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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원'이 이룬 '소통'의 감동…세대공감 편지쓰기

경북우정청, '행복한 학교·가정 만들기'로 3년간 168만여통 전달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2016-05-11 17:37 송고
경북지방우정청 이경희 팀장이 초등학생들에게 편지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경북지방우정청© News1
경북지방우정청 이경희 팀장이 초등학생들에게 편지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경북지방우정청© News1
"단돈 300원이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구나, 우표 1장이 3억원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11일 경북지방우정청에서 만난 우편영업과 이경희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팀장은 대구·경북지역에서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이어 '행복한 가정 만들기'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다.

경북우정청은 2009년부터 대구·경북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편지쓰기 장려 사업을 펼치고 있다.

편지쓰기 장려사업은 2013년 대구·경북교육청과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대상이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교로 확대됐다.
지난해부터는 경북도가 진행하는 '할매·할배의 날' 행사 아이디어에 더해 '세대공감 편지쓰기'를 추진 중이다. '행복한 학교만들기'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다.

8만여통 남짓하던 편지는 대구시, 경북도 등 지자체와 대구은행, 대구환경청 등 22개 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 기관은 편지쓰기 참여나 28만장의 엽서 후원 등의 방법으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학생들이 학부모, 교사, 할아버지·할머니, 친구 등에게 보낸 편지는 168만여통에 달한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 사업은 이 팀장이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올바른 언어습관과 소통을 고민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자녀의 엄마인 이 팀장은 "어린아이들이 커 갈수록 대화가 줄어들고 또래아이들이 비속어나 은어, 욕설을 쓰면서 내 아이가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편지쓰기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중·고생들은 부모와 대화가 더욱 없어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를 행복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편지쓰기는 지역 교육청의 협조로 자유시간 등을 이용해 진행되고, 워드나 출력물 대신 엽서나 편지지에 손글씨로 쓰도록 하고 있다.

협력업무를 맡고 있는 대구시교육청 한준희 장학사는 "손편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시대를 살면서 누군가의 마음이나 감사의 인사를 이메일로 받는 것과 편지를 받는 것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며 "교육적 효과 등을 생각한다면 교육당국이 먼저 나서서 해야 하는 행사"라고 했다.

이경희 팀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왜 이런걸 학교에서 시키지' 하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쓰는 걸 어려워 했는데, 점점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행복한 학교만들기' 사업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대구소년원 정보통신학교에 수감된 학생의 한 부모는 "잘못된 판단으로 부모에게 근심을 끼쳐드렸다는 반성편지를 받자 고통이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혼자 손주를 키우는 한 할머니는 이 팀장에게 전화해 "편지를 받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앞으로 손주를 잘 키우겠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팀장은 "여러 사연 중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받은 한 학생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팀장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느끼고 상대방의 변화를 느끼고 소통하는 계기가 됐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daegu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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