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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종대왕]④"돼지 저금통, 발길 끊겼죠"<끝>

작년 동전 발행액 1032억…환수율 10%대 그쳐
'동전 없는 사회' 구현 중…"거스름돈 없애보자"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2016-06-05 06:13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신모씨(29·여)는 은행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한 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입사 초기에만 해도 돼지 저금통을 들고 창구 앞에서 배를 갈라 입금해달라는 손님이 많았는데, 이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상태가 안 좋은 동전을 정리하면서 쇠 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웃으며 얘기하는 추억이 됐다.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 수 자체가 줄었고, 동전으로 저금하거나 교환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현금을 대체할 만한 다양한 지급수단이 나오면서 동전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50원짜리나 10원짜리는 손안에 들어와도 쓸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고, 100원짜리나 500원짜리도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빨간색 돼지 저금통을 가득 채우고 은행 예금을 하러 가는 모습은 추억의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이 '현금 없는 사회'의 첫 단계로 동전을 없애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현금 사용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거액의 동전 발행 비용을 줄여보자는 게 주요 골자다.

지난해 동전 발행액은 1032억원에 달한다. 500원짜리 발행액이 66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50원짜리와 10원짜리도 여전히 20억원대 발행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총 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10%대에 그친다. 동전을 100개 만들어 시장에 내보내도 은행으로 돌아오는 것은 10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현금이나 동전 없는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큰 숙제다. 가장 앞선 나라는 스웨덴으로 현금 사용이 전체 거래의 2%에 불과하다. 영국 런던에서는 2014년부터 대중교통 요금을 현금으로 낼 수 없다.
우리나라도 곧 동전 없는 사회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온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약국, 커피숍 등 동전을 많이 사용하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교통카드 같은 선급 수단이나 전자지갑을 통해 거스름돈을 보내줄 방안이다.

상점에서 현금 1만원을 내고 9500원짜리 상품을 사면 500원을 동전으로 직접 주는 대신 선불카드로 충전하거나, 보유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동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거스름돈 등 소액의 동전사용을 카드에 충전하거나 계좌입금 해주는 방식으로 동전사용을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다.

한은 관계자는 "소액결제망이 잘 구축돼 있고 거의 모든 국민이 금융기관에 결제계좌를 가지고 있어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졌다"며 동전 없는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junoo5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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