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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의 힘…민주, 최저임금 등 정강 채택 '좌클릭'

[2016 美 대선] 최저임금 15달러 단계적 도입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6-07-11 15:42 송고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 AFP=뉴스1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 AFP=뉴스1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임하며 미국 대선지형에 강한 돌풍을 불러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정치혁명"이 결실을 거두었다.

10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지난 주말 올랜도에서 이틀간에 걸쳐 열린 전체 정강정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최저임금 15달러 단계적 도입, 의료보험 적용 범위 확대, 기후변화 정책 등 샌더스가 제시했던 진보적 의제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맞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싸움을 지속하며 '진보적 정치개혁'을 이끌어가겠다고 소리쳤던 투사 샌더스가 경선 마침표를 찍기 직전,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은 먼저 미 연방 차원에서 시간당 15달러의 최저임금을 "시간에 따라"(over time) 단계적으로 도입해나가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미국인들은 "시간당 15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선언적 주장보다 훨신 더 구체화된 주장이면서, 클린턴이 주장했던 연방 최저임금 시간당 12달러보다 더 나아간 것이다.

클린턴과 샌더스 캠프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온실가스는 그 부정적 외부효과를 반영해 가격이 책정돼야 하며, 친환경에너지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고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샌더스가 주창한 탄소세는 수용되지 않았지만, 모든 파이프라인 건설이 '지구온난화를 심각하게 가속화한다'는 기준을 적용하고,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클린턴캠프는 또 현행 오바마케어에서 보장하는 건강보험의 적용범위를 확장하는 '공공보험'(public option)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메디케어 적용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55세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명시적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샌더스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TPP 체결을 주도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부정하길 꺼린 것으로 풀이된다.

샌더스는 10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놀라운 진전을 이뤄냈다"며 "정치적 진보를 위해 힘써온 미 전역의 수백만 시민들 덕분에 우리는 민주당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강을 갖게 됐다"고 이를 반겼다.

그러면서 클린턴을 언급하며 "우리는 민주당 의회를, 대통령을 선출하고, 민주당 강령에 써내려간 언어를 법으로 번역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캠프의 정책고문 워런 거널스는 "샌더스 정책 중 80%가량이 정강에 관철됐다"며 "민주당 정강을 읽어보면 우리의 정치혁명이 아직 살아 있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캠프의 고위 정책고문 마야 해리스도 "민주당이 올랜도 회의에서 채택한 강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주당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강을 함께 더 강화해나가자"고 답했다.

NBC방송은 클린턴이 경선을 제패하고 당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정강채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샌더스였다고 평가했다. 샌더스가 경선레이스를 끝까지 완주하지 않았다면 그의 진보의제는 어느 것 하나 반영되지 않았으리란 지적이다.

DNC가 합의한 민주당 강령은 오는 25~28일 개최되는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에서 공식 채택된다.

이에 앞서 클린턴 캠프는 상류층을 제외한 연 가구소득 12만 5000달러(1억 4400만원) 이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립대학 및 공립전문대 등록금을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전당대회에 앞서 경쟁 후보였던 샌더스의 '공립학교 등록금 면제' 공약을 수용함으로써 샌더스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확보하려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은 직전까지 등록금 면제 대신 저소득층의 등록금 액수를 줄이는 내용의 계획을 유지했다.

한편 샌더스는 오는 12일 뉴햄프셔 유세에서 공식적으로 클린턴 지지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이 종료된 뒤에도 전당대회를 끝까지 치르겠다며 후보를 사퇴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후보지명보다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 채택에 공을 들여 왔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막기 위해 클린턴과 협력할 것이며,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는 의사도 반복적으로 내비쳐 왔다.

샌더스는 "선거운동은 단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치혁명을 요구하기 위한 용기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며 "지금까지 보여온 모든 정당보다 가장 진보적인 의제로 단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해왔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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