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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빨랑 봄봄해유"…소설가 전상국이 김유정 '봄·봄'이어쓰면

계간 '대산문화'에서 '봄·봄'을 이어쓴 강원도 출신 소설가들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3-08 15:52 송고
소설가 김유정 (김유정 기념사업회 웹사이트 캡처)


"편지 - 칠보씨, 우리 빨랑 봄봄해유.(중략) 히힛. 그럼 낭중에 칠보씨가 물동이 이구 가는 내 뒤에까지 따라와서 이렇게 물을 거다. 그거 뭔 소리유? 봄봄하자는 거. 그럼 난 물동일 길바닥에 내려놓구, 바보 바보! 그러면서 칠보씨 가슴에 낯을 폭 묻을 거다. 이런 게 봄봄하는 거에유, 하면서."(전상국의 '봄·봄하다' 중에서)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이 1935년 발표한 단편소설 '봄·봄'.

점순이와 혼례를 약속하고 데릴사위로 들어간 ‘나’는 점순이 키가 더 커야한다며 장인 봉필영감이 혼례를 자꾸 미루는 통에 수년간 소처럼 일만 한다. 담판을 지을 요량으로 장인에게 대들지만 결국엔 지게막대기로 흠씬 두들겨 맞게 되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궁금해진다. 점순이는 키가 좀 더 컸을까. 점순이와 나는 그후 성례를 올렸을까.

강원도 출신의 작가들인 전상국, 이순원, 김도연, 강영숙, 이기호 소설가가 두 사람의 그 후 이야기를 계간 '대산문화'2016년 봄호(통권 59호)에서 펼쳐보였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을 담아 '봄·봄' 속 ‘나’(소설 속에서는 각각 칠보, 성구, 종포, 일만, 박서방 등으로 칭하였다)와 점순이의 미래와 인연을 엮어 보았다.

소설가 전상국의 '봄·봄하다'에서는 겉으로는 새침데기지만 속은 발랄한 점순이의 독백이 봄철 아지랑이처럼 가슴을 간지럽힌다.
데릴사위로 들어온 칠보를 꼬드겨 봉필영감과 싸움까지 붙게 만든 점순이는 무심코 내뱉은 “나 시집 안갈 테야유!” 이 한마디 때문에 마을사람들의 빈축을 사고 만다. 마음에 없던 말이었다고 속내를 터놓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사실이라고도 말할 수도 없어 점순의 마음은 오락가락한다.

"그리구 칠보가 나 시집 안 간단 그 소문 들었어두 나 하나두 겁나지 않는다. 그런 얘길 들어야 지두 정신 바싹 차리구 빨랑 성례시켜 달라구 울아버지한테 조를 거 아닌가 그런 말이다." 

걱정과 수심에 차 있다가도 점순의 마음은 꽃피어난 봄 들판을 뛰어다니는 망아지처럼 앙큼하고 활달하게 내달린다.  

"히히, 또 모른다. 칠보가 이제 와서 시집 안 온다니 거 뭔 소리냐구 벼락같이 화를 내면서 그 큰 두 팔루다 날 번쩍 들어올려(아부지들이 애기가 귀여우면 하늘 높이 쳐들어 올리는 그런 거 말이다) 주장질을 시킬는지두. 그럼 난 간지러워 막 웃으면서 갈래유, 시집 간다니까유, 그러면 칠보가 헤벌쭉 웃으면서 나를 내려놓을 게 틀림이 웂다."(본문 중에서)

전전긍긍하던 점순이는 마침내 칠보에게 편지를 쓰는데, 편지는 이렇게 시작된다. ‘칠보 씨, 우리 빨랑 봄봄해유.’

이순원의 '봉필영감 제 꾀에 넘어갔네'에서 성구는 그 해 가을에 점순이의 키가 조금도 자라지 않았는데도 장가를 들었다. 묵묵히 일만 하며 때를 기다리던 성구가 뭉태의 조언에 따라 어느날 상황을 전복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강영숙의 '발산'은 노년기를 맞은 점순과 '나'를 그렸다. 

이기호의 '하지 지나 백로'에서 ‘나’는 5년 넘게 뼈 빠지게 일을 하고 나서야 점순이와 성례를 올리고 살림을 냈다. 그 후 막내딸의 데릴사위로 들어온 새 사위와 사사건건 비교되다가 장인은 약삭빠른 막냇사위와 억울한 계약을 맺고 '나'(박서방)에게 눈물어린 하소연을 한다.

김도연의 '봄밤'에는 봄밤의 야릇한 정취가 가득하다. 종포가 지게막대기로 흠씬 두들겨 맞고 난 그 봄에서 이태나 지나고도 관계에 진전이 없자 점순이는 직접 나서기로 했다. 달이 환하게 비추는 어느 날 밤 야참을 가지고 종포의 방에 찾아간 것이다.

대화를 이어가던 둘은 묘한 분위기에 빠져드는데,  천둥 치듯 쳐들어온 아버지는 사정없이 지게작대기를 마구 휘두르고, 종포는 점순이를 감싸 안고 묵묵히 매를 맞는다.점순이는 자신을 보호하는 종포가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봄밤은 매타작 속에서 무르익어간다.

© News1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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