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사건ㆍ사고

확산되는 '약자 혐오'…우리도 '혐오범죄' 안전지대 아니다

미 '올랜도 참사'로 '동성애 혐오' 논란 불거져
여성·성 소수자·다문화 가정 등 약자 혐오 분위기 확산
전문가들 "다원화·다양화 사회 걸맞은 '관용' 교육 필요"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6-06-16 06:24 송고 | 2016-06-16 11:31 최종수정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숲길공원에서 열린 '미국 올랜도 LGBT 클럽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촛불문화제' 모습. 2016.6.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지난 13일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행의 동기로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성 소수자나 여성, 다문화 가정 등 우리 사회 약자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자칫 '혐오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태다.

특히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중심으로 여성이나 성 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혐오가 노골화되면서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혐오 의사를 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점차 다원화되는 만큼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관용과 인정으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남역 살인'으로 불거진 '여성 혐오' 논란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사건 당시 초기 경찰 발표 등을 통해 피의자가 "여자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범행 동기가 알려지자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추모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후 경찰은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면담 끝에 범행 동기를 '여성혐오'가 아닌 피의자가 앓고 있던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심 한 가운데 번화가에서 여성이 이유 없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최근 고려대에서는 남학생들이 SNS 단체 채팅창을 통해 1년 넘게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언어 성폭력을 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 성폭력 사건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교양수업을 함께 수강한 남학생들이 단체 카톡방에서 1년간 동기나 선배, 새내기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 대해 외모비하 막말과 음담패설을 일삼아 온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동성애 퀴어축제'가 끝난 뒤 이어진 거리 행진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도로에 누워 행진을 막고 있다.2016.6.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퀴어 축제' 충돌 등 '동성애 혐오' 세력 커져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현상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다.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7회 퀴어문화축제는 경찰추산 1만여명의 성 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 등이 모여 개최됐다. 이번 행사가 열린 서울광장 일대 곳곳에서 보수단체들이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반대집회 규모는 지난해보다 훨씬 커졌다. 지난해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한국교단연합의 집회에 4000여명이 모이는 등 경찰은 당시 반대집회 참가 인원을 총 5000명으로 추산했으나, 올해는 '2016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등을 포함해 반대집회에 총 1만30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대부분 개신교 단체 소속인 반대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는 죄악이며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이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치며 축제를 방해했다. 오후부터 진행된 행진 과정에는 일부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가 격앙된 상태로 트럭 앞에 드러눕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목록과 시의 책무를 담은 인권헌장에 성 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담으려 했다가, 보수 단체의 거센 반발로 공청회가 무산됐고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대학교 내에서 성 소수자 동아리가 내건 신입생 환영 현수막이 훼손되는 등 대학가에서도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여성 희생자에 대한 추모공간이 조성됐던 당시 모습. 2016.5.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다원화 사회 교육으로 '관용' 내면화 노력 필요"

아직 국내에서는 '혐오'를 동기로 삼아 저지른 범죄에 대한 통계가 없어 이에 대한 분석이나 관련 대책 마련은 부족한 상태다.

다만 총기 사용 규제로 일반인이 총기를 소지할 일이 적고, 강력사건에 대한 검거율이 높은 국내 특성상 아직까지 대형 혐오범죄가 일어날 우려는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약자에 대한 혐오 현상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고 그런 종류의 혐오감이 범죄로 이어진 적이 있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지만 어떠한 공식적인 통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통계가 마련되면 좋겠지만, 사실상 범죄 동기를 전부 분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촘촘한 치안력을 갖추고 있어 강력범죄는 높은 비율로 검거된다"며 "우리나라에는 자신이 가진 약자에 대한 사소한 혐오감 때문에 돌발적인 난동을 부리고 남은 인생을 갇혀 지내겠다고 생각할 만큼 비이성적인 판단을 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어느 사회든 소수집단이 혐오의 대상으로 선택되기 쉬운 것은 사실"이라며 "혐오범죄는 특정 대상에 대해 증오나 혐오하는 감정에 몰입해 자살폭탄 테러까지 벌일 정도로 신념화된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대형 혐오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사회에 퍼져나가고 있는 약자에 대한 혐오로 인한 갈등을 교육 등 제도적 장치로 미리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에 대한 구분이 명료했던 근대사회와 달리 오늘날에는 도덕적 구분과 기준의 상대화가 일어났다"며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 기호에 다름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이 가진 관점만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교수는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뜻에 동의하는 사람을 쉽게 규합할 수 있게 되면서 소수자에 대한 공격과 비판을 더 강력하게 표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이들은 적극적이고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서도 빠르게 결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런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면 자신의 욕구불만 등을 변형시켜서 대상을 공격할 수 있다"며 "자신의 경제 행위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그쪽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왜곡된 경향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송 교수는 "(혐오 세력들이) 자신들이 가진 뜻이 편향적이고 왜곡됐다는 것을 교육이나 미디어를 통해 알게 해야 한다"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용과 인정을 내면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hm3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