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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때리기' 된 생리대 가격 논란…시장 논리 훼손 우려도

원자재값·시장구조·국가별제품값…주장들 왜곡?
정부책임론-기업화살…"시장논리도 지켜져야"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나석윤 기자 | 2016-07-15 06:40 송고 | 2016-07-15 11:49 최종수정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서 생리대 가격인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생리대 가격인하와 면세 등을 주장하며 벽에 물감으로 색칠한 생리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6.7.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서 생리대 가격인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생리대 가격인하와 면세 등을 주장하며 벽에 물감으로 색칠한 생리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6.7.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생필품인 생리대 가격의 적정성을 두고 벌어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명 '신발 깔창 생리대' 사건을 통해 저소득층이 생리대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논란의 진행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분위기다. 생리대시장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만 몰아세우면서 그동안 생리대 시장관리, 저소득층 지원 대책에 미흡했던 정부의 책임론이 옅어지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해명은 묻혀버렸다. 이번 논란으로 기업과 시장 논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출처 =  시민단체, 유한킴벌리.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출처 =  시민단체, 유한킴벌리.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신발 깔창 생리대'에 묻힌 유한킴벌리 해명
15일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인상 논란과 관련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원부자재 및 제품 가격 인상, 각국 제품가격 비교 등 주요 주장이 유한킴벌리에 불리한 면만 부각됐다.

논란은 지난달 유한킴벌리가 신제품의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촉발됐다. 유한킴벌리의 가격 인상 부당 여론-생리대 가격 적정 논란-저소득층 및 여성인권 문제-공정거래위원회의 유한킴벌리 조사 검토로 이어졌다. 
우선 생리대 원자재 가격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한 시민단체는 생리대 제조에 사용되는 펄프와 부직포의 수입물가지수(2016년 4월 기준)가 2010년 대비 각각 30%, 8% 하락했다며 유한킴벌리의 가격 인상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반면 내부 자료에는 유한킴벌리가 쓰는 펄프 가격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20% 인상됐다. 같은 기간 부직포도 13% 올랐다. 부직포, 포장재 많게는 20% 뛰었다. 사실이라면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기업의 제품가격 상승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시민단체와 유한킴벌리의 수치가 정반대로 나타난 이유는 펄프 기준을 달리 잡아서다. 시민단체는 전체 펄프(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펄프와 부직포에서도 품질이 우수한 재료를 선별해 쓴다. 전체 펄프 중에서 생리대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펄프는 2%에 불과하다. 

생리대 가격 추이도 차이가 난다. 시민단체는 201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11% 상승하는 동안 생리대 품목(통계청 기준)이 26%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제품 선정에 따라 결과가 뒤바뀐다. 유한킴벌리의 주력 제품은 '화이트'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제품가격은 100을 기준으로 올해 99로 1% 떨어졌다. 다른 주력 제품인 좋은 느낌도 같은 기간 114를 기록, 14% 올랐는데 이는 소비자물가지수(11%)와 비슷한 추이다. 통계청이 신제품 출시와 관계없이 고가제품, 저가제품의 평균을 내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또 유한킴벌리가 가격을 7.5% 인상한 신제품 '좋은느낌 매직쿠션'은 원자재 추이와 별개로 가격이 매겨졌다는 점도 논란에서 간과됐다. 제품은 기존 제품과 다른 소재의 재료와 기술을 적용했다. 커버와 기술의 비용은 기존제품보다 각각 56%. 94%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기존 제품의 가격 인상은 없었다. 

논란의 또다른 쟁점은 한국의 생리대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싸다는 주장이었다. 1위 사업자인 유한킴벌리가 가격을 올리면서 이같은 차이를 만들었다는 논리였다. 좋은느낌 스키니핏 하이퍼 울트라 날개 중형(18개입)의 가격이 개당 331원으로 일본, 미국에서 주요 제품보다 두 배가량 비싸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또한 제품에 따른 가격 차이로 보인다. 자료에서는 지난달 20일 기준 일본, 중국, 미국, 한국의 온라인 채널(아마존, 이마트몰)에서 판매 중인 저가 제품(23~27cm 날개형 중형 기준)의 1개당 가격을 비교했다. 미국이 240원대로 가장 높았고, 일본(150원), 한국(140원), 중국(130원) 순이다. 미국과 일본의 고급형 제품 중에서는 한국보다 두 배가량 비싼 경우도 있었다.

더욱이 국가별 가격 차별 논란을 만든 제품은 올해 4월 단종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제품은 2015년 생리대 매출 비중에서 0.1%에 불과해 기준으로 삼기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출처 = 유한킴벌리(아마존, 이마트몰 판매 기준).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출처 = 유한킴벌리(아마존, 이마트몰 판매 기준).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공정위, 논란 개입할 듯…"부작용 최소화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논란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최근 생리대가격이 적정한지 유한킴벌리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시장을 왜곡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는지 밝혀낸다는 취지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생리대 시장 점유율 절반을 유한킴벌리가 차지하면서 가격 인상 등 부당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며 "공정위가 여성의 생활필수품인 생리대 시장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기업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할 때 발생하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기업이라는 시장논리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공정위가 염두에 둘 사안은 생리대 시장 구조다. 1971년 유한킴벌리가 일회용 위생 생리대를 출시한 이후 1980년대부터 미국, 일본 브랜드 업체가 국내에 진출했다. 품질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고품질의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는 시장의 제품가격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유한킴벌리는 2010년부터 4개의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고 특허를 획득했다. 

또 이번 논란에서 정부가 생리대 가격 논란이 있기 전 역할이 미흡했는지에 대한 검증단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고급 제품 출시와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은 기업이 결정하는 게 맞다"며 "정치권에서 공정위를 몰아세우다보니 (공정위가)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측면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기업은 가격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기관, 시민단체는 기업과 시장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시장)개입의 적정선을 잘 지키여 한다"고 덧붙였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생리대는 특성상 고객의 기호와 품질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고급형 제품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미 시장에서 중저가형 제품이 널리 유통되고 있지만 고급형에 비해 수요가 현저하게 낮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저소득층의 생리대 구매 어려움을 알게 됐다"며 "150만대 패드의 생리대를 한국여성재단을 통해 무상 지원하고 하반기 일반형 생리대를 출시하겠다"고 전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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