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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지금도 실종 학생들 꿈을 꾼다"

김상우 잠수사 "유가족 슬픔 보면서 고통 참아"…같은 참사 발생한다면 '과연 선뜻 갈 수 있을까'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16-06-21 06:30 송고 | 2016-06-21 09:02 최종수정
지난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열린 故 김관홍 잠수사 추모제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열린 故 김관홍 잠수사 추모제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월호참사 2주기가 지난 2016년 6월. 그동안 세월호참사 희생자와 피해자를 추모하는 집회도 서명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이어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아직도 죄책감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 당시 참여했던 민간잠수들이다. 목숨을 담보로 스스로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어 학생들 구조에 나섰던 이들의 죄책감은 다른 게 아니다.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의 목숨을 살려내지 못했다는 안타까움, 아직도 짙푸른 바다 밑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 실종자들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는 고통이 의인들의 하루하루를 힘겹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세월호특조위 제1차 청문회에서도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해 유가족들에게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던 김관홍 민간잠수사가 지난 17일 4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제대로 된 치료를 지원받지 못한 채 생업인 잠수를 포기하고 낮에는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키워 내다 팔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잠수인력은 555명. 그중 고 김 잠수사와 함께 수색작업을 펼쳤던 김상우 잠수사(44)를 20일 만났다.
그는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박 의원과 함께 발의에 참여한 윤소하 정의당 의원에 이어 세 번째로 발언했다.

그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한숨과 함께 당시 사고 현장을 떠올리느라 어려움을 겪는듯 했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참사 당시 수색작업에서 정부나 해경이 해야 될 일을 우리 민간잠수사들이 먼저 했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그로 인해 (작업에 참여한 민간잠수사들은) 잠수병 등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중에서는 직업인 잠수업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고통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개정안으로 민간잠수사들의 피해보상이 진행되길 바란다"면서 "고 김 잠수사 생전에 이런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자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잠수사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생전에 '이런 잘못된 부분을 고쳐보자. 조금만 더 기다리자' 다짐했었는데 이렇게 먼저 간 관홍이에 대해 잠수사들은 비통할 따름"이라면서 "동료 잠수사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바로잡았으면 좋겠다"며 어렵사리 말을 마쳤다.

지난해 특조위가 조사한 '민간잠수사 피해 상황 및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조사 대상자 18명 대부분이 골괴사와 디스크 등 심각한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육체적인 상처뿐 아니라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과 수면장애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에게 오락가락식 지원을 지속해 2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 민간잠수사는 현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생활고를 겪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와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과 함께 세월호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의원 왼편이 김상우(44) 잠수사. 2016.6.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와 희생자 수습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과 함께 세월호참사 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의원 왼편이 김상우(44) 잠수사. 2016.6.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김 잠수사는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초기 구조작업에 대해 회상하며 "물에 잠긴 선체 수색작업을 할 때 현장과 장비, 시간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면서 "가장 큰 원인은 잠수사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루에 많게는 3~4번씩 수색작업을 벌였다. 정말 힘들고 지쳤다"면서도 "그럴 때마다 유가족들을 보면서 버텼다. 그들을 보면서 우리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해보자'는 마음이 샘솟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작업을 중단했던 2014년 7월 초 이후로 우리 민간잠수사들은 버림받다시피 세월호에서 나왔다"면서 "너무도 화가 났지만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참사 이후 계속해서 지원이 중단되고 재개되는 현상이 반복됐다"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작업 중 다친 부분에 대한 산재보험을 해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큰 재난에서 구조에 나선 사람들이 치료를 받는 것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만큼 법이 미비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이라도 잘못된 게 있다면 똑바로 정정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참사의 진상을 규명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그때도 우리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또 가야 될 것이다. 해경에는 그런 경험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세월호참사의 깊은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었다.

김상우 잠수사는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저희 민간잠수사들이 선뜻 달려가겠나"고 반문하면서도 "물론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이 너무 복잡한 게 사실"이라고 어렵사리 말을 이어나갔다. 

당시 동료잠수사들의 트라우마 치료 상황에 대해서도 말을 전했다. 그는 "스스로 애써 참는, 트라우마가 잠재된 인원들이 7명 정도 있다"면서 "골괴사 등 육체적인 부상 탓에 잠수를 못 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모두 '생업'으로 잠수를 하는 인원들"이라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병이 있다면 다른 현장에선 잠수사로 받아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래서 대부분 민간잠수사의 가장 큰 문제가 '생활고'"라면서 "지금도 실종자 학생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꿈을 꾸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세월호참사의 초기 대응문제 지적과 더불어 정부에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김 잠수사는 "지금도 화가 나는 건 당시 세월호 선원들과 초기 해경의 대응이 너무나 잘못됐다는 것"이라면서 "잠수사들은 그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과 행동들을 더욱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저희 민간잠수사들은 잠수를 하고 정부에 배신당하고 버림받은 데에 대한 분노가 크다"면서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에 오늘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말을 맺었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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