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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째 인천공항 숙식 시리아인 28명 난민 인정될까

출입국관리소 상대 난민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서 승소
전쟁·재난·경제적 빈곤 난민 인정안해 미지수…'인도적 체류'제도에 기대

(인천=뉴스1) 한호식 기자, 주영민 기자 | 2016-06-18 13:18 송고
인천공항 내 난민 송환대기실 실태를 보도한 CNN. © News1

20세 시리아 청년 A씨는 내전 중인 조국에서 강제징집명령이 내려지자 이를 피해 2014년 10월 출국했다. 그의 고향은 반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교전으로 쑥대밭이 됐다.

터키, 러시아, 중국 등을 거쳐 올해 1월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A씨는 우리나라에 난민 심사를 요청했지만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에게 “비교적 안전한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

조국은 여전히 내전 중이고 고향은 파괴된 A씨가 갈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그는 결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난민 자격 여부를 논하기는커녕 아예 심사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이유였다.

이때부터 A씨는 지금까지 수개월째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지내고 있다. 그가 직면한 송환대기실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대기실에는 A씨처럼 강제징집 또는 전쟁을 피해 온 시리아인들이 27명이나 더 있었다. 동지가 있다는 반가운 마음도 잠시였고 이마저도 점점 불편으로 다가왔다.

대기실에는 창문이 없으며 나무 평상과 샤워실, 남녀 화장실이 전부였다. 잠잘 공간이 따로 없어 평상에 눕거나 쪼그려 생활해야 했다. 감옥이나 다름 없는 환경이다.

담요가 한 장씩 제공됐지만 세탁시설이 없었다. A씨를 포한한 시리아인들 모두 겨울에 왔기 때문에 여름옷이 없었다. 세탁시설조차 없다보니 옷은 땀에 절었고 속옷도 여기저기 구멍이 났다. 호흡기질환을 앓는 사람도 생겼다.

그나마 자신들의 이야기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생활 모습이 보도되자 한 달 전부터는 제한적이지만 면세구역 등을 다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권이나 탑승권이 없어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식사도 삼시세끼 모두 햄버거와 콜라만 지급됐다. 아랍생활권인 시리아는 할랄식품(이슬람식 율법에 따른 식품)을 먹는다. A씨가 햄버거에서 온전히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조각' 뿐이었다.

열악한 생활환경이지만 A씨는 난민 자격 심사 기회 만을 기다리며 이를 모두 참고 있다.

그런 A씨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법원에서 A씨 등 시리아 난민들에게 난민 심사를 받게 해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김태훈)는 17일 A씨(20) 등 시리아 남성 19명이 각각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장을 상대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난민인정심사는 난민 제도를 남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경우 이를 사전에 걸러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라며 “원고에게 심사를 받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을 금지한 난민협약에 따르면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며 “원고가 거쳐 온 터키, 중국, 러시아 등이 '안전한 국가'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씨 등이 실제 난민으로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치·종교·인종적 차별이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큰 경우 난민으로 인정했지만 전쟁이나 재난,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사유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나라는 ‘인도적 체류’ 제도를 둬 한국에 온 시리아인의 90% 이상이 국내에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번에 승소한 19명과 같은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시리아인 9명도 다음 주 판결을 앞두고 있다.




ym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