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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전 주치의 "의사는 선수보호자...감독과 불편함도 감수해야"

[인터뷰]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운동 좋아해 스포츠 의학 정형외과 전문의로 변신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6-07-20 16:17 송고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전 런던 올림픽 주치의)./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전 런던 올림픽 주치의)./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특정 종목은 조금만 무리해도 관절에 큰 손상을 입을 정도로 선수 전체가 종합병원인 곳도 있었어요. 너무 많은 훈련을 한 탓이겠죠. 선수를 보호하려면 올림픽 국가대표 주치의는 감독과 불편한 관계여야 합니다."

제30회 런던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주치의로 활동한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은 20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4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올림픽 주치의 3명...선진국 종목마다 의사 배치

서 원장은 8월 6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주치의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런던 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주치의가 3명에 불과해 선수들에게 충분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종목별로 주치의를 데려온 선진국 선수단을 보며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런던 올림픽 기간에 '눈코 틀새' 없이 선수들을 치료했지만 종목마다 경기장이 떨어져 있어 꼼꼼한 치료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이런 환경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림픽 주치의라면 감독들과 불편한 관계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론도 펼쳤다. 서 원장은 "감독이라면 메달을 따기 위해 선수들에게 훈련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목표를 달성하려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의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8월 평균 최저 기온은 19도, 평균 최고 기온은 26도 정도다. 우리나라 8월보다 조금 선선한 편이지만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종합적인 관리가 필수다.

선수들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때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주치의가 선수 생활에 이상이 없는 선에서 다양한 조언을 해주면 선수는 고민을 털어낼 수 있다.

서 원장은 "이제는 선수가 몸과 마음까지 다쳐가며 국가를 위해 메달을 따라고 강요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지 않았느냐"며 "치열한 경쟁 끝에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이 세심한 관리를 받으면 경기를 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전 올림픽 주치의)이 무릎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전 올림픽 주치의)이 무릎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운동 좋아해 대학병원 과장 하다 스포츠 의학 전문의 길로

서 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의사가 돼 재활의학을 전공한 후에도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놓지 않았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따고 1996년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으로 취임했다. 대학병원 과장으로 1년 남짓  활동하다가 1997년부터 2년간 '미국 하버드 메디컬 스쿨'로 연수를 떠났다.

미국은 그야말로 스포츠 의학 천국이었다. 그곳에서 펠로우(전임의) 생활을 하면서 스포츠 의학 의사로 제대로 활동하려면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이 필요하다고 절감했다. 2년간 미국 연수 끝에 한국으로 돌아온 서 원장은 대학병원 과장이 아니라 레지던트 1년차 수련생으로 변신했다. 

당시 병원 내부에서 '당혹스럽다', '괴짜 같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한참 어린 후배들에게 혼나가며 4년간 묵묵히 수련생활을 마쳤다. 덕분에 국내에서 최초로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수련을 각각 4년간 받은 복수 전문의 자격을 갖고 2004년 정형외과 의원을 개원했다. 직원 7명이던 정형외과 의원은 12년 만에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서 원장은 학생 스포츠 대회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올해 1월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바른세상병원배 제43회 전국 학생 스키대회'를, 5월에는 경기도 초·중학교 야구대회를 열었다.  

현재 바른세상병원에는 비정규직 직원이 없다. 의사부터 주차관리 직원까지 모두 정규직 신분을 보장받는다. 출산한 여직원에게 1개월의 유급휴직을 추가로 부여해 법정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합쳐 총 15개월을 보장한다.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술 대신 비수술 치료를 권장하고 의약품 투여를 줄여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1300만원가량 포상금을 받았다.

서 원장은 "작은 이익에 휘둘리면 환자들이 금세 눈치채고 병원은 성장을 멈추게 된다"며 "좋아하는 스포츠 의학 분야에 더 집중하고 해외에서 환자들이 많이 찾아오도록 병원을 키우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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