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아이 XX"은 단순 감정표현…모욕죄로 처벌 안돼

대법"다소 무례하고 저속하다는 이유로 모두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어"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01-14 06:00 송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상대방을 지칭하지 않고 한 욕설은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모욕혐의로 기소된 이모(45)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2014년 6월쯤 택시기사와 요금문제로 시비를 벌이다가 112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씨의 자세한 위치설명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의 현장 도착이 늦어지자 "이 정도는 알아서 찾아와야 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면서 "아이 XX"이라고 말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언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수단이고 사람마다 언어습관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하다는 이유로 모두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씨의 '아이 XX'이라는 발언은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지칭하지 않은 채 단순히 발언자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하여 흔히 쓰는 말"이라며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판단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상 모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원심법원의 판단을 파기했다.

1심 법원은 이씨의 모욕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하지만 검찰이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하자 2심 재판부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사안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형을 가중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jurist@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