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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실에 모여 학내폭력 실태조사?…비밀유지는 실종

학교 교사들 "참여율 높이기 위한 형식적 조사"
교육부 "모바일 실태조사는 예산문제로 어려워"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2016-07-20 17:29 송고 | 2016-07-20 18:21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할 때쯤 되면 교육청에서 몇 퍼센트 이상 올려달라고 독촉 전화가 와요. 학생 중에 누가 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컴퓨터실에서 일괄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밖에 없죠. 주위 친구들이 다 보는데 익명성은 당연히 보장 안 되고…."(충북 A중 교사)

"서울시 전체 다 그럴 거예요. 학생들에게 조사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라고 홍보만 해서는 참여율이 60%를 넘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학교 중에 60%를 넘지 않는 학교가 없어요.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없어도 학생부장들 사이에서는 90%만 넘기자고 하거든요."(서울 B중 교사)
학교폭력의 피해 현황을 확인하고 가해 학생을 관리하기 위한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올해도 파행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율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은 교내 컴퓨터실에 모여서 조사를 받는 등 비밀이 유지되지 않아 형식적인 조사로 그쳤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반응이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정확한 조사를 위해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원칙대로 조사를 진행할 경우 학생들의 참여가 잘 이뤄지지 않아 학교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이 많다.
충북 A중 교사는 "초등학생들은 교사를 많이 따르는 경향이 있어 계속 독려하면 조사에 잘 참여한다"며 "중·고등학생들은 '그런 실태조사를 해도 변화가 있겠나'하는 인식이 있어서 학교폭력 피해를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면 참여를 잘 안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할 기관인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참여율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자 과학시간 등 수업시간을 일부 활용해 단체로 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서울 B중 교사는 "학생들을 데려가 컴퓨터실에서 한꺼번에 조사하게 하면 아무리 (익명 유지를 위해) 조심한다고 해도 솔직하게 답하기 어려워할 것"이라며 "집에서 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교사들이 하자고 반강요적인 모습을 취하면 아이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에서는 "학교별로 정해져있는 참여율 기준은 없다"며 자율참여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학생 개인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집에 가서 까먹고 조사에 참여를 안 한 경우 학교 컴퓨터실에서 할 수도 있지만 집단으로 하지 말고 한 사람씩 하거나 서로 화면이 보이지 않게 한 줄씩 떨어져서 하는 방식으로 안내한다"며 "조사 화면상에 '스크린 가림막' 기능을 넣어 다른 학생이 보지 못하게 컴퓨터 화면 밝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의 개별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은 어려운 점이 많다"며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조사도 검토단계에 있으나 예산이 많이 소요되고 휴대전화를 안 갖고 있는 학생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조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연 2회 전수조사를 하는 현재의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관해 상반기에는 전수조사를, 하반기에는 표집조사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많다"며 "그렇게 하면 상반기 실태조사에서 변화된 데이터를 볼 수 있고 하반기에는 심층 분석을 통해 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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