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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공모'정황 뻔한데 막무가내 부인…왜?

전문가들 "의미 없는 공방…공모 아니라도 강한 처벌 가능"
"피의자들이 부인한다 해서 공모관계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공모'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형, 형법상 강간치상형과 '무기 또는 징역5년이상' 동일형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6-09 07:00 송고 | 2016-06-09 15:39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전남 신안군 한 섬에서 20대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건의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욱이 성폭행 피의자들 3명 가운데 2명이 피해교사가 근무했던 학교 학생의 아버지라는 사실과 3명이 순차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분노와 충격을 동시에 몰고 왔다.
 
전남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의자들이 범행을 계획적으로 공모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면수심의 피의자들은 묵비권 행사, 범행은 물론 범행 공모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며 이해 못할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죄는 지었지만 벌은 받기 싫은 파렴치한 변명에 여론이 들끓는다.
  
◇ "성폭행은 사실이지만 공모는 안했다"?…피의자 공모사실 전면 부인
  
여교사 성폭행 피의자는 식당주인인 학부모 박모씨(49), 마을주민 이모씨(34), 또 다른 학부모인 김모씨(39) 등이다. 이 세명은 모두 함께 범행을 계획하는 등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CCTV영상. 전화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이들이 범행을 사전계획·공모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들을 포착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따져봐도 피의자들이 범행을 사전 공모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임에도 피의자들은 계속해서 공모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박씨가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불이 켜져 있어 전화를 걸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김씨는 박씨와 전화통화를 마친 후 여교사 혼자 남아 있던 관사로 이동했다.
  
피의자들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공모했을 것이라는 점은 이들의 범행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로도 뒷받침된다. 이씨는 여교사를 관사로 데리고 이동한 박씨의 뒤를 따라가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김씨는 박씨에게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피의자들은 이미 DNA 등이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성폭행 사실은 부인하지 않지만, 조직적·계획적 범죄임을 추론케 하는 많은 정황들이 존재함에도 공모관계만은 철저히 계속해서 부인하고 있다.  

◇ '공모' 부인 이유는 형량 때문?…그러나 강한 처벌 피할 수 없어
  
여러명이 공동으로 범죄를 저지르면 가중 처벌된다는 것은 이미 일반인들의 법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성폭력에 대한 강한 처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성폭력처벌법은 4조(특수강간)에서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경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강간죄를 저지른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피의자들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 공모(2명 이상이 합동)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이들에 대한 양형은 징역 5년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피의자들이 범행을 사전 공모했다는 점에 대해 끝까지 발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김씨와 이씨, 박씨가 범행을 사전에 공모했다는 사실을 부인해도 강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모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김씨와 이씨 박씨 등은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부모라는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해 여교사에게 술을 강권하고, 저항할 수 없는 '심신장애 상태'로 만들어 성폭행한 사실은 피의자들의 형을 따져보는 양형과정에서 '가중인자'로 적용된다. 게다가 '공모' 여부까지 입증되면 '특별 가중인자'가 적용돼 강한 처벌을 받게 된다. 
 
피의자들이 제아무리 '공모' 사실을 부인한들 강한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법원도 "공모관계는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다”며 “공범자들 사이에 범죄에 대한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히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선례를 유지하고 있다. 즉 박씨, 이씨, 김씨가 사전에 서로 상대방이 여교사에 대한 성폭행을 할 것이라는 상호이해가 있었다면 충분히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대법원은 또 "피고인이 공모의사를 부인하고 있고,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밖에 공모여부를 입증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정상적인 경험칙을 바탕으로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해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선례도 남긴바 있다.

◇ 전문가 "공모 입증여부와 상관없이 무기징역까지 가능"

경찰은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의 공모사실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공모가 인정되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공모 여부 입증과 관계없이 이들을 최고 '무기징역'에 이르는 엄벌에 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씨 이씨 박씨 등이 저지른 범죄는 반인륜적 범죄로 피해자는 물론 사회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고, 특히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과 이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는 판례에서도 '상해'로 인정하고  있다.

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또 "피의자들의 공모관계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극도의 정신적 충격 등 상해를 입은 만큼 강간치상죄를 적용할수 있다"며 "강간치상죄 역시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어 특수강간과 법정형이 같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피의자들이 부인한다고 해서 공모관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피의자들의 자백이 없어도 여러가지 정황에 따라 공모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의 판례 역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발생하는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 등을 '상해'로 판단해 왔다.

결국 공모사실 인정여부와 관련없이 이번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은 엄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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