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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인재유출비상]①반도체·디스플레이 '노하우 다 뺏길라'

(서울=뉴스1) 박종민 기자 | 2016-07-11 18:47 송고 | 2016-07-11 19:31 최종수정
편집자주 중국발 인재 유출에 비상이 걸렸다. 과거 조선업계 우수인재가 빠져 나가 중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키워줬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엔 반도체 디스플레이 항공 등 주요 산업에서 중국발 인재유출 비상등이 켜졌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함께 또 한차례 인재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뾰족한 수는 없는 형편이다. 핵심 인재를 관리하고 노하우를 지킬 수 있도록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지적만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플렉시블 OLED 패널© News1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플렉시블 OLED 패널© News1

중국발 인재 싹쓸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곳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업계다. 디스플레이업계는 이미 예전부터 중국기업으로 인재들이 유출됐다. 중국기업이 한국 디스플레이 회사를 인수한 뒤 기술과 인력만 빼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한국인이 중국 2위 LCD패널업체의 CEO로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한국인의 중국 디스플레이업계 진출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반도체 업계도 중국 기업의 러브콜이 심화되고 있다. 연봉의 최고 9배까지 올려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중국은 반도체 독립을 하겠다며 반도체굴기를 선언했다. 1년사이 반도체 공장에 투자한 금액만 75조원에 달했고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는 핵심 인재 1인만 넘어가도 핵심 기술 전체가 넘어간다고 봐야 한다. 반도체 업계는 핵심 인재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으나 뾰족한 수는 없는 형편이다. 

◇中 디스플레이 업계 한국인 CEO까지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출신인 김우식 씨는 올해 초 중국 2위 패널업체인 차이나스타(CSOT)의 대표이사로 신규 임명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BOE 중국 현지에 제조나 R&D등을 중심으로 한국인 출신 임원이 여럿 있었지만 최고의사결정권자인 CEO에 한국인을 임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엔 적지 않은 한국인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1위 패널 업체인 BOE에만 약 100여명, CSOT에 수십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중국발 인재 유출은 오래된 얘기다. BOE는 지난 2003년 현대전자의 LCD사업부가 독립한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하이디스 인수 뒤 핵심 기술과 인재만 빼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05년 LG디스플레이의 김우식 당시 부사장( 맨 왼쪽)이 벤처기업대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고 있다.© News1
지난 2005년 LG디스플레이의 김우식 당시 부사장( 맨 왼쪽)이 벤처기업대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고 있다.© News1


◇중국 반도체 굴기..."연봉 9배까지 주겠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반도체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1년간 반도체 공장 신증설에 투자한 금액은 약 7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06년 7%에서 2013년엔 12%수준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반도체 투자는 대부분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에 국한돼 있었다. 중국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램(DRAM)을 100% 한국과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인재는 가장 매력적인 대상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에게 기존 연봉의 최대 9배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중국 기업으로 얼마만큼 인재가 넘어갔는지 통계로는 파악되지 않는다.  중국 기업들은 동종업종 재취업 금지 등을 피하기 위해 투자 회사나 자회사에 취업하는 형식으로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지 않는 노하우 유출까지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의 기술 유출이 이미 진행된 것일 수 있다. 

써니 후이 SMIC 부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중 반도체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6.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써니 후이 SMIC 부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중 반도체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6.5.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한국인 CEO가 주는 위험한 신호 

업계에선 CSOT에 한국인 CEO가 올라선 것을 두고 위험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과거 중국기업은 우수 인재를 채용한 뒤 핵심 기술만 빼가고 내친다는 인상이 많았다. 실제로 이같은 사례는 조선업종이나 항공업계에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한국인이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CEO가 되면서 국내 출신 임원과 엔지니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 한국인 CEO 활용 효과가 증명되면 중국의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나 반도체 회사들이 한국인 CEO감을 추가로 영입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재 1~2인이 노하우만 전수해줘도 핵심 기술이 통째로 빠져나간다"며 "핵심 인재를 관리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 외에 정부 차원의 관리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jm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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