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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서 노래하다 게임회사 취직한 이유는…"

[JOB라이프]밴드 보컬 싱어에서 이제는 넥슨의 1호 가수된 박혜수씨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2016-04-11 08:05 송고 | 2016-04-11 20:04 최종수정
넥슨 사운드팀에서 근무 중인 박혜수씨  © News1
넥슨 사운드팀에서 근무 중인 박혜수씨  © News1

박혜수(29·넥슨 사운드팀 사원)씨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용음악을 전공한 뒤 오랫동안 인디 밴드 생활을 했다. 그런 그가 판교의 한 고층빌딩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가수의 꿈을 접은 것일까. 판교에 위치한 넥슨 사무실에서 만난 박혜수씨는 기자의 이 같은 질문에 깔깔 웃었다. "가수의 꿈은 꼭 무대에서만 이루는 게 아니더라구요"라며 게임회사 넥슨에서의 새로운 가수 생활에 대해 털어놨다.
그의 얘기는 이랬다. 박혜수씨는 지난해 11월 게임 성우 아르바이트로 인연을 맺었던 넥슨 사운드팀장으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았다. 박혜수씨는 "혹시 몰라서 성우 프로그램을 이수해 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넥슨에서 성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죠"라며 "그게 새로운 인연이 될 줄 그때는 꿈에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박혜수씨는 '넥슨에 입사하겠느냐'는 제의에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계속 노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직장생활 5개월차. 그의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우선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면 퇴근은 업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과거처럼 들쭉날쭉하지는 않단다. 가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사원증이 낯설기도 하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자신을 깨닫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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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취직개념이 별로 없어요. 저도 그랬구요. 그런데 뜻하지 않은 기회로 이렇게 취직을 하고 보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노래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직장인'이 된 그를 보며 친구들도 몹시 궁금해한다고 했다. 그는 "보통 실용음악을 전공한 친구들이 가수가 아니면 보컬트레이너로 가는데, 저 같은 케이스는 드물고 거의 유일한 케이스예요"라며 "생활고 때문에 음악을 그만두고 회사를 취직할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주로 저한테 회사생활이 어떠냐고 많이 묻죠"라고 말했다.

밴드에서 노래하던 그가 도대체 게임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그가 넥슨에서 하는 일이 궁금해졌다. "노래만 하는 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그는 1주일에 30개 넘는 프로젝트에 음원을 입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음원 제작도 하고 게임마다 필요한 성우와 OST, 기존 음원 재활용 등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음원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 7일 넥슨이 멜론과 엠넷을 통해 발매한 '메이플스토리OST' 앨범작업에도 참여했다. 가수명 '은토'로 음반 취입을 한 것이다. 가수의 꿈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그는 "북미에 출시됐던 메이플스토리에 나왔던 인게임 뮤직을 활용해 게임음악을 만들어봤어요"라며 "앞으로 가사가 들어가는 음악을 많이 만들고 싶고 자체 제작도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인디밴드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은토' 박혜수씨를 넥슨에 영입한 김달우 사운드팀장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개발자 출신인 김 팀장은 게임음악 시장의 비전에 끌려 넥슨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넥슨이 외주제작에 의존하던 게임음악을 내부에서 자체 제작하게 된 것도 김 팀장의 역할이 컸다.

김 팀장은 "게임음악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가사를 써야 하는데 외주업체에 맡기면 그런 기대를 하기 힘들다"면서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게임음악을 만드는 것보다 게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만들면 한층 성숙한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넥슨은 현재 김 팀장을 중심으로 11명의 직원이 사운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혜수씨도 그중 1명이다. 사운드팀에서는 소리와 관련된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 게임회사로서 보기 드문 사례다. 김 팀장은 "외주로 진행했을 때보다 음원 퀄리티가 훨씬 좋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 팀장은 게임음원 시장이 태동기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음악가의 꿈을 키우고 사람들이 꿈을 실현하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혜수씨도 음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가수 외에도 노래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면서 "저도 성우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취업하게 될 줄 몰랐잖아요"라며 되도록 많은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lsh599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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