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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준 안전 자신한 대한항공 …쓴 교훈 남긴 '하네다'사고

[르포]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객실훈련센터…실제같은 훈련에 엄숙함까지
대한항공 안전 총괄 안전보안실…"17년 인명무사고 성과"
취재 당일 하네다 공항 화재 사고…항공안전 어려움 다시 일깨워

(서울=뉴스1) 김희준 기자 | 2016-05-29 11:00 송고 | 2016-05-30 10:58 최종수정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김희준 기자© News1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심폐소생술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김희준 기자© News1

"사고의 100% 예방은 비현실적인 목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생각하는 최적의 안전관리는 위험요소를 수용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개선하는 상태다."(김인규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장)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항공안전사고가 빈번해지면서 객실훈련센터와 자체적인 항공기 정비용 격납고, 국내 최대의 종합통제센터를 갖춘 대한항공의 안전운항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17년간 크고 작은 항공사고를 겪으면서도 단 한건의 인명피해를 만들지 않았다는 대한항공만의 안전관리 노력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취재중 발생한 도쿄 하네다 공항의 대한항공기 화재 사건은 항공안전이 1%를 간과해도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방증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비상착륙 후 탈출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사진=김희준 기자© News1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비상착륙 후 탈출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사진=김희준 기자© News1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객실훈련센터…실제같은 훈련에 엄숙함까지
 
공교롭게도 안전운항 시스템을 취재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를 방문한 27일엔 도쿄 하네다에서 서울 김포공항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2시20분경 승객 302명과 기장·승무원 17명 등 총 319명이 탑승한 대한항공 KE 2708편 여객기가 도쿄 하네다공항 C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중 비행기 왼쪽 엔진 부문에서 연기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300여명이 넘는 탑승객 전원이 단 한명의 부상자도 없이 무사히 사고기를 탈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륙 중단 즉시 숙련된 승무원들이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승객들을 일사분란하게 대피시킨 까닭이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객실훈련센터는 이같은 상황을 대비해 승객의 안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승무원들을 위해 마련됐다.  

대한항공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는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면적 7695㎡ 규모로 항공기가 강이나 바다에 비상 착수하는 상황을 대비한 25m×50m의 대형 수영장까지 구비했다.  

이날도 신입 승무원들이 비상시 문을 여는 법을 교육받고 있었다. 특히 실습과정에선 앳된 얼굴의 객실 승무원들이 연습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승객대피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무원은 기내 승객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이라며 "위급상황시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하기 위한 교육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만 승무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규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장이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의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희준 기자© News1
김인규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장이 대한항공 안전보안실의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희준 기자© News1

◇ 대한항공 안전 총괄 안전보안실…"17년 인명무사고 성과"  

대한항공 안전의 핵심은 항공 안전과 보안 관련 업무를 총괄 운영하는 안전보안실이다. 안전보안실은 △안전전략계획팀 △안전품질평가팀 △안전조사팀 △예방안전팀 △항공보안팀 총 5개 팀과 SMS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약 80여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 중이다.

김인규 안전보안실장은 "90년대 잇따른 사고는 시스템 부재에 따른 결과"라며 "이후 안전관리시스템(SMS)을 확립하는 등의 안전 조치로 17년째 인명사고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 설명에 따르면 대한항공에 이같은 시스템이 갖춰진 것은 90년대 수차례 발생한 사고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1999년 12월23일 런던 화물기 추락사고 이후 미국 델타항공으로부터 컨설팅을 실시해 표준화된 비행감시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이어 안전보안실을 구심점으로 항공기에서 수집된 비행 자료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점검하는 예방안전 프로그램인 비행자료분석(FOQA)도 실시했다.  

2000년대부터는 외국인 안전전문가를 영입해 각종 평가를 진행함에 있어 학연 지연의 고리까지 끊어냈다. 실제로 현재 대한항공의 안전보안실 담당 임원은 캐나다 출신의 미셸 고드로(Michel gaudreau) 전무다.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항공 안전을 담당했던 베태랑이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다른 선진국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대한항공의 안전시스템은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포공항 정도 크기의 외국 항공사의 경우 안전담당직원이 고작 4명에 불과하지만 대한항공은 그보다 3배나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관계자는 "안전보안실의 노력으로 대한항공의 2015년 기준 보험요율은 0.05%"이라면서 "전 세계 항공사를 통틀어 대한항공보다 낮은 보험요율을 기록하고 있는 항공사는 캐세이패시픽항공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사고를 비롯한 안전관련 데이터가 모두 반영돼 누적 적용된 항공 보험요율은 바로 항공안전의 수준을 반영한다. 즉 적용되는 보험요율이 낮을수록 항공사의 안전을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 전경/사진=김희준 기자© News1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 전경/사진=김희준 기자© News1


◇ 축구장 2배 크기의 국내 최대 정비 격납고

세번째로 찾아간 대한항공의 정비 격납고는 'ㄷ'자 모양의 공항동 본사 빌딩 중심에 위치한다. 길이 180m, 폭 90m, 높이 25m의 격납고는 축구 경기장 2개를 합친 규모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B747 2대와 A330 1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설계된 이곳에선 항공기 기체와 엔진 등을 검사하고 수리하는 작업이 24시간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에선 여타 항공사와는 다르게 보유 전 기종에 대해 △운항 정비(운항 전후) △A체크(1~2개월 주기) △C체크(약 2년 주기) △D체크(약 6년 주기) 등 정시점검을 자체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또 기내엔터테인먼트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항공기 개조, 항공기 페인팅도 가능하다. 

즉각적인 정비가 가능하다 보니 대한항공의 지난해 운항정시율은  99.48%을 기록하고 있다. 운항정시율은 항공기가 정비 결함에 따른 지연이나 결항 없이 계획된 출발 시각으로부터 15분 이내에 출발한 횟수를 전체 운항회수로 나눠 산출한 백분율이다. 이는 항공사의 항공기 운영능력을 검증하는 국제지표다.

현장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운항정시율은 전 세계 항공사 평균 운항정시율 98.70% 대비 0.78%포인트 높은 수치"라며 "그만큼 정비를 통한 안전관리가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 대한항공 통제센터 

다음으로 찾아간 대한항공 본사 통제센터는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각 분야 전문가 140명이 24시간 근무하는 곳이다. 

이곳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기 상무는 통제센터 한 벽면을 가득 채운 큰 스크린을 가리키며 "스크린을 통해 항공운항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제트기류부터 태양의 흑점 변동까지 잡아낸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기상 등의 이유로 비정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통제센터내 각 부문별 전문가들은 힘을 합쳐 최적 운항을 결정하도록 한다"면서 "이곳이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이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통제센터는 대한항공 항공기의 모든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공간이자, 운항승무원이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공간"이라며 "운항승무원들이 운항 중 접하기 힘든 운항 필수 정보를 이곳에서 항공기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엔 △공항 △운항 △비정상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관리할 수 있는 600만달러 규모의 비행감시 및 비행 추적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등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을 향해 떠나려던 대한항공 2708편(보잉777) 여객기에서 화재로 추정되는 연기가 발생했다. 기내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은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대피했다. 소방관들이 연기가 피어오른 왼쪽 엔진 부분에 소화액을 뿌리고 있다.©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 하네다 공항 화재 사고…항공안전 어려움 다시 일깨워 

하지만 취재 말미에 발생한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의 대한항공기 화재는 이날 대한항공이 소개한 안전운항 시스템을 무색하게 하는 사건이 됐다.

특히 이날의 사고로 세계 최고의 안전성과 정비체계를 소개했던 대한항공 관계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경색됐다. 한 관계자는 "하필 이날 사고가 나서 안전운항 시스템을 소개한 것 자체가 무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이날 사고는 완벽한 안전운항 시스템이란 있을 수 없고 그만큼 항공안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인명피해 등 관리할 수 없는 수준의 큰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한항공의 안전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현장을 함께한 전문가들은 "완벽한 항공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그 속에서 안주하기 보다 형식적인 정비나 안전확인은 없는지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h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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