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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선거구공백 후폭풍…檢, 공백기간 선거범죄 처벌 고심?

검찰·선관위 "법리상 문제없다"고는 하지만…전문가들 "죄형법정주의 위배"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7-02 07:00 송고
국회 선거구 획정위원회 회의 전경. 2016.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4·13 총선이 끝난지 두달여가 지났지만 선거구 미획정에 따른 '선거구 증발사태'로 인해 선거사범 처리에 대한 논란이 일고있다. 

1일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이 2015년 12월 31일 법정 선거구가 무효로 효력을 잃게 된 후 선거구가 재획정 될 때까지의 62일의 '선거구 공백상태' 기간동안 선거구민들을 대상으로 금품이나 식사 등을 제공한 선거사범들의 사법처리를 놓고 법리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금품이나 향응 식사 등의 '기부'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경우 후보자가 입후보한 '당해 선거구' 내 사람과 단체 등에 대한 기부행위가 처벌 대상이 된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공직선거법이 정하고 있는 선거구를 '헌법불합치' 결정하면서 2015년 12월 31·일을 개정시한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는 선거구 재획정을 제때 마치지 못했고 413 총선이 임박한 시점까지 무려 62일 동안 대한민국에 '선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문제는 해당 공직선거법 조항이 "'당해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선거귄의 모임이나 행사 또는 '당해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와 연고가 있는 사람이나 단체 등에 대한 '기부'"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서 불거졌다.
법정 선거구가 사라진 상태여서 형사처벌의 전제 조건이 되는 '당해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부행위' 금지 위반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입후보자 가운데 식사나 금품을 제공한 사람들을 공선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일부는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선거철이면 항상 있었던 선관위의 마구잡이식 '단속'에 검찰도 법리검토조차 없이 섣불리 대응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검찰의 '문제 없다'는 입장과는 달리 대다수 법률가들은 기존 선거구가 무효가 되고 새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 즉 '당해 선거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부행위를 한 후보자들을 입건한 것은 선관위의 '자의적 법집행'이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금지 조항이 명확하게 "당해선거구의 존재 + 금지된 기부행위" 라는 범죄 구성의 두 요소를 모두 갖춘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에 '죄형 법정주의'와 '유추해석 금지' 원칙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선관위가 기부행위를 한 후보자들을 공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기소를 한 것을 '잘못된 법집행'으로 보고있다.  

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선거구 내 사람이나 단체에 대한 기부를 금지하고 있는 공선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해당 조항을 적용한 것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유추해석'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보통 검찰이 처벌 조항을 유추해석을 하는 경우는 처벌하려고 하는 행위가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인 때가 많다"며 "검찰이 기소한 사람들이 돈을 건네는 등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나쁜 행동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쁜 행위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며 "형사처벌이나 인신구속 등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은 경우에는 법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법을 '유추해석'하고 '죄형법정주의'원칙을 위반하면 결국 다른 많은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게 돼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게 된다"고 꼬집었다.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맥락의 법해석 결과를 내놓았다. 전 교수는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는 명확한 구성요건에 따르도록 하는 ‘죄형법정주의’원칙이 적용돼야 하는데, '당해 선거구'가 날아간 상태에서 '당해 선거구'와 관련된 사람이나 단체에대한 기부를 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홍석 참여연대 변호사도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 위반은 '당해 선거구'를 전제로 한 범죄 구성요건을 정하고 있는데 선거구 미획정인 상태에서는 범죄 처벌을 위해 반드시 해당사항이 있어야 하는 구성요건의 두 축 가운데 한 가지가 탈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특히 범죄로 파악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는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는 '죄형법정주의'가 엄격히 적용돼야 함에도 나쁜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기소 한 것은 법률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처벌을 하거나 인신구속을 하는 문제를 검찰이 너무 안이하게 해석해 법률적 분쟁 소지가 많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 문제에 대해 검찰과 선관위가 충분히 검토해 기부행위 성립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법원도 그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법리검토 결과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검찰의 해명과 달리 구성요건 해당성 부분에서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다수 법률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최근 대법원이 법문의 엄격해석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만큼 검찰이 기소한 후보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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