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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된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의 운명

M&A 중개·퇴직연금 운용으로 한때는 돈줄 역할 톡톡
그룹 핵심 사업군 아닌 이유로 지금은 매각 1순위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2016-06-04 06:10 송고 | 2016-06-04 08:15 최종수정
© News1 임경호 기자
© News1 임경호 기자

“모(母)기업 후광효과로 어렵지 않게 살았습니다, 증권업황도 안 좋은 데다 구조조정까지 겹치니 이제 매각설이 나올 수밖에….”

대기업 계열 한 증권사 관계자가 최근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다. 대기업들이 하나둘 증권업에서 손을 떼는 것에 대한 푸념이다.
지난 1일 증권업계는 또 인수·합병(M&A) 이슈로 들썩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자구안에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대증권이 KB금융으로 넘어간 지 두 달 만이다.

하이투자증권이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증권사가 아니지만, 업계가 술렁인 이유는 대기업 계열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내년 8월까지 보유지분 10%를 팔아야 하는 SK증권과 업계의 설(說)로 떠도는 한화투자증권까지 M&A 시장에 나오면 사실상 대기업 계열 증권사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들은 과거에 모(母)기업의 ‘돈줄’로 통했다. 대부분 대기업이 계열 증권사를 자금조달과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M&A, 퇴직연금 등의 주요한 창구로 활용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으로 증권사도 은행처럼 회사채, 전환사채 등을 발행해 그룹의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이때만 해도 계열사의 회사채 물량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엔 천덕꾸러기다. 중추적인 계열사이기보다는 편의성을 위해 존재한 비주력 업종이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나 회사채 인수발행 등의 업무도 수익기여도가 예전 같지 않다. 2013년 동양사태 이후 그룹 내 회사채 발행 문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든 사업재편이든 기업의 모체로 꼽는 계열사 위주로 모이게 된다"며 "(증권업이) 핵심 사업이 아닌 게 매각 우선순위로 꼽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2000년 중반에는 계열 증권사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며 “이젠 돈줄이 아니라 본연의 역할로 살아남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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