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너,나랑 연애할래?" 모바일 속 내 '남자친구'가 속삭인다

[미디어 판도 바꾸는 콘텐츠 스타트업]<4>네오터치포인트

(서울=뉴스1) 오승주 기자 | 2016-02-16 09:52 송고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잠에서 깨면서부터 다시 잠들기 직전까지. 그리고 아주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에서부터 공공장소 지하철까지. 우리는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생활한다. 손안의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TV를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TV와의 거리는 엄청 가까워졌다.

모바일로 향하는 콘텐츠 소비자를 잡기 위해 모바일에 맞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이에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모바일이기 때문에 더욱 효과를 내는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는 정작 찾아보기 어렵다.
TV도 스크린도 웹도 아닌, 오로지 모바일이기 때문에 더욱 잘 통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네오터치포인트'는 이 같은 숙제를 풀기 위해 처음부터 모바일만 놓고 콘텐츠 제작을 고민한 모바일 전문 콘텐츠 스타트업이다. 네오터치포인트가 지난해 선보인 1인칭 연애 시뮬레이션 콘텐츠 '내 손안의 남자친구'(이하 '내손남')가 그 고민의 대표적 결과물이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조회 수 1300만 뷰를 기록한 '내손남'은 화면 속 남자친구를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해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처럼 전개되는 콘텐츠다. 이 콘텐츠를 처음 접하게 되면 굉장히 어색하다. 하지만 볼수록 재미있고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모바일에 어울리는 콘텐츠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네오터치포인트의 김경달 대표(48)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옥에서 만나 모바일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네오터치포인트의 제작 프로덕션 '뭐랩' 페이스북 커버이미지(네오터치포인트 제공)© News1
네오터치포인트의 제작 프로덕션 '뭐랩' 페이스북 커버이미지(네오터치포인트 제공)© News1
◇ 모바일 이용자와의 새로운 접점 찾기

-네오터치포인트 소개를 부탁한다.
▶터치포인트(Touch point)는 '접점'이라는 뜻으로, 모바일과 이용자의 새로운(네오·neo) 접점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신문의 구독자수, 방송의 시청률, 인터넷 서비스의 방문자수 등 모든 미디어의 목표는 결국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모바일 콘텐츠 이용자는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이용자를 한데 모아 모바일상에서 하나의 큰 힘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지금 그러한 움직임이 막 형성되는 시점이다. 네오터치포인트는 모바일 특성을 살린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일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3월 출범해 현재 직원 14명이 함께하고 있다. 사내 제작 프로덕션 '뭐랩'을 운영 중이며, KBS '1박2일'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메인 작가였던 문은애 방송작가, 카카오(구 다음카카오)에서 동영상 업무를 맡아왔던 성세찬 PD 등 굵직한 경력의 멤버들이 함께한다.

- 창업까지의 과정도 궁금하다.
▶1988년 MBC '퀴즈 아카데미' FD와 '우정의 무대' 막내 작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디어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대교방송 PD를 거쳐 동아일보에서 7년간 신문기자로 일하다 충전이 필요해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에서 뉴미디어 석사 과정을 밟았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음과 네이버에서 각각 4년, 8년간 정책·전략 및 동영상 서비스 업무에 몸담았다. 그러다 지난해 요즘의 스타트업 대표치고는 늦은 나이에 네오터치포인트로 첫 창업을 했다.

현재 모바일 콘텐츠 수요와 소비량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공급자는 그 속도를 못 따라간다. 콘텐츠를 아무리 공들여서 잘 만든다고 해도 소비자는 슥슥 넘기면서 5분만에 다 봐버린다. 콘텐츠 공급자가 기존 자신들의 흐름만 고수해서는 지금의 콘텐츠 소비 만족도를 절대 충족시킬 수 없다. 모바일 혁명이 눈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분산되어 있는 모바일 콘텐츠 이용자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이용자의 접점을 어떻게 넓힐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은 미디어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요즘 아주 '쫄깃쫄깃'하다. 월급쟁이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스럽고 책임감도 느낀다. 주변에서 내 나이쯤의 중년 직장인들을 보면 '언제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을까' '계속 다닌다 해도 과연 유쾌할까'라는 불안감이 높거나 혹은 안주하는대로 늘어지는 삶을 사는 게 대부분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고 복 받았다. 인생 전체로 볼 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창업 안 했으면 후회할 뻔했다.(웃음)

◇ '밥은 잘 챙겨 먹었어?' 모바일 속 남자친구의 달달한 속삭임

-그렇다면 모바일에 어울리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이제는 TV를 보기 위해 거실 앞으로 모이지 않는다. 방 안에서든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든 손 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오로지 나만을 위한 TV 시청이 가능해졌다. TV는 개인화됐고, TV와 이용자 사이의 거리가 엄청 가까워진 것이다. 이렇듯 '거리가 가까워졌다'라는 모바일 특성을 고민한 결과, 지난해 8월 '내손남'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형태를 개발했다.

-'내손남'은 어떤 콘텐츠인가.
▶10~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1인칭 연애 시뮬레이션 웹드라마다. 이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영상을 통한 말 걸기'다. 남자 아이돌 그룹 '마이네임'의 다섯 멤버가 2~3분 정도의 짧은 영상에 한 명씩 등장해 시청자와 영상통화를 하듯 '밥은 잘 챙겨 먹었어?' '나랑 연애할래?' 같은 달달한 말을 건넨다. 화면 속 가상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느낌을 주면서 시청 몰입도를 높이는 게 이 콘텐츠의 특징이다. 콘텐츠 유통도 실제 연애 기간처럼 100일간 연재했다.


<'내손남' Ep3. 괜찮아...? 조심히 들어가! 출처 내손남 유튜브>

-모바일의 특성을 잘 이용한 콘텐츠로, 신선했다는 반응이다.
▶굉장히 간지러운 콘텐츠였다. 하지만 어차피 모바일을 통해서는 나 혼자만 보기 때문에 이 간지러움이 통했다. 그리고 사실 '오글거림'이 더 강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아예 엉뚱하게는 느껴지지 않도록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야 공감할 수 있고 몰입감이 생겨 콘텐츠와 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내손남' 영상 댓글을 보면 '민낯으로 보니까 미안하다. 화장하고 봐야겠다' '액정 안에만 있지 말고 그만 나와라' 같은 시청자 반응을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시청자가 영상에 몰입했다는 의미다. 올해 '내손남' 시즌2와 여자친구 버전인 '내 손안의 여자친구'도 만들 계획이다.

네오터치포인트는 단순한 프로덕션으로서 콘텐츠 제작만 하는 게 아니다. '내손남'처럼 모바일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개발하고 이것을 다른 기업에게 전수한다.  
지금 당장도 다른 제작사에서 '내손남'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하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때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포맷을 넘겨주고, 이것을 제작할 때 어떠한 포인트를 살려야 하는지를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단지 재미있는 콘텐츠를 우리의 것으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포맷을 개발해서 우리 콘텐츠가 일종의 '가이드 영상'처럼 되는, 그래서 이것을 원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 콘텐츠를 사용하고, 이로 인해 전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판을 키우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 다음에 만든 콘텐츠는 걸그룹 에프엑스가 등장한 몰래카메라 형식의 'f(x)=1㎝'였다. 이것은 '내손남'과는 다르게 모바일이기 때문에 특히 빛을 보는 형태는 아닌 것 같다.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였나.
▶당시 중요하게 생각한 건 'f(x)=1㎝'가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추구하는 하나의 웹예능 기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연예기획사는 팬이라는 이용자를 계속 확대해가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제는 앨범을 만들고 기존 미디어에 출연하는 것만으로는 홍보가 부족해졌다. 이들이 공략하는 이용자가 모바일로 넘어갔기 때문에 모바일 콘텐츠 전략을 짜야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콘텐츠를 통해 연예인과 팬이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를 실험해보고자 'f(x)=1㎝'를 진행했다. 네이버TV캐스트, 유튜브, 중국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쿠(youku)에서 동시 공개해 20일 만에 1000만 뷰를 넘겼다.


<'f(x)=1㎝' Ep.1 소개팅편 1부 출처 뭐랩 유튜브>

◇ 모바일에는 친절한 '도우미'가 필요하다

-다른 스타트업에 비해 네오터치포인트에는 김 대표를 포함해 경력 많은 전문 인력이 많다. 장단점이 있다면.
▶지갑을 여는 광고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아직 모바일 콘텐츠는 저가 시장이고, 불안정하다. 광고주들이 망설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을 향해 지갑을 열기 시작하지만, 그 콘텐츠가 굉장히 거칠고 낯설면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가 역효과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일 때, 어떤 곳에 조금 더 흔쾌히 돈을 지불할까.

모바일이라는 낯선 환경에 콘텐츠마저도 낯설다면, 브랜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 그렇다면 낯선 환경이지만 콘텐츠 자체는 안전해 보이는 것을 원하게 되는데, 이때 선택의 기준은 바로 보장된 퀄리티, 즉 작품의 수준이다. 지상파·포털사이트·상거래사이트 등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기초 퀄리티를 보장하는 안정감을 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에게 허전한 부분은 기발하고 반짝반짝한 감성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수많은 젊은 친구들과 협업하면서 요즘 감성을 많이 배우고 콘텐츠에 녹여내고 있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 © News1 임경호 기자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플랫폼에 영상을 유통하며 받는 광고 수익, 콘텐츠 판권을 수급/유통하는 비용, '내손남' 포맷을 활용한 브랜드 영상 제작비용, 간접광고(PPL) 비용,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 등으로 운영한다. 아직은 초기라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계속해서 수익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판 인스타그램 '미아오파이'와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나 웨이보'를 통해 중국에도 '내손남'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러한 콘텐츠 사용비로 수익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활동(IR)도 준비 중이다.

-모바일에 어울리는 새로운 콘텐츠 형태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모바일에서는 에이전트, 즉 중간에서 콘텐츠를 친절히 설명해주는 도우미를 필요로 한다. 모바일 속에 있는 정보는 매우 분산적이고 복잡한데, 이 정보를 얻기 위해 탐색이 너무 깊어지면 모바일에서는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PC에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활용해 동시다발적이고 풍부한 검색이 가능하지만, 모바일에서는 상대적으로 귀찮고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정보를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도우미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연재하고 있는 '뭐든 브리핑' 콘텐츠는 이러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도우미로서의 역할로 시작했다. 아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상식이지만, 누군가는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는 이야기를 선정해 쉽게 설명해주는 콘텐츠다. 영화 '스타워즈'에 대한 연재를 마쳤고, 지금은 아이돌 그룹 '엑소'를 좋아하는 누나가 남동생을 '입덕'(어떤 분야의 팬이 되다)시키는 콘셉트로 '덕질'(광적인 팬 활동)을 알려주는 '엑소 덕스'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뭐든 브리핑'도 '내손남'처럼 새로운 모바일용 콘텐츠 포맷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본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서울에 사는 젊은 여성의 일상을 다룬 '서울여자' 콘텐츠가 나올 예정인데, 이것은 콘텐츠와 커머스를 융합하는 실험적인 콘텐츠로 준비 중이다.


<'엑소 덕스·덕질 브리핑' Ep1. 멤버 탄생일 축하하기 출처 뭐랩 유튜브>

-올해 네오터치포인트의 목표는?
▶네오터치포인트를 포함해 '쉐어하우스' '72초TV' '비디오빌리지' '트레저헌터' 등 작은 콘텐츠 스타트업들이 그래도 시장 안에서 무언가 '해볼 만하다'라는 기운이 만들어진 건, 시장 내에서 우리를 파도 위로 힘껏 밀어 올려주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바일 환경으로의 이용자 변화와 기존 방송사, 통신사의 모바일에 대한 관심 등이 그러한 힘이다.
물론 우리(콘텐츠 스타트업)가 열심히 하고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의 힘보다는 주변의 힘으로 파도의 위에 올라와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제대로 노를 젓고 균형을 잡지 않으면 한방에 추락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연합군이다. 기존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작이 늘 하던 일이고, 똑똑한 사람도 많고, 돈도 많기 때문에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모바일 콘텐츠 소비 속도에 비춰봤을 때 콘텐츠가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작은 스타트업들은 기동력과 속도감에서는 유리하지만 기반이 단단하지 않아 불안정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방송사도, 스타트업도 답이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이들이 뭉쳐서 답이라는 걸 만들어야 한다. 유튜브·페이스북·네이버·피키캐스트 같은 플랫폼과 기존 방송사, 콘텐츠 스타트업, 통신사의 연합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 미디어가 모바일 시장에 빨리 뛰어들고, 플랫폼·제작사·유통사 등이 어떻게 연합을 이루냐에 따라 모바일 시장의 티핑 포인트(급격한 변화 시점)는 빨리 오게 될 것이다. 올해가 그러한 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거라 본다. 그 속에서 네오터치포인트의 1차 목표는 파도에서 생존하는 것, 2차 목표는 연합군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이어가도록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일단 달려보려고 한다. 가다보면 거대 미디어들과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sjoo@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