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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충혈된 눈으로 55분간 해명…"부르면 가지만 나는 모른다"

자필로 써온 메모지 읽어…이야기 중간 한숨도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6-07-20 13:17 송고 | 2016-07-20 14:58 최종수정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 News1 이종덕 기자

"이제는 제가 한 일을 넘어서 저희 가정사라든지, 심지어 우리 아들 문제까지 거론되는 걸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55분 동안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심경을 토로했다.
의혹 제기의 시작이었던 지난 18일 조선일보의 처가 부동산 매매 관련 의혹 보도 이후 각종 후속 보도들이 쏟아지자 입장 자료 발표를 넘어 이틀 만에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우 수석은 그간 기자들과 접촉을 꺼리는 것은 물론 청와대 소관 업무를 보고받는 국회 운영위원회에도 관례를 들어 출석하지 않아 야당으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사정 기관을 총괄한다는 직무상 이유로 잠행을 이어왔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우 수석이 이날 직접 기자들을 찾아와 해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사안의 중대성을 그만큼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우 수석은 자필로 몇 장에 걸쳐서 써온 메모지를 넘기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메모지는 이야기 중간중간 접히면서 이내 꼬깃꼬깃해졌다. 우 수석의 눈은 빨갛게 충혈된 모습이었다.

우 수석은 자신의 해명과 기자들과의 문답을 이어가는 동안 이따금 한숨을 쉬거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답답한 심경을 가감 없이 표출한 것이다.

우 수석은 "그동안 공직자로서 국민과 대통령님을 위해서 성실히, 또 최선을 다해서 일해왔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됐다"는 말로 운을 뗐다.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가슴 아픈 부분"이라며 감정적 호소를 하기도 했다. 자신의 아들이 의무경찰 복무 2개월여 만에 서울지방경찰청 전출돼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우 수석 처제가 2013년 조세회피처로 떠오른 세인트크리스토퍼네비스 국적을 취득했다는 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 수석은 "아들의 상사라고 하는, 그 사람 얼굴을 본 적 없다"고 해명했다.

우 수석은 이처럼 해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앞으론 제가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면, 절 도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당부하는 등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도 없다"고 거부했다.

우 수석은 서울 강남역 부근 1300억원대 처가 땅을 넥슨코리아에 파는 과정에서 △넥슨코리아를 세우고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 제네시스 차량 등을 뇌물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에게 부탁했고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 등을 부인했다.

또한 △2013~2014년 변호사 활동 당시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법조 비리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변론을 맡았다는 의혹 △홍 변호사와 정 전 대표를 이어준 의혹을 받으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법조브로커 이민희씨와 어울렸다는 의혹 등도 반박했다.

아울러 진 검사장과 안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진 검사장 승진 당시 검증 과정에서 친소 관계가 작용했다는 의혹도 부정했다.

우 수석은 향후 검찰 수사에 관해서도 "(검찰에서) 오라면 가겠다"며 "부르면 가야지만 어차피 '모른다, 아니다'밖에 (할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제기한 '우병우 사단'을 두고는 "주어진 제 업무 범위 내에서 검증할 것을 하고 했다"고 반박했다.


gi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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