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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대표 유지' 밝히며 왜 친노·운동권 정조준?

"일부 세력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 가는 길 요원"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2016-03-23 17:36 송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거취 표명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본청을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대 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당내 친노·운동권 세력을 정면 겨냥하고 나선 이유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민 끝에 이 당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대표직 유지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셀프 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을 끌고가기 위해 필요했기에 선택한 것"이라며 비례 2번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총선이 끝나고 나서 대선에 임하는 마당에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더민주가 당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과연 이 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저 나름대로 의심도 하고 많이 생각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중앙위를 거치면서 일부 나타나는 현상이 제가 보기에도 수긍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친노·운동권 세력이 자신의 사퇴설을 촉발시켰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불거진 '비례대표 명부 논란'을 언급한 것으로 그의 사퇴설이 돈 지 사흘만에 나왔다.

20일 중앙위에선 일부 중앙위원들이 비례대표 후보군을  A·B·C그룹으로 나눠 후보자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에 격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의 비례 순번이 2번에서 14번으로 바뀌었고 김 대표는 이에 당무를 거부하며 사퇴를 시사했다. 당초 자신이 만든 비례대표 명단을 중앙위가 바꾸자 사퇴카드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전날(22일) 급거 상경한 문재인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당을 위해 온 나를 이렇게 대해도 되느냐"며 친노·운동권 세력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홍창선 공천관리관리위원장은 이날 "(특정세력이 지도부를) 흔들면서 중앙위를 파행 시켜놓고 다음날 중앙위에서는 (수정명단에 대해) 질서정연하게 투표를 했다"며 "지도부에서 '너희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세를 과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친노 세력이 뭔지도 모르겠다"며 "친노 정신은 반칙과 특권 없애고 똑바로 해야 되는 건데 그렇게 하는 사람은 안 보이고 노무현 대통령 이름 팔아서 그분 명예만 실추시키는 사람들이 천지"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을 두고 김 대표가 사퇴카드로 친노·운동권 세력과 벼랑끝 대치를 이어가다 마지막 '경고'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더 이상 본인에게 모욕감을 주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라며 "총선이 끝나면 자신이 토사구팽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노·86진영을 향해 재차 경고하고 엄포를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말 그대로 스스로 위안을 삼는 정치를 해봐야 당 밖에서 지켜보는 사람들 눈높이에 맞지 않고 수권정당도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친노·운동권 진영과 전면적으로 각을 세우고 나서면서 셀프 비례 공천 논란도 잠재우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의 장외인사인 문성근 국민의명령 상임위원장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김 대표의 2번 배정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면서 김 대표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선회한바 있다.


pj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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