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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이 멀어버린 '호동이'의 사연, 들어보실래요?

3년간 모진 학대 겪다 구조돼…처음 보는 이들에게도 꼬리 흔들며 웃어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6-02-10 09:00 송고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케어 센터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호동이. © News1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케어 센터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호동이. © News1

"너 괜찮은 거니?" 머리를 만져주니 입을 반쯤 벌리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가만 서 있다. 손을 뗐더니 이내 귀여운 발을 들어 기자의 손을 톡톡 친다. 더 만져달라는 뜻이다.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사무실 입구에 들어서면 하얗고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입구 쪽을 쳐다보긴 하지만 눈빛이 뭔가 어색하다. 입구 쪽을 보고 있긴 한데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자세히 보면 개의 눈이 이상하다. 오른쪽 눈의 눈동자는 하얗고 돌출돼 있다. 왼쪽 눈도 성치 않아 보인다. 이렇게 예쁜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개의 이름은 호동이.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12년에 태어난 걸로 추정된다. 진돗개 믹스견으로 18kg이 나가는 건장한 체구를 갖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한 수컷이다.

호동이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H마트에서 살던 아이다. 호동이의 보호자였던 마트 사장은 동네 유명인사였다. 손님, 직원, 이웃들과 싸움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장은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었다. 야산과 이어지는 음산한 곳에 강아지들을 묶어놓고 길렀는데, 사람들과 싸움을 하는 날이면 강아지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한다.  
구조 당시 호동이의 모습. (사진 케어 제공) © News1
구조 당시 호동이의 모습. (사진 케어 제공) © News1
폭행할 때 사용하는 도구도 다양했다. 쇠파이프, 각목 등 손에 잡히는 건 모두 폭행에 동원됐다. 심지어 산에서 어린 개들을 던져 굴러 떨어지게 하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강아지 두 마리가 죽었다.
그런 무자비한 폭행 속에서도 살아남은 개가 바로 호동이다. 친구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호동이는 주인의 폭행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결국 호동이는 뇌를 다쳐 눈이 멀었고, 치아의 대부분을 잃었다.

호동이는 그렇게 끔찍한 곳에서 3년을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호동이를 안타깝게 여기던 한 시민이 동물보호단체 케어(공동대표 박소연·전채은)에 구조를 요청했다. 당시 호동이를 구조하러 간 '케어' 관계자는 "더러운 흙더미에 멍하니 앉아 있던 호동이는 낯선 이들의 발자국 소리가 나자 경계하더라"면서 "어릴 때 묶어 놓고 한 번도 늘려주지 않은 목줄 때문에 목 부위가 심하게 썩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마트 사장은 자신이 아닌 직원들이 폭행한 것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직원들은 모두 사장을 지목했다. 호동이를 포기하지 않으려던 마트 사장은 동물보호법 처벌 조항을 이야기하자 순순히 호동이를 놓아주었다. 그렇게 호동이는 지난해 봄 드디어 지옥과도 같은 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비록 두 눈을 잃었지만 목의 상처도 심장사상충도 이젠 완치됐다. 그리고 지금은 몇 개 남은 아랫니로 건사료도 잘 먹는다. 성격도 온순해 활동가들은 물론 방문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호동이가 케어 센터에 온 지 1년이 돼가지만 입양하겠다는 이가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작고 예쁜 개는 인기가 많아 금방 입양되지만 장애견들이 가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케어 관계자는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폭행에 시달렸지만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주고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들며 환하게 웃어주는 착한 아이"라며 "모진 시간을 버티며 살아남아 준 호동이에게 하루빨리 좋은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밝게 웃는 호동이. (사진 케어 제공) © News1
밝게 웃는 호동이. (사진 케어 제공) © News1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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