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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책방?보물창고? 카페? 개성만점 '우리 동네 서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방은영 디자이너 | 2016-03-13 12:49 송고 | 2016-03-13 12:50 최종수정
 
세력을 확장해 가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대항해 동네 서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지 오래. '동네 서점 살리기'에 공감하는 흐름을 타고, 전국 곳곳에는 저마다 독특한 콘셉트를 갖춘 서점들이 속속 등장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시선을 끄는 서점들은 서울 연남동, 서교동, 북촌, 혜화동 등 유동인구가 많고 문화적 기반이 이미 마련된 번화가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굳이 대중교통을 타고 먼 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찾아갈 수 있는, 하지만 길을 걸으며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도 있는, 진짜 주택가에 있는 진짜 동네서점을 찾아가 보았다.
 

◇장난감과 인형, 고양이가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서울 은평구 응암동 서대문세무서 별관에서 도보로 2분. 건물 1층에 조그맣게 난 문을 지나 온통 책으로 장식된 계단참을 오르면 마치 외국의 여행 서적에 나올 법한 헌책방이 나타난다.

2007년 문을 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름을 따 왔다. '주인장' 윤성근 대표는 2015년 작품 탄생 150주년을 맞아 책방 한쪽에 피규어와 그림책을 진열하기도 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깨끗하게 보관된 진열대 속 물건들을 보면 애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이곳은 책방이라기보다 주인장이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을 모아 둔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다. 이 보물창고에서 '주인장' 윤성근 대표와 손님들은 책, 음료, 간식을 즐기며 온갖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윤 대표와 손님들이 함께 돌보는 7마리 길고양이들도 책방의 가족이다. 윤 대표는 "값이 싼 사료라고 해도 7마리에게 먹이려면 돈이 무척 많이 들고, 길 생활이 힘들어서 고양이들이 자주 다치니 치료도 해줘야 한다"며 "손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버틸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는 아티스트를 초청해 공연하기도 한다. 공연 일정은 SNS를 통해 공지된다. 윤 대표는 "연주자가 공연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거나 공연을 열고 싶은 기분이 아닐 때는 공연을 안 할 때도 있다"며 "(책방 운영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보니 그런 점에서는 마음이 편해서 좋다"고 웃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윤 대표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지점은 "사람들이 독서를 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보통 '시간이 없다'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지만 독서는 기본적으로 잉여 행위"라며 "마음의 틈을 가지고 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어쨌든 책을 읽는 '책방비엥'

서울 지하철 6호선 역촌역 1번 출구를 나서면 북카페 '쿠아레'의 입간판이 바로 보인다. 이런 곳에 괜찮은 카페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3층 계단을 오르면 뜻밖에 아늑하고 밝은 공간이 손님을 반긴다.

'권순미디자인'의 권순미 실장은 2014년 7월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은평구 역촌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북카페를 함께 열었다. 2015년 11월에는 독립서점 '책방비엥'이 북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 있는 책은 안 팔아요?" 북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간간이 던진 질문은 책방을 여는 열쇠 역할을 했다. 권 실장은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사람들이 사서 보고 선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독립출판물이라는 책도 있다는 것을 은평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목적은 온통 책으로 가득한 이 공간을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다큐멘터리 상영회, 책 읽기 모임, 저자와의 대화, 시 낭송회 등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책과 관련된 모임을 주로 꾸리며 지역 주민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권 실장은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장소,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보다 많은 사람을 받아들이기 위해 '끼리끼리' 모이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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