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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출규제 사실상 강남 길들이기…서민 진입기회 원천봉쇄"

"강남도 상당수가 대출 이용…영향 작지 않을 것"
"부자들 투기 기회 확대…서민은 강남 진입 문닫혀" 지적도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16-06-29 06:30 송고 | 2016-06-29 08:10 최종수정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공사현장© News1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공사현장© News1


정부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 규제에 나서자 강남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실상 강남 길들이기"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 실효성에 대해서도 일부 청약 과열을 막을 수 있겠지만 결국 부자들에게만 투자기회를 확대해주고 서민들의 강남 진입을 원천봉쇄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고가 아파트 분양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의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28일 발표했다. 7월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내는 분양 아파트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분양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은 HUG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보증한도액은 수도권·광역시 6억원, 지방 3억원으로 축소되며, 수요자 1인당 받을 수 있는 중도금대출 보증도 2건 이내로 제한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8일 현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올해 평균 분양가는 3.3㎡당 3916만원으로 4000만원에 육박한다. 소형 아파트로 분류되는 전용면적 59㎡의 경우에도 분양가는 1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강남권 재건축 분양시장이 사실상 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강남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번 대출 규제로 미분양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요 감소와 청약경쟁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7월 분양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의 경우 일반분양이 70가구밖에 안돼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이후 계속되는 분양 과정에서 대출 규제의 효과가 점차 나타날 거라는 얘기다.     

개포동 H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강남에서도 분양 계약자 절반 이상이 대출을 이용하고 있으며 대출금액도 5억원이 넘어서는 등 의존도가 높다"면서 "이를 생각하면 정부 규제가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S공인중개사사무소도 "대출 규제로 가수요가 줄고 실수요도 타격을 입으면서 전반적으로 청약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미분양사태 등 심각한 상황으로는 번지지 않을 거라는 게 대다수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송파구에서만 10년 이상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했다는 S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분양 열기를 보더라도 강남 부동산 시장이 그렇게 취약하지는 않다"면서 "청약경쟁률이 다소 낮아지거나 완판 시점이 조금 길어질 수는 있어도 미분양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정부의 불법전매·다운계약 단속에 이어 중도금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개포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아파트 시장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면서 "사실상 강남 길들이기를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규제로 강남 분양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뜩이나 국토부가 분양권 불법거래를 단속하면서 영업을 중단한 상태인데 타격이 클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책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출 규제로 부자들의 투자 기회만 확대되고 서민들의 강남 진입의 문이 닫혔다는 거다.  

송파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번 정책은 어떻게 보면 돈있는 사람만 강남에 투자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부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에 전세 거주 중이라는 김모씨(43·여)는 "올 하반기 강남 재건축 일반분양에 도전하려 했는데 대출 규제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돈 없는 사람은 강남 입주가 사실상 막힌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규제 정책이 고분양가와 높은 청약경쟁률로 투기 우려를 낳고 있는 강남권 시장을 집중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부양이 중요한 시점에서 주택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할 경우 경기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정책으로 강남권의 고분양가 행진이 주춤해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미분양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강남3구에서는 7월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를 시작으로 △9월 잠원동 한신18차·24차 재건축(래미안) △9월 방배동 방배에코자이 △9월 잠원동 아크로리버뷰(한신 5차) △10월 거여동 e편한세상거여(거여 2-2구역) 등이 신규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jhk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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