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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재산은닉·협박, 양육비 받기 참 어렵습니다"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6-03-27 08:00 송고
편집자주 못 받은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25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관리원은 1년 동안 총 6496건을 신청받아 2837건의 이행을 성립시켰다. 이 가운데 84%(2381건)는 추심지원 끝에 이행이 성립됐다. 이는 양육비를 받아내는 데 추심지원팀의 역할이 크면서도 그만큼 양육비를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뉴스1이 양육비이행관리원 추심지원팀을 만나봤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전화 안 받는 건 기본이고 '당신들이 뭔데 남의 일에 끼어드냐'며 욕설부터 신세 한탄까지 말로 다 못합니다. 양육비 받기 정말 어려워요. 어려워. "

양육비이행관리원 추심지원팀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거나 양육비를 주기로 하고도 주지 않은 비양육부모를 상대로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 양육비를 받아내는 일을 한다.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인 만큼 업무는 고되고 거칠다.
고성과 욕설은 물론 일부 채무자들은 들키지 않으려고 잠적하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변호사, 금융업계 직원, 전직 수사관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추심지원팀이 이들에게 맞서는 방법은 감치와 재산 압류·추심, 경매 등 강제 수단과 계속된 설득이다.

정홍길 추심지원팀 팀장은 "결혼해서 낳은 아이와 정을 끊고 돌보지 않는다는 것은 노부모를 버리는 것과 같다"며 "여기까지 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산은닉·잠적…"대학 교수도 급여 압류해야 내놓는 양육비"
비양육부모가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쓰는 방법은 일반 채무자와 유사하다. 통장 명의나 부동산을 가까운 친·인척 명의로 해두는 식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아니면 아예 연락이 닿지 않도록 숨어 사는 것이다.

추심팀은 등록된 주소지에서 채무자가 생활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면 행정절차를 거쳐 주소를 직권말소한다. 주소가 없으면 정상적으로 생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과거 살았던 주소 이력도 살펴본다. 아무래도 익숙한 곳에서 지내고 있을 확률이 높아서다. 

숨긴 재산 찾기는 채무자 찾기보다 더 어렵다. 지인을 통해 주거래 은행이나 돈 씀씀이를 파악해두기는 하지만 채무자가 마음먹고 숨긴 재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취할 방법이 많지 않다. 정 팀장은 "빼돌린 것이 뻔히 보여도 이 재산이 채무자의 것이란 걸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연락이 닿고, 예금이나 재산이 있어도 양육비를 주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감치, 압류·추심 등 강제적인 조치를 동원해야만 마지못해 양육비를 내놓는다. 한 대학 교수는 급여 압류가 들어가자 그제야 양육비를 내놓았다. 급여 압류에 직장을 그만둔 사례도 있었다.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 마련된 양육비 이행관리원 추심지원팀 사무실에서 팀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6.3.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 마련된 양육비 이행관리원 추심지원팀 사무실에서 팀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16.3.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달 추심팀은 신청 10개월 만에 밀린 3년 치 양육비 2000만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감치 3일 만에 얻어낸 결과였다. 당시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30대 A씨는 양육비를 주겠다는 말만 하고 지급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법원의 감치결정이 나자 추심팀 현장기동대는 채무자의 집에 찾아가 경찰의 신병확보를 돕기도 했다. 

정 팀장은 "감치를 해도 채무자가 시한이 끝날 때까지 버티면 그걸로 끝"이라며 "중요한 것은 양육비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사이에도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돈이 없다고 버티던 A씨도 부모님까지 동원돼 설득에 나서자 감치 3일 만에 양육비를 주기로하고 풀려났다.

양육비 이행을 신청한 것에 화가 난 비양육부모가 양육부모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었다. 추심팀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고 여러 차례 양육부모 집에 찾아가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 별일 없이 상황이 종료됐고 양육비를 받기로 합의까지 이끌었냈다. 그런데 모니터링 결과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아 최근 다시 추심에 들어갔다.

정 팀장은 "법적 조치를 취하는 업무가 많지만 설득으로 마음을 움직여서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강제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2~3시간씩 전화기를 붙들고서 자식 이야기도 하고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생각해보겠다', '연락해보겠다'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늘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의 재산 파악은 쉽지 않고 주소·근무지 조회는 매번 소송을 거쳐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외국처럼 출국금지나 여권발급제한 등 강력한 제재조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양육비를 줄 형편이 안되는 경우는 어쩔 도리가 없다.

"양육비는 있으면 주고 없으면 못 주는 그런 게 아닙니다. 자녀 성장을 위해서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입니다. 양육비가 아이에게 쓰이는지 못 믿겠다면 자녀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세요."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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