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민심 바뀌었다, 그런데 확신은 몬한다"…요동치는 대구 동구

총선 9일 앞둔 4일 대구 동구 르포

(대구=뉴스1) 김이현 인턴기자 최진석 인턴기자, 유기림 기자 | 2016-04-05 10:56 송고 | 2016-04-08 16:07 최종수정
4·13 총선을 9일 앞둔 지난 4일, 비가 막 그친 대구는 아직 쌀쌀했다.

선거구상으로 동구갑에 속한 동대구역에서 내려 종일 택시를 타고 동구를 누볐다. '민심의 바로미터' 택시 기사들이 대구에 막 도착한 기자에게 한 말은 엇비슷했다. 내용은 '대구'와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택시 기사 이모씨(65)는 동구와 가까운 중구·남구가 선거구라며 "대구 지역도 요즘 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자체는 위하는 마음이 있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다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경북 경산에서 온 또 다른 60대 이모씨도 "김부겸이 뜨는 이유는 (대구) 국회의원들이 당론만 따르고 지역 발전을 안 시켜서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그나마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했다.

평생을 대구에서 산 박모씨(58·수성구)는 "대구 시민 민심은 대구 시장 선거 때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때 당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40% 남짓한 득표율을 얻었다. 이변이었다. 당선자인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 득표율은 약 56%였다.

박씨는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 때 투표소에 들어가면 (다들)회까닥하나 보다"라고 농담조로 이야기를 덧붙였다.

정말 대구는 변하고 있는 걸까. 친박계(親박근혜)의 밀어내기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 2명이 있는 동구 주민들의 표정은 어딘가 조금 화나 있는 듯했다. 그것이 변화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말이다.
◇ 동구갑…"현역 의원이 뭘 했나" 對 "유승민이하고 꼭 당선"

(왼쪽부터) 대구 동구갑의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와 류성걸 무소속 후보가 지난 4일 각각 동구 신암청아람아파트 근처 사거리와 팔공노인복지관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 News1 유기림 기자
(왼쪽부터) 대구 동구갑의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와 류성걸 무소속 후보가 지난 4일 각각 동구 신암청아람아파트 근처 사거리와 팔공노인복지관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 News1 유기림 기자

동구갑은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와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류성걸 무소속 후보가 맞붙은 지역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두 후보는 여론조사상 엎치락뒤치락하며 박빙세를 보이고 있다. 정 후보는 현수막과 홍보 문구 곳곳에 박 대통령을 내세웠고 류 후보는 공천 파동을 거친 뒤 무소속 유승민·권은희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 중이다.

이날 오후 신암청아람아파트 근처 사거리에는 정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기 위해 10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정 후보는 30명이 넘는 캠프 관계자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유세차에 올랐다.

유세를 다 본 뒤 장모씨(38·연구원·동구)는 "현역 국회의원이 무엇을 했나"라고 물었다. 장씨는 "수성구를 보면 대구가 바뀌긴 바뀌는 거 같긴 하다"면서도 "주변인들과 얘기하면 거의 결론은 '투표장 가면 다를 것'이라는 거"라고도 했다. '결국 대구는 1번'이라는 이야기로 해석됐다.

인근 상점에서 만난 황모씨(20·여·동구)는 "'대구는 무조건 1번'이라는 얘기는 잘 모르겠다. (주변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아닌 건 아니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류 후보가 선거운동 전부터 하던 배식 봉사를 하기 위해 찾은 동구 팔공노인복지관의 어르신들은 대구의 정치 뉴스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60대 이상은 대구 선거인 중 가장 높은 비중(23%)을 차지하는 연령대다.

어르신 12명이 복지관 입구쪽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무소속 돌풍 현실로?…與 영남 10여석 흔들'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끝나자 2명이 자리를 떴다. 비어 있던 안내데스크에선 어르신 2명이 서서 '대구 새누리 東西희비'라는 제목의 지역 신문을 함께 읽고 있었다.

한 80대 남성은 배식을 마치고 밥을 먹는 류 후보에게 "이번에 꼭 돼야 합니다. 열심히 해서 요 옆에 유승민이하고 꼭 당선돼라"고 응원했지만 다른 60대 남성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유승민이 류성걸을 지원하러 와도 큰 도움 안 된다고 본다. 언론에서 대구가 변하고 있다고 너무 몰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동구을…"대통령 해도 너무해" 對 "대통령 편이어야지"

(왼쪽부터)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 무소속 후보와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일 각각 동구 용계삼거리와 신기역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 News1 이종현·최진석 기자
(왼쪽부터) 대구 동구을의 유승민 무소속 후보와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일 각각 동구 용계삼거리와 신기역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 News1 이종현·최진석 기자

유 후보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자신의 지역구인 불로삼거리를 지나가는 운전자들을 향해 아침 출근 인사를 하고 류 후보와 함께 잠시 동구 주민들에게 인사를 나눴다. 오후엔 북구갑에 출마한 권 후보 지원 유세로 분주했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한 의원 중 가까운 후보들을 지원하느라, 자신의 지역구도 챙기느라 유 의원은 "시간이 모자라다"고 했다.

유 후보가 유세차에 홀로 올라 지나가는 차에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이고 손을 흔드는 동안 몇몇 운전자는 차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했다. 유세차 앞을 지나가는 행인 가운데 유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는 이도 있었다.

유 후보는 권 후보 지역구인 대구 북구의 팔달시장·산격시장·동대구시장을 찾았다. 유 후보는 "욕 많이 썼다"  "세명(유·권·류 후보) 다 당선돼서 새누리당 가야지"라며 응원을 받기도, 이따금씩 "대통령 편이어야지"  "1번 찍지 말라고 얘기한 건 아니다"고 질책을 듣기도 했다.

동구을 주민인 안모씨(66·여)는 "대구 사람들이 대통령을 좋아하지만 해도 너무한다. 국민들이 다 아는데, 유승민이 고생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익명의 한 유권자(58)는 "이재만을 새누리당에 공천하고 유승민과 붙게 해야지. 기분 나빠서 안 찍으려 한다. 전부 열받았다"고도 했다.

유 후보에게 초점이 쏠려 있는 사이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출근 인사와 차량 유세 등으로 유권자들과 스킨십을 넓히고 있었다. 이 후보로부터 명함을 받은 한 주민은 "왜 여기서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나"라고 궁금증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새누리당의 파행적 공천 때문에 주민들 불만이 많다"며 "이 기회에 무소속 후보보다는 진정한 동구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제1야당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야당 후보지만 친박계의 논리대로 유 후보에게 찍힌 '배신자 낙인'을 들어 "오히려 역효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giri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