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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으로 재단 소송비 내라고?…대학가 반발 확산

교육부, '소송비용 교비회계로 부담' 사학법 시행령 입법예고
"불법을 합법으로 탈법화…사학 운영자 불법에 면죄부" 비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16-03-07 15:34 송고 | 2016-03-07 17:40 최종수정
자료: 대학교육연구소 © News1
자료: 대학교육연구소 © News1

사립대학들이 '교직원 인사 등 학교운영과 관련된 자문 및 소송경비'를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하자 대학가의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대학 교직원 부당해고해도 소송비용은 등록금으로? 참고).

교육부가 지난 3일 입법예고한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앞으로 사립대 법인들은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법인이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7일 "교육법의 시행령 개정안은 대법원에 의해 명백하게 횡령으로 판정된 사립대 법인의 불법을 합법으로 변경시켜 주겠다는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정 의원은 "(시행령 개정은) 교원 등의 인사권을 가진 학교법인의 잘못된 인사행정으로 발생한 소송에 정작 법인이 아닌 학생들의 등록금이 지출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요구했다.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는 것이 현행법상 횡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순천제일대 총장이 학교법인이 당사자인 교원의 임면에 관한 소송을 진행하면서 소송비용을 교비로 지출한 것을 '업무상 횡령'으로 확정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사학법 제29조는 대학회계를 학교법인회계와 교비회계, 부속병원회계 등으로 구분하고 교비회계의 수입은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의원은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상위법을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사립대 학교법인의 불법을 면제해주려는 시도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배경에 '수원대' 사건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 의원은 "교수 4명을 해임·파면하는 등으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이인수 수원대 총장이 바로 이 소송비용을 교비에 전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정·비리를 일삼던 사립대 법인들의 면죄가 되고 합법으로 둔갑될 것"이라며 "학교법인의 전횡으로 발생한 소송비용을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시민단체 대학교육연구소도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부는 법인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하다 감사에서 적발된 대학 관계자들에게 '징계'도 아닌 '경고'와 '시정'에 그쳤다"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이'업무상 횡령'이라고 확정한 내용마저도 문제 삼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학교법인이 '교직원 인사 및 학교운영과 관련된 소송경비 및 자문료'만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는 "학교법인의 업무 대다수가 대학 운영과 관련되어 있어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을 뿐더러 학교법인 관계자들이 부정비리를 저지르고 재판을 받으면서 소송 경비를 등록금에서 갖다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며 "사학 운영자들의 불법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으로, 불법 행위도 지속되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가 법인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사학법 시행령'이 아니라 '사학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교육부의 사학법 시행령 개정 꼼수 작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립대 교수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립대 교수회 연합체인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는 반대 의견서 제출과 함께 교수단체 기자회견, 교육부 항의 방문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박순준 사교련 이사장(동의대)은 "사학에서의 소송은 주로 사용자인 학교법인 이사장과 직원, 또는 교원과의 인사, 해고 등을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학교법인의 소송에 대한 비용을 법인이 아니라 학교 교비 부담으로 치르게 하는 잘못을 범할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학법 제29조에서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로 정한 취지에 부합하냐도 문제될 것"이라며 "현 시행령 개정은 사학재단 편들기 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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