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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스레 만든 이 잡지, 쓰레기통에 잘 버려주십시오"

한국문학에 활력 불어넣는 독특한 문예지와 창작자들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4-01 12:22 송고
지난해 신경숙 표절사태와 문학권력 논쟁의 전후에 창간 혹은 설립된 문예지나 문학집단이 한국문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년간 문예지 '쓺-문학의 이름으로' 최근호(2016년 상권)에서 문학평론가 서희원은 '문학의 새로운 거주방식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해 창간된 '악스트' '더멀리' 등의 격월지와 문학집단인 '후장사실주의' 그리고 희곡창작동인인 '독'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들의 활동과 한계 등을 검토했다. 

이미 수년전부터 한국문학의 위기감이 높아지던 중에 지난해 여름에는 신경숙 표절사태가 문단을 강타했다. 표절사태의 구조적 원인으로 '문학권력'이 지목되면서 문학판의 새로운 접근과 틀짜기가 요구되었고 새로운 실험정신과 감성을 담은 매체와 창작자들이 그간 누적된 '모순'을 뚫고 나오듯 다수 선을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우려되었던 것은 이들의 '지속가능성'이었다. 서희원은 글에서 특히 지속가능성의 열쇠라고 할 이들 잡지와 집단의 '하부구조' 즉 경제적 존립방식을 중시하며 이를 분석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tumblebug의 '더 멀리' 펀딩 모집 화면 캡처

◇소셜펀딩 통해 재원 마련한 잡지 '더 멀리'

'더 멀리'는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우리끼리 재미있게 해볼 수 있는 게 없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인 세명이 의기투합해 창간했다. '더멀리'는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의 소셜펀딩, 메일과 트위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은 정기구독자와 독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오프라인에서는 독립출판물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5호를 발행햇으며 제작부수는 500부, 정기구독자는 140여명 정도다. 더 멀리는 독자투고를 통해 원고를 받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같이 만드는 잡지를 표방했다.

하지만 서희원 평론가는 더 멀리 편집진 내부의 고민 내용 중 두가지를 주목하고 분석하고 있다. 즉 더 멀리는 표방한 것과는 달리 새로운 독자 겸 작가가 발굴되었다기 보다는 '글깨나 쓴다'는 젊은 등단작가들의 글터가 되었고 경제적 이득보다 '재미'를 추구했지만 책을 만드는 데 든 노동, 글을 제공한 데 대한 대가가 너무 적다는 불만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 News1

◇'2900원으로 일으킨 돌풍' '악스트'(Axt)

'문학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책으로 '쾌락'(즐거움)을 나누자는 의도로 지난해 봄 창간된 소설전문잡지 악스트는 2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한데다가 천명관, 박민규, 듀나 등의 인터뷰가 여러가지 이유로 화제를 모으면서 문단의 돌풍을 일으켰다. 악스트는 문예전문 출판사인 은행나무에서 출간되고 서점에서 팔리는 상업적인 잡지다. 하지만 서점에서 낱권으로 사면 2900원, 정기구독을 하면 두배를 지불(1년 6권에 배송료포함 3만3000원)하는 이상한 가격체계를 갖고 있다. 

또한 은행나무 대표는 문학잡지에 부여되었던 심오한 의미를 깨려는 듯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서 (읽은 후에는)그냥 지하철역에 잘 버리겠다"는 말을 한 바 있다고 전해진다. 서희원은 악스트를 "쾌락과 윤리의 날카로운 경계위에서 장대를 들고 걸어가는 곡예사"로 비유하면서 "관중은 곡예사에게 더 위험한 묘기(쾌락)를 기대하고 요구"한다며 '쾌락 추구'라는 지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 News1

◇실험적 반년간 문예지 '쓺'

'쓺-문학의 이름으로'는 독자들의 후원에 의해 운영된다. 출판사인 문학과지성사가 발행했던 계간지 '문학과지성'과 김현 문지 초대편집동인의 문학관을 계승해 실험정신과 반상업성을 중시하는 잡지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된 문화산업'과 '전대미문의 대중문화'의 도래로 인해 한국문학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서희원은 이 입장이 지나친 반대중주의이며 '쓺' 내부에서도 통일되지 못한 관점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했다.

© News1

◇'주장할것 없다'는 '후장사실주의'

"너무 많은 실패와 너무 많은 좌절과 너무 많은 변절을 봐왔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고 주장하는 걸 우습게 생각하거나 거짓주장을 한다."(후장사실주의자 정지돈)

문학에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문예집단인 '후장사실주의'. 강동호, 금정연, 박솔뫼, 오한기, 이상우, 정지돈, 홍상희, 황예인 등 시인, 소설가, 서평가 등이 망라된 집단이다. '아날리얼리즘'(analrealism)이라는 잡지도 발간한다. 이들은 뚜렷한 문학적 지향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체로 '탈권위' '오리지날리티의 부정'의 특징을 보인다.

창작집단 '독'이 펴낸 희곡집 '당신이 잀어버린 것'© News1

◇'읽는 희곡' 명맥 잇는 희곡창작동인 '독'

희곡 창작동인 독은 엄연히 문학의 한 장르지만 문학논의에서 사라지고 공연만을 위해 존재하게 된 희곡의 문학성을 되살리려는 집단이다.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동문들이 문학으로 읽히고 공연성도 갖고 있는 창작희곡을 만들자며 모였다. 이들은 공동창작의 방식으로 희곡을 쓰고 희곡집을 발간하며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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