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안젤리나 졸리는 왜 멀쩡한 가슴을 수술했을까?"

[AI, 어디까지 왔나]① 방대하고 다차원 데이터분석 기술 '미래예측'
빅데이터 실현되면서 딥러닝 기술 '폭발'…AI경쟁력, 데이터에 달렸다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05-18 08:10 송고 | 2016-05-19 11:54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난소암을 미리 막기 위해 지난해 난소 절제술을 받으며 밝힌 말이다. 졸리는 앞서 2013년에는 유방절제술도 받아 화제가 됐다. 멀쩡한 가슴을 절제하고 보형물을 채워 넣는 수술을 감행한 것.
졸리가 암에 걸린 것도 아닌데 유방, 난소 절제술을 받은 이유는 브라카(BRCA)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을 알게 돼서다.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있는 여성은 난소암, 유방암 발생이 높다. 실제로 졸리의 어머니와 외할머니, 이모 등이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린 사람이 많다

가족 중에 누가 암이 걸렸다고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졸리는 아직 암에 걸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바로 유전자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방대하고 다차원적인 데이터분석 기술이 있어서다. 안젤리나 졸리는 "아는 것이 힘이다"며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된 이상, 암으로 전이되기 전에 '예방적 절제술'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단순하게 확률만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석, 추론하는 인공지능(AI)이 암이 발생하기도 전에 예방적 절제술까지 이끄는 세상이 된 것이다.

◇ 데이터-서버, '양날개'에 AI 시대 활짝

얼마전 우리나라는 AI로 온나라가 떠들썩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AI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9단을 지난 3월 무참히 꺾으면서다.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하기조차 힘든, 신들린 알파고의 한수 한수에 인간들은 놀라움을 넘어 공포심마저 느꼈다.

알파고의 힘은 사람에겐 불가능한 엄청난 학습력에 있다. 알파고는 16만개의 기보를 익혔다. 이 학습력은 '딥러닝'으로 실현됐다. 머신러닝(기계학습)의 한 방법이다.  

(출처:LG경제연구원) © News1
(출처:LG경제연구원) © News1

딥러닝은 제프리 힌튼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고안해낸 개념이다. 1980년대 인공신경망 개념이 등장했지만 이때만 해도 빛을 못봤다. 하지만 데이터와 서버라는 '양날개'가 생기면서 그의 연구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송창현 네이버 CTO는 "AI는 원래 있던 개념이고 두번 정도 붐이 일다 사라졌다"며 "과거 방법론에서 조금만 틀었는데도 데이터와 서버가 갖춰지니 성과를 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할 대상이 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분석을 처리할 수 서버가 갖춰지면서 AI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때 데이터를 다루는 소프트웨어가 빅데이터 기술이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단순계산을 넘어선 '인지' 처리가 가능하게 구현한 것이 AI다.

송창현 CTO는 "컴퓨터가 계산은 잘하지만 인지능력이 항상 문제가 돼왔는데 딥러닝 기술을 사용하니 '에러율'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학자들이 깜짝 놀랐다"며 "데이터가 모이니까 AI로 답을 주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AI가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 데이터 분석 기업, 두각…블루오션 개척

실제로 최근 10년 사이에 데이터 분석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구나 칼슨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2008년 창업한 아야스디(Ayasdi)는 데이터분석 기업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제너럴일렉트릭(GE), 시티그룹 등이 주요 고객이다. B2B 고객이라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차세대 구글'로 불릴 정도로 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아야스디는 '모양'이나 '형태'를 연구하는 위상수학과 기계학습을 이용해 방대하고 다차원적인 데이터분석 기법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비슷한 생체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 중 추가 암 검진이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신용카드 사용패턴을 파악해 사기목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한 대형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이 미 FDA로부터 불허 결정을 받은 원인을 아야스디의 소프트웨어로 찾은 사례도 있다. 신약이 전체 환자가 아닌 일부 환자에게만 효능이 있다는 문제점을 파악했고 이를 해결해 결국 FDA 승인을 받았다.

한 유명은행이 금융위기 상황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아야스디 소프트웨어로 자체 진단을 실시해 사업모델을 다시 구축해 시험에 재도전하기도 했다.

◇ 팔란티어, 기업가치 24조원 유니콘으로 '우뚝'

2004년 만들어진 팔란티어(Plantir) 역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기업가치는 '거물급'인 데이터분석 기업이다. 팔란티어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1조원)가 넘는 대형 비상장 스타트업(신생회사)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이다. 기업가치가 205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우버, 샤오미, 에어비앤비에 이은 '넘버4' 유니콘이다.

팔란티어는 일명 '페이팔 마피아'가 만든 회사다. 페이팔 마피아는 2003년 인터넷 결제업체인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거나 투자한 페이팔 출신 인사를 뜻하는 말이다. 기업용 인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링크트인 설립자 리드 오프먼,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유튜브 설립자 스티브 천, 미국 리뷰사이트 옐프 창업자 제러미 스토플먼 등이 대표적인 페이팔 마피아다. 팔란티어의 5명의 공동 창업자 가운데 회장을 맡고 있는 피터 틸도 페이팔 마피아다.

규모나 창업자들의 유명세에 비해 팔란티어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유는 주고객이 미국 국가안보국(NSA), CIA, FBI 등 정보기관이나 금융사쪽이어서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도 팔란티어가 연루돼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안보가 만들어진지 10년이 조금 넘은 신생사에 좌지우지되고 있는 셈이다.

팔란티어는 홈페이지에서 "10년 전에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며 "우리 상품은 과거에는 꿈꾸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좋은 데이터와 기술이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인간의 지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2brich@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