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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한강 "최대한 빨리 내 방에 숨어 글을 쓰려고 해"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한강 첫 기자회견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5-24 13:29 송고 | 2016-05-24 14:45 최종수정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흰' 출간 기념 및 맨부커상 수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준비한 소설집 '흰'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담은 소설집이자 시집으로 모두 65편의 시가 담겼다.  © News1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흰' 출간 기념 및 맨부커상 수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준비한 소설집 '흰'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담은 소설집이자 시집으로 모두 65편의 시가 담겼다.  © News1

"나는 한국문학 속에서 자라난 작가다. 한국 작가의 시와 소설, 번역서를 읽으며 자라 애정도 있고 빚도 있다. 우리 작품은 세계적으로 많이 읽힐 수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46) 소설가가 24일 오전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수상 후 첫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이자 신작소설인 '흰'(난다) 출간을 기념해 열린 이 간담회에는 한국문학사상 가장 많은 기자와 매체가 몰려들었다.
한강은 '수상을 기대했느냐'는 질문에  "내년에 영국에서 출간될 ‘흰’에 대해 편집자와 이야기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출국했다"면서 "맨부커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상을 받고 여러분이 기뻐했고 그중에는 ‘고맙다’고 해준 이도 있었다"면서 "‘채식주의자’(2007)는 완성한 게 11년 전, 출간된 것이 9년전인 책으로, 나로서는 이 작품에서 많이 걸어나온 상태”라고 표현했다.

이어 한강은 '채식주의자' 이후부터 '흰'에 이르게 된 자신의 작품 세계의 발전을 설명했다.
한강은 “나는 내 생각과 질문들을 한 소설에서 다른 소설로 이어가는 식으로 소설을 써왔다”면서 “'채식주의자'는 폭력으로 가득찬 세계를 껴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끝나고 그 질문을 받은 ’바람이 분다 가라‘(2010)는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게 가능한가의 질문을 던졌다"고 말했다.

작가는 "'바람이…'의 마지막에 불속을 배로 기어 빠져나오는 여자가 나오는데 '살아야 한다는 대답' 즉 '애쓰며 (작품을) 쓰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이어 "'희랍어 시간'(2011)은 '정말 사랑해야 한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봐야 하는가'가 모색됐고 '소년이 온다'(2014)에서는 압도적 폭력 상황에서 존엄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흰'은 '소년이 온다'를 쓴 직후 한 작가가 가졌던 '밝고 존엄한 인간의 일면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작품으로 옮긴 것이다. 

25일 출간되는 ‘흰’은 2013년 기획돼 약 3년 만에 선을 보이게 된 작품으로 결코 더럽혀지지 않고 절대로 더럽혀질 수 없는 흰 것들을 모아 소재로 삼아 쓴 일종의 '시소설'이다. 책에서는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수의 등을 소재로 이 흰 물건 들 속 삶과 죽음의 메타포를 읽어냈다. 

한강은 한국문학의 해외진출 관련해서는 "우리 작품은 세계적으로 많이 읽힐 수 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지금의 일(맨부커상 수상)이 화제도 안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맨부커상 공동 수상자인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에 대해서는 "나는 번역에서 톤과 목소리 질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데보라 역시 그 부분을 중시한다"면서 "데보라가 옮긴 1장에서 주인공 영혜가 악몽에 대해 독백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확하면서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톤을 그대로 담아 신뢰하게 됐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제적인 문학상을 수상한 유명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한강은 웃으며 "지하철 타고 이자리로 오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면서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지금 쓰는 작업을 얼른 들어가 계속하고 싶다. 내가 독자에게 드리는 말은 책의 형태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내 방에 숨어서 글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에게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읽기에 불편할 수도 있는 소설' '질문이 담긴 소설'이라고 표현하며 "11년 전의 질문에서 나는 더 나아가고 있다. 희망이 있다면 이 책 말고도 지금도 자신의 방안에서 훌륭한 글을 쓰는 동료와 선배 작가들의 책도 같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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