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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사는 A양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못 본 지 4년이 지났다. 아빠가 살아있었을 때는 늘 할머니, 할아버니와 지냈다. 엄마와 아빠가 싸울 때, 일하느라 바쁠 때 A양은 인근에 사는 할머니 댁으로 갔다. 아빠에게 사고가 나자 엄마는 A양을 데리고 멀리 이사를 갔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해도 엄마는 못 만나게 했다.

# 아빠와 사는 B군은 엄마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 싫었다. 엄마는 툭하면 아빠 욕을 하고 면접 시간이 끝나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려 했다. B군은 하나뿐인 형만 만나고 싶었다. 법원은 형제 사이에 면접교섭권은 없다고 했다. 대신 행복추구권이 있다며 한달에 한번씩 엄마 없이 형과 단둘이 만날 수 있게 해줬다.
 
최근 조부모가 부모를 대신해 손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늘면서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한부모 자녀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형제·자매까지 면접교섭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맞벌이나 생활고 등으로 조부모가 손자녀를 대신 키워도 부부가 이혼하거나 사별하면 손자녀를 볼 법적 근거가 없다. 특히 한부모는 생계를 책임지기 때문에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한부모가 사망하면 친권이 비양육부모에게 자동으로 넘어가 손자녀를 만나기가 어렵다.

현행 민법 837조 2에는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며 부모와 자녀 사이에만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모의 이혼으로 따로 떨어져 살게 된 형제·자매도 부모가 적극 나서주지 않으면 서로 보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김상용 중앙대 법대 교수는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권리인 동시에 자녀의 권리"라며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는 조부모, 형제, 자매에게 면접교섭권 확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도 "흔히 면접교섭권을 아이를 보고 싶어하는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권리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살아야 하는 아이의 권리이기도 하다"며 "아이의 정서적인 부분을 고려해 조부모나 형제, 자매에게 면접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는 조부모라는 특별한 관계에 근거하지 않고 후견인, 3년 이상 아동과 생활한 자 등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해 교류명령 청구권자를 규정하고 있다. 독일도 형제·자매에게, 프랑스는 비친족인 제3자에게 좁은 의미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한다.

이런 지적에 국내에도 지난해 10월 조부모를 비롯해 형제자매, 친족에게도 면접교섭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아동의 양육을 담당했던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면접교섭권을 인정하는 것이 자녀의 심리적 안정과 건전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면접교섭권 확대를 두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에 동의한다"면서도 "양육의 일차적 책임자는 부모이니 부모가 동의했거나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등 이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정지아 팀장도 "남용·악용 소지를 막기 위해서는 조부모가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양육해왔다거나 손자녀와 특별한 유대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구체적인 요건을 정한 뒤 법원 심리에서 자녀의 복리를 고려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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