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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논란 대학구조개혁법 재추진 여론조성 나선 교육부

7일부터 권역별로 세차례 개최…18대 국회부터 시도했지만 매번 무산
대교협·전문대교협 공동주최…재추진 명분 위해 대학 '들러리' 지적도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6-06-06 13:50 송고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법'을 주제로 연속 토론회를 개최한다. 19대 국회 때 발의했던 법안이지만 '먹튀 보장법'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자동 폐기된 법안이다. 20대 국회에서 다시 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 여론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추진 명분을 얻기 위해 대학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지적도 대학가에선 나온다.

◇토론회마다 주제 달리하며 대학구조개혁법안 쟁점 다뤄
교육부는 7일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대학구조개혁법 토론회'를 권역별로 세 차례 연다고 밝혔다.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다.

토론회에서는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의 필요성과 함께 대학의 자발적 퇴출과 기능전환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학사구조 개편, 지방대 발전방안과의 연계 등을 논의한다.

토론회마다 주제를 달리하며 대학구조개혁법안이 담고 있는 주요 쟁점을 골고루 다룬다. 대학총장과 주요 보직교수 등 대학 관계자들이 발표와 토론자로 대거 참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7일 서강대에서 열리는 수도권·강원권 토론회에는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의 필요성'을 발표한다. 박윤창 초당대 기획처장은 '법 제정을 통한 자발적 퇴출경로 마련'을, 김영일 신라대 기획부총장은 '법 제정을 통한 대학의 기능전환 방안'을 각각 발표한다.

10일 대전보건대에서 열리는 충청·호남권 토론회에서는 '대학 간 기능 조정방안'(홍용기 대림대 교수), '대학의 자율적 구조개혁 방안'(최용섭 광주보건대 교수)을 논의한다.

영남·제주권 토론회는 17일 계명대에서 열린다. 신정철 서울대 교수가 '대학구조개혁법과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발표한다. 기획처장을 지낸 최재원 부산대 교수는 '대학구조개혁법과 지방대학 육성 간 연계방안'을 발표한다.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지난 2월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DB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이날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지난 2월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DB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이날
◇구조개혁 취지 공감에도 설립자 재산 일부환원 조항 등 논란

지난 19대 국회 때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은 대학을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고 정부 재정지원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도 정부는 대학특성화사업 등 재정지원사업을 수단으로 대학 정원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은 재정지원사업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도 정부가 강제로 정원을 감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연속 2회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대학 폐쇄와 법인해산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대학을 폐쇄하는 대신 학교법인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평생교육시설을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2023년이면 대학 진학자 수가 16만명 급감하는 현실에서 대학 정원감축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난립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사실상 평가의 전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 주도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여건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지방대 죽이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최하위인 D, E등급을 받은 대학의 66%가 지방대였다.

특히 '잔여재산귀속 특례' 조항은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은 법인이나 대학이 해산할 때 설립자 등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의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다.

야당과 교수단체 등은 부실경영을 책임져야 할 사립대 재단에 오히려 대학을 팔고나갈  있는 특혜를 주는 '먹튀보장' 조항이라고 비판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법인을 해산할 때 설립 당시 출연한 재산보다 최대 4배에 달하는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대학이나 법인을 해산할 때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주려는 시도는 지난 19대 국회 때 처음 나온 게 아니다.  18대 국회 때인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2011년 김선동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사립대 구조개선 특별법안'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새누리당에서 민병주 의원(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김희정 의원(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 각각 발의한 바 있다. 지난해 안홍준 의원이 발의한 대학구조개혁법안은 지금까지의 법안을 종합한 최신 버전에 해당한다. 
대학생 네트워크 '모두의 대학'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대학생 네트워크 '모두의 대학' 소속 대학생들이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20대 국회 재추진 명분 얻기 위해 대학협의체와 공동주최 지적도  

20대 국회에서도 정부·여당은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대학구조개혁법 재추진을 앞두고 여론조성 성격이 짙다. 교육부도 "대학구조개혁법이 앞으로 어떻게 제정되어야 할지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유미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대교협, 전문대교협 등 총장협의체와 협력을 토대로 각계의 의견을 모아 대학구조개혁법이 20대 국회에서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교협, 전문대교협 간 공감대를 토대로 개최됐다"고 밝혔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학가의 심사가 편치만은 않다. 대학가에서는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법 재추진의 명분을 얻기 위해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을 공동주최로 끌어들인 것으로 본다.

지난 2014년 1월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할 때도 그랬다. 교육부는 확정 발표에 앞서 2013년 10월부터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학구조개혁정책연구팀이 연구한 구조개혁평가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였다.

당시 토론회도 대교협, 전문대교협 등과 공동 주최하는 형식이었다. 대교협은 수도권과 지방, 국공립과 사립,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등 대학의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대학구조개혁평가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만 구분해 평가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어차피 대학구조개혁법안을 재발의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하는 명분을 얻기 위해 공동주최 형식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과거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할 때와 마찬가지로 대학구조개혁법안에 대학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며 "결국 대학은 들러리 서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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