 콘서트장에서 무대 위에 노을을 올려 대중을 상대로 연애(적어도 타인에게는 그렇게 보이는)사실을 공개했다. 고작해야 노을이 미혼이고, 남자 친구가 없다는 것만 확인한 후였다. 그간 신준영이 어떤 마음으로 프러포즈를 결심했는지는 추측만 할 뿐이다. 시청자가 쫓아가기엔 호흡이 빨랐다. 그렇게 노을의 마음이야 상관없이 멋대로 일을 다 벌려놓곤 노을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그를 포기할까 하룻밤 고민 후 잠적했다. 찾아온 노을에게는 성을 내며 꺼지라고 했다.

물론 드라마니 그럴 수도 있다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는 그런 신준영의 감정 변화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끔 그리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신준영을 보여주지만 정작 그 변덕을 시청자에게 이해시키는 감정선의 힘이 떨어진다. 안하무인 시한부 톱스타라는 설정만으로 그를 이해하기엔 무리다.

임주환은 수지를 사랑하고 있다. © News1star /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캡처
임주환은 수지를 사랑하고 있다. © News1star / KBS2 '함부로 애틋하게' 캡처


다른 인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신준영이라면 이를 갈았고, 가난에 치를 떨던 노을이 서울에서 거제까지 40여만 원 택시비를 지불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지태가 좋다며 울었는데 정작 지태와 밥을 먹다 말고 말도 없이 신준영을 찾아 사라졌다. 어떤 계기로 감정을 깨달았을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는 알 수 없다. 그 사이 노을은 전날에 대한 회상을 몇 번 했을 뿐이다. 지태는 또 어떤가. 그는 아버지와 노을의 악연을 알기에 자신의 감정을 추스렸다. 그런데 노을을 너무 좋아하는 것 치고는 굉장히 단호하게 노을의 마음을 거절했고, 단호하게 밀어낸 것치고는 가벼워 보일 만큼 빨리 다시 노을을 찾아왔다. 

그러다 보니 '함부로 애틋하게'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모인 듯 보이기도 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도 공감하기가 힘들다. 시한부 인생 톱스타라는 설정은 과한 변덕도 소화할 만한 좋은 장치인데 그게 그럴싸해 보이지 않고 궁금증만 자아낸다.

신준영, 노을의 재회나 순식간에 서로를 향해 싹튼 사랑 쯤이야 배우 김우빈, 수지의 비주얼 덕에 힘을 얻을 수 있다. 저렇게 생긴 이성이 돌아왔는데 어떻게 다시 사랑에 안 빠지고 버틸까. 하지만 역시 얼굴만으로 부족하다. 시청자가 드라마를 한 폭의 그림처럼 관조하게 둘 게 아니라 극에 끌어들여 울고 웃게 해야 하는데. 홀로 달리는 '함부로 애틋하게'에는 감정이입을 도울 섬세함이 필요해 보인다.


hjk07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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