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에너지公 상장…민영화 수순인가, 재정확보 수단인가

[에너지·환경 기능조정방안]발전사 등 8곳 상장 추진에 노조 반발
안전문제 우려에 정부 "50% 지분 보유할터… 민영화와 거리 멀다"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 이동희 기자 | 2016-06-14 12:00 송고 | 2016-06-14 14:25 최종수정
 
 


정부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전5사를 포함한 에너지공기업 8곳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지역난방공사는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상장을 통해 공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분매각과 유증을 통해 에너지 신사업 투자자금과 부채상환자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일부 지분만을 매각하고 50% 이상을 정부가 보유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과거 상장 후 민영화 절차를 밟았던 공기업들처럼 상장은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 될 것이란 게 반대 측의 주장이다. 발전 자회사뿐 아니라 한수원과 같은 국가중요핵심시설인 원전을 관리하는 기관도 상장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국부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상장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1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고 △에너지공기업 상장 △지역난방공사 유상증자 △에너지공기업 자회사 정리 등의 내용이 포함된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공기업 상장 대상에는 남동발전 등 발전5사와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8개 에너지공기업이 포함됐다. 상장시기는 주식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상장지분은 전체의 20~30% 수준이다.

이번 공기업 상장의 가장 큰 목적은 재원마련에 있다. 부실 공기업의 부채를 상환하는데 국민 혈세를 투입하지 않고 상장을 통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또 상장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신산업에 투자할 자금도 마련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민영화 논란이다. 노조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상장이 당장의 민영화는 아니지만 민영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 대표는 "사실상 2001년도 시작됐던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완결체로 사실상 민영화를 위한 작업"이라며 "공공기관이 갖고 있던 주식을 상장하고 판매 시장을 민간에 개방해 대기업만 득보게 되는 구조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상장이 되더라도 정부가 51%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두고도 "민영화를 향해 한 발자국 나가는 것"이라며 "10년 후에는 공기업 주식의 20~30%를 민간이 가지고 있다는 논리를 펼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지역난방공사의 유상증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지역난방공사의 재무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마련된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정부 지분은 64.6%에서 51%로 낮춰진다.

유상증자 후에도 정부 보유 지분이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또다시 지분을 팔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정부 지분은 50% 이하로 내려가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상장이 일례로 거론된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1990년대 상장이 된 KT는 정부 민영화 방침에 따라 정부 지분인 51%를 포기하고 민영화가 이뤄졌다"며 "지역난방공사의 유상증자도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상장이 혼합소유제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민영화에 선을 그었다. 노형욱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은 "상장해도 정부나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지분이 50% 이상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민영화와는 다른 혼합소유제 방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방안에 정부 주식 51%를 추후에 매각하지 않는다거나 이를 법제화 또는 내부 규정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도 노조 측은 "언제든지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식을 내다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민영화 논란과 함께 상장 및 출자회사 매각에 따른 공공성 논란도 제기됐다.

공기업 상장과 함께 정부는 경영손실 누적으로 회생이 곤란하거나 업무상 필요성이 떨어진 출자회사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수원과 같은 경우 당장의 상장에 따른 이익보다 안전문제와 공공성 훼손 부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이 민간기업이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면서 안전보다 효율, 비용을 절감하는 사업을 하면서 문제가 있었다"며 "한수원이 상장이 되면 결국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는 쪽으로 회사가 운영될테고 그렇게 되면 일본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의식해 한수원 상장 시기를 최대한 늦춘다는 입장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

또 매각대상인 지역난방기술의 경우 알짜 자회사로 알려져 있어 국부유출 등의 논란도 예상된다. 지역난방기술은 현재 지역난방공사가 50%, 사모펀드인 '캡스칼리스타'가 50%를 가지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이는 캡스칼리스타가 지역난방공사의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럴 경우 난방기술의 공공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형욱 차관보는 "사모펀드에 의한 국부·기술유출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미 민간분야가 충분히 성숙해 굳이 공공기관의 필요성이 없어 민간개방 차원에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boazhoo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