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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장' 시인 신현림 "올해가 가장 경제적으로 두려워"

[기획 인터뷰]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2. '세기말 블루스' 시인 신현림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4-02 11:58 송고 | 2016-04-03 09:30 최종수정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서 글을 써서 먹고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전국의 예술인을 상대로한 실태조사에서 지난해 예술인 평균 연봉은 1255만원, 그중 문학인 평균 연봉은 214만원으로 집계됐다.뉴스1은 문학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작가들의 실제 수입규모와 생활방식,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구조적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작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기획을 마련했다.
신현림 시인(사진제공 신현림)
신현림 시인(사진제공 신현림)


‘포대기를 두르고 한 몸이 되어/ 자전거를 타면 어디든 갈 것 같지/ 내 몸 속에 번진 너의 체온/ 향기가 퍼지는 구름같이/ 모든 것의 시작을 뜻하지/ 너와 있으면 뭐든 바꿀 수 있고/ 맨날 어미는 다시 태어난다’(신현림의 시 ‘싱글 맘-엄마는 너를 업고’ 중에서)
시와 사진,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는 시인 신현림.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세계사), '세기말 블루스'(창비) 등의 젊고 파격적인 시집을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한 그도 이제 지천명을 넘는 나이가, 포대기에 싸여서 자전거를 함께 탔던 아기는 이제 15살이 되었다.

신현림은 두 권의 출세작 시집 외에도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걷는나무), '나의 아름다운 창'(창비),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예담), 동시집인 '초코파이 자전거'(비룡소) 등의 많은 베스트셀러를 냈다. 하지만 10여년간 아이를 데리고 전업작가로 살아온 그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청탁받은 원고를 쓰려 하면 갓난쟁이 딸이 다리를 붙잡고 울어대고 집안일만으로도 파김치가 되면서도 열심히 글을 썼지만 여러 불운을 겪으면서 생활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

뉴스1은 신현림 시인을 지난달 31일 서울 서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젊은 날 보고 즐겼던 그림과 시에 자신만의  해설을 더한 책인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은 시'(서해문집)을 펴냈고 도전해보지 않았던 장르의 글도 준비하면서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그동안 "전쟁하며 산 것 같다"고 말한 그는 "인세가 급격하게 줄어 올해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전업작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와 사진 작업 등을 '내가 살아있는 이유'라고, 예술을 '신이 준 위대한 선물'이라고 불렀다. 

'모녀가장'시인이자 사진작가 신현림과의 인터뷰를 입말 그대로 살려 싣는다. '모녀가장'은 엄마와 딸이 구성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뜻으로 시인이 사용한 말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2003년 이혼하면서 그때부터 가장이 되었어요. 물론 결혼전에도 혼자 생계를 꾸려갔지만 식솔이 딸린 가장은 아니었어요.

나는 완전히 전업작가죠. 이혼 즈음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그 후 아주대에서 강의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글쓰기 교실도 했었지만 대부분의 수입은 글쓰기에서 나왔어요. 책을 아주 많이 낸 편인데 인세가 올해는 예전의 10%로 줄어버렸어요. 인세가 평균적으로는 웬간히 있었지만 지난해 도서정가제 이후 팍 줄었어요.

예술인복지기금이나 한부모가정 지원요? 신청 안해봤는데요. (인터뷰가) 작품 얘긴 전혀 안 물을 것 같은데, 느낌이?(웃음) 책 몇 권은 잘 팔렸어요. 부러움도 받았고, 그 돈으로 딸과 여행도 다녔어요.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숨돌릴 시간이 필요했어요. 여행가면 아무 생각없이 잠을 잘 잘수도 있었어요.

인세랑 원고료, 강의료를 받지만 수입의 대부분 선인세죠. 선인세가 결국 빚이죠 빚. 그거 갚느라고 15년이상 보냈는데 그게 지금도 남았네. 거의 갚았어요. 결국 골수가 다 빠지듯이 일해서 갚은 거에요. 전쟁하며 산 것 같아요. 일종의 '모녀가장'인데 다른 혼자인 시인들은 더 외롭긴 하지만 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책을 지금까지 몇 권을 냈는지는 기억도 잘 안나요. 생계를 위해 많이 냈는데, 시인으로서 시집은 절대적으로 엄격하게 내요. 확실하지 않으면 절대 안낸다는 주의에요. 두번째와 세번째 시집으로 유명해진 후 일이 엄청 들어왔어요. 그 책들 계속 계약해 내느라 정신없었어요. 애 우윳값 벌려고 사보에서 청탁하는 글 같은 거 정말 많이 썼죠. 지금은 그런거 안해서 좋아요.

하지만 이상하게 올해가 가장 두려움 느끼게 만드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는 것을 스스로 많이 겪어봤고 경제적인 타격이 있을때 반면 공부할 시간을 많이 가질수 있어 좋다고도 생각해요. 미술이론서나 책보는 것 진짜 좋아해요.

베스트셀러된 책이 많다고요? 나름대로 베스트셀러 작가죠. 하지만 베스트셀러 몇 권 있어도 5년 가까이만 보장이 되요. 베스트셀러는 대체로 스테디셀러가 되지만 그게 생존을 보장할 만큼의 수입을 가져다주지는 않아요.  저도 '초코파이 자전거'가 1년에 한번씩 인세가 초기 2~3년은 800만원씩 들어왔어요. 계속될 줄 알았는데 안되더군요. 어떤 책이든 이제는 (판매가) 만만치 않다고 해요. 아주 극소수의 책만 나가. 왜 이렇게 힘드냐, 죽을맛이야 라고 다들 걱정해요.

노후는? 노후는 무슨 노후. 생각할 수도 없지. 국민의 80%가 노후준비 안되었을걸. 돈 떨어지면 죽는 거 아닌가. 우리 딸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자사고)가 있는데 학비가 엄청 비싸요. 애가 "엄마가 힘들까봐 일반고 선택해야겠다"하는데 눈물나더라.

글쓰기는 하다보면 즐겁지만 한숨이 나오는 경우도 있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없어서. 사진찍기나 여행을 갈 수가 있나. 시는 작년 가을부터 그냥 쏟아지더라. 그냥 핸드폰에 직접 써요. (창작기금 등을 받은 적 없냐는 질문에)두번인가 받아봤어요. 하지만 그 뒤로는 없었어요. 경쟁이 심할수록 인맥과 학맥이 더 세져요. 저한테 더는 안돌아오더군요. 사회적으로 더 지원받아야 하는 한부모 가정이라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세계에요. 

인생에 불운한 일이 많이 있었어요. 행복했던 일이라면 교육방송(EBS)에서 19일간 보내준 세계테마기행. 그런 축복도 없어요. 참 행복했어요. 보통 하루 일과는 올빼미형으로 살아서, 밤낮이 바뀌어 있어요. 우리딸 깨워주고 자죠. 글쓰는 시간은 잘 될 때는 하루 5~6시간, 아니면 보통 3~4시간. 전업작가니까 계속 써야해요. 안하면 굶어죽죠.

10년후의 모습요? 나 오늘부터 생각할래. 무서워. 막연하게는 생각했지. 1~2년은 생각할 수 있지만 뭐 하나 약속된 게 있나, 없지. 건강이 받쳐주면 계속 작업하고 있겠죠. 10년후면 우리딸이 대학가네. 하숙비를 받아야 하나?(웃음)

내가 시와 예술을 하는 이유는 '내가 살아있는 이유'이기 때문이에요. 현실은 너무 빤하지 읺아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을 내가 상상하고 이루는 것은 신이 준 위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긍지와 자부심이 돈이 없어도 버틸 수 있게 하는데 없어도 이건 너무 없어요. 내가 이런데 무명작가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나 싶어요. 누군가 날 보고도 "생존하고 있는게 신기하다"고 했는데 정말 전업작가로 살아있는게 신기해요.
© News1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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