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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리 좀 살게 해줘유"…서천화력 마량리의 절규

폐지 앞둔 화전 옆 자리에 두배 이상 신규 발전소 들어서

(충남=뉴스1) 박현석 기자 | 2016-07-12 14:49 송고
충남 서천 서면서부터 마량리 입구까지 신서천화력발전 건설 반대 현수막이 도로를 따라 곳곳애 걸려 있다. © News1
충남 서천 서면서부터 마량리 입구까지 신서천화력발전 건설 반대 현수막이 도로를 따라 곳곳애 걸려 있다. © News1

지난 6일 정부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30년 이상 노후된 석탄화력 전면 폐지 등을 발표했다. 석탄화력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며 국민적 지탄을 받자 정부가 내세운 대책안이다. 전국 화력발전소의 50%이상이 몰려있는 충남도가 정부방침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83년 충남 서천군 마량리에 지어진 400MW급 서천화력1·2호기는 정부의 이번 발표로 오는 2018년 가동이 중단된다. 그러나 정부발표 다음날인 7일, 기존 1·2호기를 대체하는, 두배 이상 규모의 1000MW급 신서천화력발전소 착공식이 이곳에서 열렸다. 마량리 주민들이 가슴을 치며 절규했다. 화력발전소로 고통받는 마량리 현지를 뉴스1이 직접 찾아가봤다.

◇ 창틀에 석탄재, 집집마다 닫혀진 문...빨래는 집안에
‘미세먼지 대책 없는 발전소건설 당장 중단하라’ 11일 오후 1시께 충남 서천군 서면에서 마량리로 진입하는 도로 곳곳에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정표와 네비게이션 없어도 뿔난 지역민들을 대변하는 현수막을 따라가니 쉽게 마량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량리는 20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담 하나를 경계로 서천화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높게 솟은 굴뚝은 마을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띈다.

마을 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결같이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해 마을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석탄화력으로 인한 피해는 말할 것 도 없다"는 주민 이모씨(74·여)가 직접 눈으로 보여주겠다고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화력발전소와 불과 1km 떨어진 주민 이모씨의 집 창틀엔 석탄재가 수북히 쌓여있다. © News1
화력발전소와 불과 1km 떨어진 주민 이모씨의 집 창틀엔 석탄재가 수북히 쌓여있다. © News1

마을집 대부분은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대부분의 집들이 현관 앞에 방충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씨는 집안에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발전소와 마주한 창틀에 손을 갔다대니 금세 검은 석탄가루가 묻어나왔다. 창문너머 보이는 발전소 굴뚝을 가르키며 “저게 들어선 후로 석탄가루가 날려서 창문을 열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서 자란 부녀회장 김모씨(59·여)도 옆에서 거들었다. “저게 처음 생길 적에 밭에 심은 상추나 널어놓은 생선 위에 석탄가루 쌓이고 해서 말도 못했어”라며 “얼마 전 뉴스를 보니까 저게 또 미세먼지까지 내뿜는다고 하는겨. 아이고 우리가 얼마를 살겄어.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은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야 하지 않겄슈”라며 하소연 했다.

◇ 신규 화력발전소 20기 건설예정, 불가피하다면 전문가 통한 대처방안 마련해야

역시 이곳에서 자란 홍성돈 서천화력발전소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의 피해와 환경파괴로 말할 수 없다며 석탄화력은 "소리없는 살인"이라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선 자리엔 옛날 동백정 해수욕장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고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연기 뿐만 아니라 송전선로로 인한 전자파 피해, 온배수 염소작업으로 인한 바다생태계 파괴 등으로 마을이 생기를 잃은 지 오래라며 깊은 한숨을 토했다.
서천화력발전소 © News1
서천화력발전소 © News1

그는 “발전소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것 이상이다. 실제로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받는지는 잘 모른다”며 “전문가들이 직접 와서 화력발전소로 인한 피해를 측정한 것은 오래전 충남도와 모 대학병원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한 것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불가피하게 이곳에 발전소를 짓는다면 피해발생에 대한 전문가 조사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대처방안을 확실히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6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안한 석탄화력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선 좀 더 강하게 주장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도 "비수도권 화력발전소 오염 저감장치를 수도권 영흥화력발전소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안 지사의 제안은 공감하며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부는 원칙적으로 신규 석탄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미 반영된 신규 발전 20기가 예정대로 건설된다. 이중 신서천화력을 포함, 보령 2기, 당진 4기, 태안 2기 등 절반 가량인 9기의 발전소가 충남에 들어선다. 정부는 최고효율수준(초초임계)의 발전시스템을 도입하고 강화된 배출기준을 적용해 건설하기로  했지만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 논란과 피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 좀, 어떻게 살 수 있게 해줘봐유" - 한 촌로의 시름어린 하소연이 마량리의 아픔을 대변하는듯 했다.


phs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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