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툭하면 고장, 인명피해까지…"지하철 타기가 겁난다"

올들어 각종 사고 연발에 80대 노인 사망 비극
시설은 낡은데 교체는 더디고 예산은 만성부족
"지하철공사·지자체로는 한계…정부 지원 절실"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6-02-09 07:00 송고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8시8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제기동역 구간에서 인천발 소요산행 코레일 전동차가 운행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해 5~6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 News1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8시8분쯤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제기동역 구간에서 인천발 소요산행 코레일 전동차가 운행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해 5~6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 News1

올해 들어 서울 지하철의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6일 4호선 한성대역과 성신여대입구역 사이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를 시작으로 열차 사고는 물론, 80대 노인이 목숨을 잃는 인명피해까지 생겼다. 노숙자가 흉기로 승객을 위협하는 치안문제도 발생했다.

올해 일어난 서울 지하철 주요 사고를 보면 성신여대입구역 사고에 이어 △1호선 회기~지하 청량리역 코레일 전동차 고장(1월9일) △1호선 동묘역 코레일 전동차 멈춤(1월19일) △4호선 미아역 코레일 전동차 제동장치 고장(1월26일) △1호선 열차 내 노숙인의 승객 흉기 위협(1월26일) △3호선 일원~수서역 서울메트로 열차 제동장치 고장(1월30일) △1호선 서울역 80대 노인 사망(2월3일) 등이다.
사고는 많지만 원인은 몇가지로 모아진다. 무엇보다 시설의 노후화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첫 사고였던 성신여대 역 전동차 고장 원인을 고속도차단기의 '절연판 손상'이라고 밝혔다. 고속도차단기가 낡아 절연판이 파괴되면서 전동차에 전기가 끊겼다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고속도차단기는 19년이 돼 보통 내구연한인 15년을 넘긴지 오래됐다. 

다른 사고들도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노후화와 인력부족에 따른 안전관리의 불안정이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전동차는 1954량 중 사용 내구연한인 25년 이상 된 차량 비율이 14%(268량)이며 15년 이상이 63.7%(1954량)에 이른다. 앞으로 교체비용이 10년 이내 1조6000억원 이상 든다는 계산이다. 특히 개통을 먼저 한 호선일 수록 노후도 심하고 사고도 잦다.
노후된 시설을 제때 교체하지 못하는 건 역시 '돈' 때문이다. 만성적인 적자에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하철 1~8호선의 2014년 당기순손실액은 약 3700억원 정도다. 이중 80% 이상이 무임운송비용이다. 65세 이상 승객에게 제공되는 무임운송비용은 2015년 전년대비 9.8%가 느는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서울시는 코레일의 경우처럼 무임비용을 국고에서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이다. 오히려 지방공기업 재정건전화를 위해 적자를 줄이라는 압박만 크다.

3일 오전 9시께 한 80대 여성이 지하철에서 내리다 스크린도어에 끼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 News1 안은나 기자
3일 오전 9시께 한 80대 여성이 지하철에서 내리다 스크린도어에 끼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적절한 재투자보다 비용절감이 화두가 되는 구조에서 80대 할머니의 비극도 예정돼있었다. 당시 할머니는 전동차 문에 쇼핑백이 끼어 멈춰섰고 스크린도어는 열린 상태였다. 스크린도어가 열려있으면 지하철 승무원은 모니터를  확인하거나 현장에 직접 와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스크린도어 오작동이 워낙 잦아 승무원들이 불감증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승무원이 직접 와봐도 단순 오작동이 대부분인데다 열차 시간이 지연돼 승객의 불편만 커진다. 스크린도어가 잘 닫히지 않아도 무심코 출발하게 되는 이유다.

잦은 오작동의 원인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스템 도입 초기로 거슬러올라간다. 비용 최소화에 목매다보니 영세업체가 난립했다. 자연히 도산이 잦아 지속적 관리가 어려웠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역시 경비 절감을 위해 스크린도어 유지업무는 외주화했다. 최저가낙찰제 아래서 이윤을 남겨야하는 외주업체는 또 최소한의 비용으로 관리한다. 잦은 고장과 오작동이 거듭되는 악순환이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노숙인의 승객 흉기 위협으로 본 지하철 치안은 행정의 문제다. 서울 지하철 치안은 지하철경찰대와 서울시가 운영하는 지하철보안관이 책임진다. 지하철경찰대 만으로는 하루 평균 700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범죄에 대응하기 힘들어 전국 최초 도입된 게 지하철 보안관이다.

서울시는 지하철보안관을 2018년까지 350명까지 늘릴 계획이지만 문제는 사법권이 없다는 점이다. 용의자를 잡아도 체포하거나 수사할 권한이 없다. 상대가 공격해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니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코레일 보안요원이 사법권을 갖는 철도특별사법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서울시는 정부에 지하철보안관에게도 특별사법권을 부여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지하철은 요금수입만으로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취약한 구조이며 운영기관과 지방정부가 전적으로 재투자를 부담하기 어렵다"며 "서울 지하철은 수도권 전체의 중요한 교통수단이므로 정부가 관리를 함께 책임지원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evermind@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